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브레드포드 개인전
아모레퍼시픽 미술관
2019년 퇴사한 다음날 바바라 크루거 전시 보러 아모레퍼시픽 미술관을 방문했었다. 6년 만에 왔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멋지다. 디자인 에이전시를 다닐 땐 아모레퍼시픽이나 현대카드 같은 대기업 디자인 부서의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는 버킷리스트도 있었고, 많은 친구들이 로망 하는 기업을 원했었다. 그래서 20대의 막연한 목표는 대기업의 잘 나가는 유명 디자이너였는데, 막상 에이전시 경험을 해보니 내가 생각하는 디자이너와 사회가 원하는 디자이너는 다르다는 걸 빨리 깨우쳤다.
61년생, 추상회화 작가. 작품은 바바라 크루거처럼 시대성이 들어가 있어서 전체적으로 어두운 작품들이 많지만, 오히려 이런 작품들은 그 의미가 명확해서 나름 이미지의 뜻을 추측해 볼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정말 어려운 건 현대미술이다. 해설서를 봐도 도무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자세히 보면 연도가 적혀있다. 철도 시간표 (Time table) 형식으로 언뜻 봐도 무언가 기록한 데이터 느낌의 작품이다. 내가 처음 타임테이블이란 걸 안 시기도 2012년쯤이고,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이탈리아 로마로 가야 되는 상황이었는데 새벽 열차를 타고 부랴부랴 제일 낮은 등급 클래스 좌석에 앉아 한 겨울에 부들부들 떨며 국경을 넘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막연하게 나와 같은 비슷한 피로감을 갖고 흑인들이 이동했으려나 싶었다.
드랙퀸 뜻을 여기서 알게 됐다. 최초는 아니나 드랙퀸의 존재를 사회에 알린 인물이라 한다. 사진으로 처음 봤는데 신기했다. 드랙퀸의 뜻은 여성 분장을 극대화하여 예술성을 표현하는 남성들이라고 한다. 약간 뮤지컬 킹키부츠가 드랙퀸 느낌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킹키부츠 한국판 롤라 노래 정말 잘 부른다.
작품은 주로 콜라주 형식이 많았고, 앤드페이퍼라 하여 미용실에서 사용하는 펌 용 종이를 태워 붙인 작업물이 많았다. 이유는 어머니께서 젊은 시절 미용실에서 일하셨던 모습에 영향을 받아 작품으로 승화했기 때문이다. 생계를 미용업으로 유지하셨을 거고, 흑인이었으니 인종차별, 계급주의, 빈부격차는 일반 백인보다 배로 받았을 테니 앤드페이퍼는 작가의 메타포가 될 수밖에 없었을 것 같았다.
전시를 고요하게 바라볼 수 있어서 좋았다. 사실 난 작품을 해석하는 데 문외한이라 무언가 깊이 분석하진 못한다. 그렇지만 이렇게 뭔가를 조금씩 새롭게 보고 관찰하는 게 자연스러운 일상이기도 하다. 특별히 작품 보는 일이 이벤트가 아니기도 하고, 요즘 유행하는 단어로 말하자면 '아비투스'다. 아비투스는 habits의 습관이라는 뜻과도 연관되어 있다. 습관은 누적된 행동 양식이다.
아직 꿈에서 깨어나고 싶지 않은데, 일장춘몽은 12월 31일 까지고 이때 마차 타고 새해맞이하러 가야겠다. 시간 너무 빨리간다.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