힘을 주지 않아도 닿는 흐름

인력과 척력

by 보라유



‘끌려야 할까, 밀어내야 할까.’

이런 생각을 할 때면, 이미 마음은 반쯤 떠나 있는 게 아닐까.

사람 사이의 거리라는 게 애쓴다고 좁혀지는 것도, 억지로 버틴다고 유지되는 것도 아닐 것 같아서 말이다.


스무 살 무렵, 나는 전형적인 ‘인싸’였다. 사람을 좋아했고 누구든 편견 없이 대했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먼저 말을 걸었고, 금세 친해졌다.

생일 파티를 할 때면 서로 모르는 친구들을 다 불렀다.

“내 친구니까, 다른 내 친구랑도 잘 맞겠지.” 지금 생각하면 꽤 일방적인 시선이었다.

낯가림이 심한 친구도 있었을 테고, 파티보다 조용한 시간을 보내고 싶은 친구도 있었을 텐데 말이다.


그땐 그렇게 사람을 많이 만났고, 매일 연락을 주고받는 게 일상이었다.

그러다 대학교 편입으로 서울로 오게 되면서 물리적인 거리만큼 마음도 멀어졌다.


특히 30대가 되니 확실히 관계의 무게가 달라졌다.

여전히 친구가 많다는 말을 듣지만, 내가 느끼는 '진짜 사람들'은 훨씬 줄었다.

대화가 이어지고, 서로의 온도를 배려할 줄 아는 사람들 말이다.

만났을 때 덩달아 부정적이 되거나, 자기 말만 쏟아놓고 타인의 리듬을 고려하지 않는 사람은 자연스레 멀어지게 되더라.


나는 의도적으로 ‘이 관계는 유지해야지’,

‘이 사람은 좀 끌어당겨봐야겠다’ 하는 마음은 잘 들지 않는다.

그냥 흘러가는 대로, 내가 마음을 다해 표현했을 때 돌아오는 응답이 있다면 그건 인연인 거고, 아니면 그 또한 시절인연이려니 한다.


나에게 인간관계는 지금, 의도나 전략보다는 자연스러움에 더 가까운 단어다.

좋아하지 않는 부분이 있더라도 어딘가 마음이 끌리면 또 그 마음대로 충실하게 흘러가 본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들을 챙기기도 벅찬 나날. 끌림도 거리감도 다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며 더, 있는 그대로의 관계를 받아들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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