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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여행집

세 번째, 베를린 여행사진 꺼내보기

추억은 방울방울

by borderless

추석 연휴가 길어서 좋다. 평일엔 글 쓸 시간도 없고 하루하루 닥친 일들을 해내는 느낌이라 길게 사색할 시간이 부족하다. 글을 쓰면 좋은 점은 스스로 감정을 정리할 수 있고 쓰면서 차분해질 수 있다. 오랜만에 긴 연휴라 가보지 못했던 공간도 둘러보고 새로운 게 더 이상 뭐가 있겠냐며 회의적인 마음으로 있었는데 또 둘러보면 나름 새로운 것들이 있다. 물론 여행에서 느껴지는 것만큼의 새로움은 아니지만.


숙소 근처 아인슈타인 카페

생각보다 조용해서 좋았고 커피도 세지 않았던 아인슈타인 카페. 기억에 많이 남는다. 사진 속 모습이 2019년 10월인데 곧 2021년 10월이라니. 2년이 흘렀고 그 사이에 많은 일이 있었다. 내 삶에 충실했고 코로나 검사를 2020년에 한 7번을 받았고 모두 음성이었다. 평소 같았으면 약간의 미열이 있어도 푹 자고 일어나면 되겠지 하며 지나쳤을 텐데 코로나가 터지고 나서부턴 덜컥 겁이 났다. 코로나면 어떡하지부터 내일 일은 어떻게 해야 되는 거지까지. 아픈 만큼 성장한다고 어디서 그런 말은 들었던 것 같은데 나는 아파도 너무 아팠다.



베를린에서 단풍을 볼 줄 몰랐는데 사람 사는 곳은 다 비슷하구나 싶다. 아마 이번 10월도 이렇게 노란 단풍이 집 앞을 가득 채울 거다. 은행 냄새를 피해보겠다고 빈 거리를 깡충 거릴 테고, 이쯤이면 또 다른 일을 배우고 뭔가 열심히 하고 있을게 눈에 훤하다. 항상 그래 왔고 그냥 익숙하다.


반호프 미술관이었던 것 같은데, 사실 현대미술을 잘 몰라서 크게 공감이 되진 않았다. 대신 작품 설명 문구를 봐야지만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는 정도였지. 너무 이해가 안 되는 건 좀 힘들지만 새로운 건 좋다.


이건 바바라 크루거 작품이었던 것 같고 잡지사에서 일을 해서 편집물을 오리고 붙이는 형식의 작업을 했다는 것만 기억난다. 개인적으로 폭력적이거나 우울한 작품은 안 좋아한다. 대학 1-2학년 시기에는 사회 비판적인 내용을 담은 것들도 좋아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이미 너무 아는 현실이라 상투적으로 느껴져서 감동이 적다. 물론 역사적으로 충분히 가치 있는 작품이다.


전시장이 정말 컸다. 저 끝까지 가야 입구가 나오고 오른편이 다 전시장이다. 스스로 약간 안타까운 게 있다면 서양화를 전공했지만 미술사에 대해 잘 모른다ㅎ 창피하지만 그렇다. 머리가 좋은 편이 아니라서 외울 수가 없다. 미술 전공을 했는데 정작 그림과는 거리가 있는 삶을 살고 있으니 사주는 잘 안 믿지만 길거리 사주 아주머니, 할아버지께서 말씀해 주시기로는 대체적으로 못하는 게 없고 학교나 공직에 있어야 된다고 했는데 솔직히 그 얘기 들었을 땐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기억나는데 20대 중반이었나 정말 아무것도 없는 상태였는데 한 할아버지께서 뭐든 다 잘하는 사람이라고 말해주셨었다. 그때도 마음에 와닿진 않았다. 왜냐면 아무것도 배운 게 없다고 생각해서 뭘 잘하는지도 모르는 상태였다.


그냥 그런 말들은 좋은 것만 듣고 내 스스로 열심히 살아야되는 것 같다. 열심히 살지 않으면 기회는 없다고 생각한다. 성향적으로는 도와주는 걸 좋아해서 말년까지 아이들 가르치면서 선하게 살고 싶다는 마음은 항상 갖고 있다. 무소유까진 아니어도 반소유하며 도우면서 살 수 있을 것 같다.


건물들이 너무 예뻤고 왜 한국에는 없는 건가 싶었다. 중간중간 건물 사진을 많이 찍었는데 날씨가 생각보다 흐린 날이 많아서 저렇게 색상을 칠한 건가 싶기도 했다.


브란덴 브루크... 정말 사람 많았다. 독사진 남기기가 어려웠는데 동생 덕분에 사진도 남기고 고맙다.


돗자리 없이도 잘 앉는 분들. 자유로워서 좋았다. 잔디를 좋아하는데 모기만 없으면 돗자리 펴고 음악 틀어놓고 사람 없는 곳에서 쉬면 제격이다. 거기다 사과 한 알, 샌드위치 반 쪽, 음료 한 병이면 더 좋을 것 같다.



이 음식을 내가 주문해놓고 너무 놀라가지고. 이게 뭔가 했다. 솔직히 좀 징그러워 보여서 동생이 먹고 싶다고 해서 시키긴 했는데 적잖이 당황했다.



집으로 가는 길이었는데 동생이랑 너무 돌아다녔더니 당 떨어져서 한 5시-6시 사이에 카페에 들어갔다.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오붓하게 커피 한 잔 하고 계셨고 이 시간대에 함께 마시는 커피가 익숙해 보이는 노부부였다.


진짜 창문 열면 딱 이 모습이라서 너무 예뻤는데 아무리 봐도 너무 먼 일 같지가 않다. 에어비엔비로 예약한 방이라서 기대를 안 했는데 1박 2일 동안 머문 호텔보다 더 좋았다. 침대가 편해서 잠도 잘 왔고 이불도 따뜻하고 오히려 호텔은 디자인은 예뻤는데 방이 좀 추웠다. 유럽 여행 가면 벽면에 난로 파이프가 있는데 겨울에 가면 정말 춥다. 입 안 돌아가면 다행임.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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