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집에 가는 길 공항에서 거울을 본 순간

by 서기

제주도에 살다 보면 나의 겉모습에 무신경해 질 때가 많은 것 같다. 이웃에 사는 친구들이 카페에 가자더니 갑자기 화장을 하고 옷을 갈아입는 모습을 보고 갑자기 지겨워지고 동시에 비교가 되면서 카페 나들이가 부담스러워진 적도 있다. 주변의 다른 사람을 안 보거나, 내 모습조차도 안 보면 괜찮은데, 갑자기 거울을 보거나 남들과 비교하는 순간이 오면 갑자기 현타 같은게 올 때가 있다. 나는 시골에 살고, 출퇴근을 하며 많은 사람을 만나는 것도 아니라서 내가 사는 지역에서는 그럴 일이 적은데, 가장 신경이 쓰이는 순간은 집에 가려고 혹은 일이 있어 육지에 갈 때이다.

한 번은 강남역에 내려서 집에 가는 버스를 타려고 걷다가 쇼윈도를 보고 급히 미용실을 찾아간 적도 있다.

그 때는 3년 쯤 전이고, 보다 최근의 기억으로 오면 공항 화장실에서 흰머리를 보고 깜짝 놀라 족집게를 사서 흰머리를 뽑고 간 일이 있다. 눈에 보이는 걸 거의 다 뽑았을 무렵 이제 엄마 아빠도 눈이 어두워져 내 흰머리는 보이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미쳤다.

가끔 엄마는 오래만에 본 내가 예쁘다고 하다가도, 안경을 끼고는 피부에 뭐가 이렇게 생겼냐며 놀랄 때가 있다.(여드름이 난게 아니다.)

엄마, 아빠가 나이 드는 만큼, 내가 나이 들고, 내가 나이 드는 만큼 엄마 아빠도 나이 든다. 그리고 나이 드는 일은 익숙해 진 것 같다가도, 공항 화장실에서 만난 흰머리처럼 갑작스럽고 반갑지 않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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