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속의 나의 집, 나와 얼마나 닮아 있나요?

Blue: 평온함과 고요함이 주는 자유

by Bora Yoo

Blue 파랑은 창의성과 자유에 영감을 주는 색입니다. 파랑을 통해 육체적, 정신적 이완을 느낄 수 있으며, 푸른색이 짙어질수록 우리는 더 많은 자유를 느낍니다.





나의 루틴을 손으로 그려보기 시작하면서 일상에서 변화를 시도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작은 것부터, 내가 가진 것에서부터 하나씩.



TV를 없앤다고 콘텐츠를 소비하는 시간이 줄어들까?


우선 야속 하디 야속한, 저의 게으름 친구 TV. 이 요물 같은 아이를 어찌할까 고민하다가 위치를 옮겨보기로 했습니다. TV를 아예 없앨까도 생각하다가, TV 없어서 안보는 것보다는 TV 보는 시간을 스스로 정할 있도록 도와주고 싶었습니다. 보고 싶을 때 보고, 멈추고 싶을 때는 멈출 수 있도록 저를 친절하게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TV가 빠진 겨실 한 쪽 벽


TV는 서재 한 켠으로 들어갔습니다. 맥시멀리스트의 방이라 불리는 우리 집 서재이지요. TV를 받치게 될 테이블은 무려 게으른 여자사람인 제가 직접 만든 것. 역시 여자 하면 목공 아니겠습니까.



세팅이 완료된 서재를 보니 뿌듯했습니다. 비록 예전처럼 세상 편한 자세로 소파에 누워 볼 수는 없지만, 뻐근히 저려오는 의자의 딱딱함을 느끼며 시청하는 TV의 맛도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필요한 콘텐츠를 시간을 내어 보게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처음으로 자세 바로 고쳐 앉아 본 영화는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오랜만에 느껴보는 휴식다운 휴식이었습니다.





공간이 제게 주는 힘은 컸습니다. 공간의 변화도 자율성과 강제성, 둘의 균형이 작동하는 느낌이었습니다. TV 보는 습관을 스스로 개선해내는 '자율성'과, TV의 위치를 옮기는 '강제성'을 도구로 사용하는 것. 전자가 나의 모습이면 좋겠다고 바라왔지만, 후자를 나를 돕는 도구로 사용하는 것도 도전해볼 만한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TV가 없어진 거실에는 테이블이 들어왔고, 그 위에 그림을 걸어줬습니다. 소파에 앉아 멍하니 앉아있거나, 밖에서 들어오는 빛을 즐기는 시간이 늘었습니다. 물론 누워서 스마트폰을 보는 시간도 여전히 많고요. 그러나 확실히 바뀌었다고 느껴진 점은 내 공간이 좀 더 나다워졌다는 느낌, 내가 원하는 지향점과 내 공간이 닮았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이렇게 가만히 앉아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작은 변화에 더 많이 반응하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거실 더 깊숙이 빛이 들어오는 변화를 관찰하는 나, 빛을 느끼며 오늘 하루의 찰나의 휴식시간을 감사해하는 나, 때로 거실에 앉아 명상 음악을 듣는 나.





내가 바뀌는 것처럼 내 공간도 나답게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공간이 주는 힘을 믿습니다. 공간이 바뀌면 생활패턴이 변하고, 행동이 바뀌면 생각이나 습관에도 변화가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아름다운 집에 살고 싶다는 환상을 품고 살아왔던 제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집은 잠깐 머무는 곳, 더 좋은 집에 살기 위한 발판일 뿐이라고 생각하던 시간이 있었지요.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공간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것에는 게을렀던 것 같습니다.


늘 머물렀던 거실이라는 공간이 나다움을 장착하면서 지금의 나에게 더 잘 어울리는 공간으로 바뀌어 버린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름다운 집에 살아야만 행복해질 수 있을 것 같던 기대는 현실의 집에서 다시 발견하는 새로운 종류의 아름다움으로 대체되었습니다.


저는 계속 변할 거고, 저의 집도 계속 변화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변화와 함께 저는 일상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연습을 계속해 나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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