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orderless Sep 13. 2021

을지로 잔, 바하마스 커피바

을지로 잔

코로나 터지기 전 모습
겨울에 친구와 뱅쇼 2잔

공간 잔은 2년  친구의 추천으로 알게 됐다. 음악 선곡도 좋고 공간에 노래가 넓게 울려 퍼져 몽롱하다. 건물이 많이 헤져 헐겁다는 생각이 들면 무서울 때도 있지만, 카페 이름처럼 내가 고른 잔으로 음료를 마실 수 있는 재미가 있다.


방문하지 못한 지 2년이나 지나 요즘은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코로나 터지기 전엔 주말에 빈자리가 없을 정도였다. 조용히 시간을 보내고 싶으신 분들은 평일 오후나 저녁에 가는 걸 추천드린다. 나는 평일 오후고 저녁이고 갈 시간이 잘 안 나서 가고 싶은 이 생기면 주말을 기다린다. 온전히 쉴 수 있는 시간이 길지가 않은데 시간에 너그러워지는 날이 많으면 그만큼의 대가가 기다리고 있는 듯하다. 당장 급하게 배워야 하거나 처리할 일이 있는데 중요한 걸 뒷전으로 미루면 추후에 문제가 생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휴일일주일에 적어도 3일은 돼야 한다고 생각한 이유가 전 직장은 출근 시간만 1시간이 반이 넘어 매일매일 피로가 누적됐다. 연차가 9일이었는데 누가 보면 한 20일은 있는 것처럼 쪼개서 쉬었으니 인스타그램에서는 얼마나 하릴없이 보였을지 모르겠다. 시간이 여유로워 노는 사람으로 생각했을 수도 있고.


지금은 일을 완전히 오프모드로 하기 어려워 아쉽고 일하는 시스템을 개선하려고 하고 있다. 내가 지키려는 휴식 룰은 주말 중 하루는 일 외에 다른 것들을 시도하거나 조금이라도 걷고 하늘도 좀 보고 나무가 많은 곳에 들어가 자연을 느끼는 것이다. 행복에 대한 의무감 없이 일상에서 소박하게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하면서 살고 싶다.


세공사의 작업실

이 날 만난 친구가 갑자기 반지를 하나 사고 싶다고 해서 반지 둘레를 줄여주는 곳까지 갔다. 처음 보는 광경이라 신기했는데 한낮에 오래된 수리방을 보니 다른 세상에  있는 것 같았. 


제대로 빈티지

을지로 건물들은 계단 면이 좁고 길이가 높다. 아주 어렸을 때나 볼법한 모습인데 오래된 것들이 남아있는 걸 보면 마음이 이상하다. 세공사의 작업실에 들어가니 빛바랜 의자와 반지 달구는 기계, 천창에서 외벽을 향해 뚫린 환풍 통로가 눈에 보였다. 고된 세월의 흔적이 보여 자연스레 부모님이 생각났다.



바하마스 커피바

주변에 나무가 있어 예쁨

우연히 인스타에서 보고 동네에서 멀지 않아 와 본 공간이다. 어디를 가든 똑같은 조건이라면 책이 있는 곳을 선택하는 편인 것 같다. 필수 선택 사항은 아니라서 유동적이지만 평균적으로는 그렇다. 공간에 몇 가지 매거진들이 있으면 책도 보면서 쉴 수 있겠구나 하는 기대를 갖고 간다.



한 모금 먹고 못 먹은 커피

요즘 좀 이상하게 카페인이 몸에 잘 안 받는다.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아주 조금만 마셔도  좋은 반응이 온다. 쉬러 온 거였는데 자리가 없어서 금방 나와서 아쉬웠다. 요즘은 서울 시내에 조용히 쉴만한 공간을 찾기가 어렵다. 인스타그램에 홍보된 공간들은 금세 공간이 차 버리고 조용히 볼 수가 없어 유명한 곳보단 사람이 없는 곳을 찾게 된다.



운동 기록 겸 강아지 사진


유독 운동하기 싫은 날이 있다. 그냥 계속 누워 있고 싶고 귀찮은데 어제 운동하기로 했으니까 한 시간 채우고 들어왔다. 집으로 들어가는 길에 우유 사러 편의점에 갔다가 귀여운 강아지도 봤다.

사진은 꼬마친구에게 허락받고 찍음 (어린이 사진은 초상권 침해로 무단 도용하지 말아주시고 예쁘게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처음엔 인형처럼 너무 가만히 있길래 뭔가 했는데 강아지가 너무 착하다. 진짜 저러고 미동도 없이 앉아 있다. 오늘은 정말 아무것도 안 하고 싶은 날이었으나 운동도 하고 귀여운 친구들도 봐서 힐링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맥파이앤타이거티룸, 보마켓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