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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ra Yoo May 30. 2020

불완전한 문장들 - 모험담의 클리셰



도대체 이런 책을 누가 볼까? 싶은 책. 세계의 영웅신화라니..

남편이 이 책을 볼 때 흐흐 웃음이 났는데, 중간에 흥미로운 내용을 발견.


영움담에 공통적으로 담긴 서삭적 클리셰를 정리해 놓은 부분이 재미있었다.

신화, 영웅담, 모험담, 동화들에서 공통적으로 이러한 서사를 따르고 있다는 것이다.


제 1장: 분리 / 출발

1. 모험에의 소명 혹은 소명의 표적

2. 소명의 거부 혹은 신으로부터의 우매한 도주

3. 초자연적인 조력 곧 어느 수준까지의 모험에 도전한 사람에 대한 뜻밖의 도움

4. 첫 관문의 통과

5. 고래의 배 혹은 밤의 영역으로의 여행


제 2장: 시련과 입문의 성공

1. 시련의 길 혹은 신들의 위험한 측면

2. 여신과의 만남 혹은 다시 찾은 유아기의 행복

3. 유혹자로서의 여성, 외디푸스 고뇌의 체득

4. 아버지와의 화해

5. 신격화

6. 궁극의 선물



이제까지 봐왔던 많은 디즈니 애니매이션이 생각났다. 라이언킹을 예로 생각해 봤는데 한 챕터 한 챕터 이 서사에 거의 내용이 들어 맞는 것이 신기했다. 니모를 찾아서, 인어공주, 포뇨, 그리고 수 많은 모험에 관한 이야기들 큰 서사가 여기에 있다.


첫 시작인 '모험에의 소명 혹은 소명의 표적'. 모험을 떠나려면 소명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떠올린 이야기들에서는 대부분 부모를 상실하는 과정이 이것을 대체했다. 디즈니 주인공 대부분이 고아라는 글을 어디서 봤는데, 많은 모험담의 주인공들이 부모나 안락한 환경을 상실함으로서 모험을 떠날 소명을 얻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겨울왕국1에서 두 부모님이 별 설명도 없이 허망하게 사고로 돌아가셨나보다.ㅜㅜ)  벌새에서 결국 죽음으로 상실된 영지 선생님도 생각이 났다. 나를 안전하게 지켜주던 대상, 나에게 전부라 생각되는 롤모델을 한 번은 상실할 수 밖에 없고, 그 상실을 통해 성장한다는 서사가 많은 이야기 속에 들어 있는 것 같다. 현실에서는 너무 아픈 이야기지만, 한 편으로 다음 세상으로 나아가는 관문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 소명을 거부하고 무려 '우매한 도주'를 하는 것이 다음 서사인데, 우매하다는 표현에서 웃음이 났다. 소명을 인정할 수 없는 주인공과 그것을 지켜보는 신이 떠올랐다.  이야기를 지배하는 사람 입장이나 신의 입장에서 볼때, 주인공은 우매해보이는구나. 싶었다. (ㅎㅎ)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얼마나 처절하고 절박할까.하는 생각과 함께.

 

첫 관문을 통과한 다음 '고래의 배'라는 상징성이 구체적으로 표현된 것도 신기했다. 그러고보니, 고래의 배에 들어갔다가 살아나오는 이야기들을 꽤 많이 본 것 같다. 죽지않고 살아남아 삼켜졌던 그대로 뱉어지는 장면을 몇 번이나 본 것 같다. 자신도 모르는 힘에 이끌려 어둠의 영역으로 가는 과정도 많은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우매하게 도주한 곳에서 당도한 어둠의 영역.


신화나 영웅담을 좋아하지 않지만, 이 부분이 유독 마음에 와 닿았던 이유는 모험을 찾아 떠나는 주인공들의 시작과 과정이 흥미로워서 였을거다. 나의 소명은 무엇일까. 나는 무엇을 상실해야 할까. 나는 어떤 우매한 도주를 하게 될까. 그리고 어떤 초자연적인 도움을 받으며 살아갈까. 이런 생각들. 물론 제일 궁금한 것은 마지막의 나오는 '궁극의 선물'이지만.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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