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결혼하지 않고 살고 있습니다.

by 서기

글로 남기고 싶은 일이 많았고, 몇 번 쓰기도 했는데, 마무리를 하지 못했다. 연말이 지나갔고, 새해가 밝았다. 브런치 연재 알림은 계속 오고 있다.


얼마 전 ‘결혼하지 않고 살고 있습니다’라는 주제로 글을 쓰다가 멈춰 있는 것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해서, 새롭게 발견한 불쌍한-이 단어를 쓰고 싶지 않지만 다른 말이 생각이 안 나다.- 강아지에 대한 이야기로 전개되는 글을 쓰다가 말았다. 크리스마스 다음날 쓰던 글이었는데, 오늘 그 글을 이어 쓰려고 하다가 못 할 것 같아서 새롭게 쓰고 있다.

지난해 마지막 날 이후로 그 강아지들을 보러 가지 않고 있다. 그래서 그때의 감정을 다시 불러일으키기가 쉽지 않다. 2026년 1월 1일부터 날은 많이 춥고, 강아지들은 걱정이 되지만 내가 그 강아지들을 끝까지 책임질 수 없다는 결론, 그리고 보고 와서 마음이 나아지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가서 보지 않고 있다. 그 강아지들을 보러 가는 대신 나를 더 바쁘게 하는 다른 일을 찾는 것이 올해 초의 목표이다.

재작년 초에 쓰던 글은 철장에 갇혀 있던 럭키와 비키를 만나면서 멈추게 되었다. 어떤 이들은 시골에 묶여 있는 강아지들의 환경을 점차적으로 개선해 주면서도 자기 사업도 하고, 컨텐츠도 만들고 하던데, 나는 그렇게 끝까지 할 수 없을 것 같아 지레 겁을 먹는다.


바람 소리가 창을 때리는 제주 시골에서 밖에 묶여 있는 강아지들을 생각하면 집 안에 앉아 글을 쓰는 일이 아주 쓸모없는 일처럼 느껴지고 괴롭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는 강아지들을 찾아가지 않고 내가 하는 일을 가치 있다고 느낄 수 있도록 애를 쓰며 살아가 보려고 한다.

브런치에 글을 쓰는 것도 그중 하나가 될 수 있겠다. 이 연재를 시작한 게 벌써 2년 전인데, 그 사이 개를 구한 것 말고는 이렇다 할 변화는 없다. ‘결혼하지 않고 살고 있습니다’에서 달라진다면 ‘결혼을 했습니다’ 또는 ‘헤어졌습니다’ 일 것 같은데, 둘 다 일어나지 않았다. 그대로 ‘결혼하지 않고 살고 있습니다.’ 다.


일상은 나름대로 다채로웠다. 이번 편에 써야 할 주제는 ‘여기도 강아지가 있네’였는데, 그렇게 만나게 된 강아지, 그리고 그녀가 낳은 아기 강아지 둘을 구조해서 입양을 보냈다. 아기 강아지들을 먼저, 그리고 어미 강아지 라라가 작년 봄에 캐나다로 출국하면서 내가 구조한 마지막 강아지까지 모두 입양을 보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이후로는 다시는 구조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고, 동네 묶여 있는 강아지들에게 가끔 먹을 걸 챙겨주고, 너무 더울 때나 추울 때 조금 덜 하게 해 주는 정도로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얼마 전 다른 강아지들, 게다가 아기 강아지까지 나타나 마음을 아주 심란하게 해서 괴로웠으나 결국은 이렇게 집에서 글을 쓰겠다고 마음을 다잡은 것이다.


글쎄, 다른 사람이 키우는 강아지들의 불행이 뻔히 보이는데 외면하는 감정에 대해 언젠가 글을 쓸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다만 나는 몇 번 밥을 갖다 주고, 필요한 조치들을 취해 주고 하다 보면 결국엔 그 강아지를 그 환경에서 벗어나게 해 주지 않고는 그 일이 끝나지 않을 것인데, 그렇게 하는 일이 내 삶을 유지하기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내가 노력한다고 해서 꼭 일이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을 수 있다는 것도 많이 느꼈다. 재작년(2024년 글이 멈춘 이후)에 개들을 구조하면서 그런 위기를 많이 경험했다. 그전까지, 그리고 그때까지 운이 좋아서 개들을 무사히 구조하고 입양을 보낼 수 있었다. 내 운이 더 이상은 따라줄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결혼하지 않고 살고 있’는 동안 ‘결혼’이라는 걸 생각할 겨를이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올해도 역시 다짐은 ‘하루하루 열심히 살자’는 것 외에 다른 게 없다. 새롭게 일을 시작한 것도 없고, 여전히 내가 앞으로 무슨 일을 하면 좋을지 명확하지 않다. 공연을 계속하고 싶은지, 숙소 운영을 더 잘해서 사업처럼 하고 싶은지, 할 수 있는지, 아무것도 정하지 못 한 채 마흔이 되었다. 아니 지났다.


매번 같은 고민만 하고 있는 것 같아서 남들 보는데 글을 올리는 것도 무용하고 지겹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런데 내가 할 수 없는 일을 갑자기 할 수 있게 될 리도 없고, 일단을 할 수 있는 일을 지겨워도 하는 것 밖에는 달리 떠오르는 수가 없다. 이런 나를 나라도 답답하지 않고, 지겨워하지 않으며 열심히 보듬어서 살아가 봐야지 뭐. 그러다 보면 가끔은 좋은 글도 쓰게 되고, 재밌는 일도 하게 되고 그러지 않을까. 2년이 지난 새해에 이렇게 똑같은 글을 쓰면서 다시 시작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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