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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ra Yoo May 25. 2020

불완전한 문장들 - 혹시 미술 전공하셨어요?

우리 각자의 미술관에서 발견한 문장들에서 깊은 울림을 얻었다.


..."혹시 미술 전공하셨어요?"
미술을 전공하지도 않았으면서 어떻게 그림 읽는 법을 깨우쳤냐.라는 칭찬의 뉘앙스가 담긴 날도 있었고, 비전공자의 견해는 그리 신뢰할만하지 않다는 자격 검증의 뉘앙스가 담긴 날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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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에 기대지 않고 그림을 마주하는 경험을 왜 다들 이토록 어려워하게 된 것인지, 우리를 주눅 들게 하는 미술을 둘러싼 권위의 정체가 무엇인지, 미술사적 정론이라 여겨지는 어떤 관점을 곧장 내 삶 속에 적용시키는 것이 옳은지, 그럴 필요가 있는지 곰곰 따져보고 싶었습니다. 저에게 미술과 미술관은 너무나 행복한 해방과 재충전의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이 그림을 마주하고 자기 안에서 피어오르는 작은 느낌, 인상, 연상, 기억을 소중히 여기게 돕는 것, 누군가 정해놓은 거대한 체계에 억눌려 자기 안의 느낌을 하찮게 여기지 않도록 대항할 일말의 논리를 제공하는 것. 그게 저의 유일한 관심사이고, 이 글을 쓰는 목표입니다.

[우리 각자의 미술관], 최혜진


미술에 대한 지식이 있던 없던, 미술을 전공하던 하지 않았던, 온 마음을 다해 미술을 좋아했던 마음이 좋았다. 그림에게 말을 걸고, 질문을 하고, 왜 하필 그 지점을 좋아하는지, 그 색감을 좋아하는지, 그 표정을 좋아하는지를 여행하듯 감상하는 장면 역시 흥미로웠다.


나 역시 사람의 마음과 그 동기, 그리고 결핍에 관심이 많다. 심리학이나 코칭을 따로 공부하거나 전공한 적은 없다. 그러나 내가 좋아하는 컬러라는 도구를 통해 사람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역할을 계속하고 싶다. 언젠가 정식으로 공부가 필요한 순간이 올 수도 있지만, 그럴듯한 언어와 이론으로 무장해 누군가를 설득하거나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아닐 것이라고 믿는다.


인간에 대한 탐구는 끊임없이 지속하고 싶다. 나에 대해 아직 모르는 부분이 많고, 또 발견하고 싶은 욕구도 여전하다. 나의 생각과 감정, 반응과 결핍에 대해 계속 회고하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 그 에너지를 가지고 사람들과 대화하며 살고 싶다.


6월에 수업을 재개해보고자 라이프컬러링 커리큘럼을 새로 재편하여 정리했는데, 머리가 아프면서도 내가 구축한 새로운 세계가 있다는 것에, 그리고 온 마음을 다해 이 수업을 내가 좋아하고 있다는 것에 기분이 좋다. 다른 사람들보다 내가 더 많이 알고 있어서, 더 많은 것을 깨달아서, 이 수업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전공을 해서도 아니고, 시간을 더 잘 쓰는 노하우를 알고 있어서도 아니다. 심지어 천성이 부지런한 사람도 아니다.


게으름 때문에 괴로웠고, 내 시간을 바라보는 온도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했던 마음이 누군가에게 기여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바뀌면서 시작된 대화였다. 좋아하는 마음으로, 누군가에게 가 닿기를 바라는 염원으로, 또 기여하고 싶다는 바람으로 계속 수업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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