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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희정음, 사이 찻집

연희동 가볼 만한 곳

by borderless

연희정음

김중업 X 르코르뷔지에 건축사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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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정보를 찾다 보니 알게 됐지만 김중업은 한국 근현대 건축가로 3년은 일본의 건축사무소에 실무를 익히고, 한국과 프랑스를 넘나들며 국내외 건축물을 설계한 사람이다. 우리가 알 수 있는 건축물로는 명보극장, 서강대 본관, 주한프랑스대사관 등이 있다. 그리고 왜 김중업이 르코르뷔지에와 연계가 있을까 했는데, 르 코르뷔지에 건축사무소에서 수업도 했지만 그로부터 가르침도 받았기 때문이었다.



명보극장은 1957년에 개관하였으나 2008년 폐관하였고, 그 이후로 '명보아트홀'이란 이름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런데 사이트를 보면 영화관 역할을 하고 있진 않은 상태다. 이런 모습을 보면 아쉽긴 하다.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공간은 현대식으로 재구성도 필요하고, 관리가 들어가야 하는데 그런 것들이 지속되지 않는다. 그래서 현실에서는 역사와 미감을 되짚어 보는 것 자연스럽지 않다. 우리가 흔히들 말하는 '감도'라는 게 예술 전공자만이 가능한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부분들은 문화가 스며든 상태를 오래 향유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생길 테니까. 그렇기에 미감은 특권층만 누릴 수 있는 취향도 아니다. 나만의 독특함이 어느 나라에서는 아주 평이한 수준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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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에서 바라보면 목욕탕 느낌이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유럽이 펼쳐진다. 잡식성 문화 집합소랄까. 아치형 문과 창틀, 나무로 된 천장과 노출 콘크리트, 나선형 계단 등 어울릴 것 같지 않은 텍스쳐들인데 얼기설기 스며들어있다.


예상보다 방문객들이 많았고, 못 본 사이에 연희 골목에 못 보던 브랜드들도 많이 생겨났다. 매서운 칼바람을 뚫고 르코르뷔지에를 누가 볼까 싶지만 많은 친구들이 작품을 보러 온다. 그런 모습을 볼 때, 점점 한국도 예술이 일상화가 되었으면 하지만 아직은 파편적이다.


작품들을 보니 일전에 이타미준 작품과 비슷한 느낌도 받았다. 기와 형식과 곡선미를 다룬 지붕도 있고, 모양은 서구식이지만 텍스쳐만 다르게 주는 경우 등등. 동양과 서양의 건축 양식이 섞일 땐 곡선의 요소가 들어간다. 처마, 기와, 한복, 배산임수의 산 등성이에서 보이는 자연스러운 선들을 딱딱한 건축물에 넣은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직선에 곡선을 넣는다는 게 구조적으로 쉬워 보이진 않지만 섞이면 오묘하다.

동료와 함께

천장에 샹들리에는 어울리지 않는 조합 같아도 나름 매력이다. 나선형 계단의 곡선과도 어울리고 나무 계단 그리고 금속 철제로 만들어진 계단 기둥까지 현대식 아파트에서는 볼 수 없는 구조이지만, 베를린의 미술관에서 이러한 계단 구조를 마주한 적이 있다. 그래서 해외에 나가면 작품뿐만 아니라 인테리어나 건물 자체를 보는 것도 흥미롭다.





사이

연희동에 와서 새롭게 바라봤던 건 '찻집'이 꽤 생겼다는 점. 예전에 1-2곳 정도였지만, 이제는 4-5곳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보통 원테이블이 많고 회전율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 같은 구조 같지만 반대로 이유를 떠올려보면 커피와 차 세트의 부피가 다르다. 커피는 한 잔이면, 차는 세트로 잔, 접시, 망, 차 주전자까지 여러 집기들이 딸려 나온다. 그래서 오히려 좁은 테이블 구조는 불편할 수 있겠다 싶었다. 실제로 일본의 코메다 커피나 지하철 카페는 간격이 상당히 좁아서 거의 반 강제적으로 조심성을 기르게 된다. 그래서 테이블이 넓고 통로가 좀 넓으면 그나마 물 엎지를 일이 좀 덜하다.


동료와 차 한 잔

주문한 호지차와 와가시. 와가시는 일본식 전통 화과자다. 사실 화과자는 일상에서는 보기 힘든 디저트인데, 온라인몰에서는 일본 제품들을 업로드하여 판매를 하다 보니 자연스레 일본 간식에 관심이 생겼다. 와가시는 밤, 팥으로 속을 만들고 찰흙처럼 모양을 빚어낸 간식이다. 일본식 전통 디저트도 종류가 여러 개가 있는데 양갱과는 다르다. 과하게 달지 않아 밋밋한 차와 잘 어울린다. 차는 백차나 호지차, 아님 블렌딩 차를 찾게 되는데 아직까지도 생소한 주제이고 무엇보다 값이 비싸다. 보통 12,000~16,000원은 훌쩍 넘는다. 값이 낮아지면 대중화가 될 수 있을까. 그건 또 아닐 것 같다.


별개의 카테고리이지만 러닝이 대중적인 스포츠가 된 이유를 찾아보면 비용이 들지 않고, 환경에 구애받지 않으며 자유롭다는 점. 그렇기에 커뮤니티 형성이 비교적 쉽고 확산성도 크다. 러너는 뛸 수만 있다면 인종적, 국가적 경계 없이 해외에서도 가능한 취미다.



이런 걸 비교해 보면 기호식품도 간편하면서 상업적이고 일반 소비자들이 지불 가능한 범위일수록 대중화가 더 쉬워진다는 건 맞다. 차가 커피만큼의 도파민이 생기기엔 여전히 한국 사회 정서와 닿기 어려운 지점이 있다. 느리면 도태되고 철저히 외면받는 사회에 놓여있는 청년들에게 값비싼 차를 음미할 여유가 있을지 말이다. 물론 문화적으로 일상화되어있지 않는 것도 있겠지만, 여러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차를 마신다는 것이 여전히 고급화된 혹은 여유로운 사람들의 취미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그런데 내가 요즘 들어 느끼는 차는 도태되지 않을 수 있는 상태(혹은 불안하지 않은 상태)여서 마시는 것이 아니라, 깨어있는 상태(나의 길을 갈 수 있는 상태)여서 가능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삶이 아무리 바빠도 '차'와 같이 느리게 가는 것도 즐길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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