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은 방울방울
어릴 땐 교회에서 찬송가도 부르고 어린이 예배 반주자도 했었는데 지금은 어떻게 쳐야 되는지 기억이 안 난다. 그때는 피아노 치는 걸 좋아했고 지금도 음악은 좋아한다. 예술이 한국에서는 경제적으로 비 인기 종목이긴 하나, 만약 삶에 음악과 미술이 없다면 지루할 것 같다.
https://www.youtube.com/watch?v=97_VJve7UVc
'달빛'이라는 곡을 좋아했다. 글 쓰면서 오랜만에 듣는 것 같다. 초등학교 때 첫 장만 기웃거리다 끝내 완주 못했던 곡인데 고요하고 음이 예쁘다. 어릴 때 피아노를 배우며 깨달은 건 이미 손가락이 굳어버렸다는 것과 복잡한 악보를 볼 정도로 똑똑하진 않다는 것이었다. 그때도 사리분별은 명확했다. '아. 이건 내가 절대적으로 잘할 수 없는 영역이다. 내가 잘하는 걸 하자'라고 그래서 선택한 게 미술이다. 그림은 피아노 치는 것보다 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베를린 여행기에는 안 넣었던 브랜드인데 르 라보 Le labo라는 향수 브랜드다. 한국에 입점돼 있는 것도 봤는데 베를린 거리에서 봤던 느낌하고 많이 다르다. 향수를 많이 쓰는 타입은 아니지만 향수에 쓰이는 언어는 예쁘다.
https://www.lelabofragrances.com/
카페 겸 레스토랑이었던 것 같은데 가보고 싶었지만 못 간 공간이다. 지금은 있으려나 해서 구글에 찾아보니 아직 있다!
https://www.theklubkitchen.com/menu
색깔이 조화롭던 베를린. 1년 정도 살아보면 어떨까 하는 헛된 희망도 잠깐 꿨다. 레스토랑은 비쌌지만 식료품비가 저렴하고 동네도 조용하고 공원도 많고 근처에 책방도 있겠다 살기에 나쁘진 않을 것 같았다. 정작 살아보면 힘든 점도 있겠지만. 유학 다녀오신 분의 말로는 유학생활이 굉장히 외롭고 힘들다는 얘기는 해주셨다. 체력도 있고 근성도 있어야 되는데 그걸 견뎌야 한다고. 난 그들에 비해선 용기가 없었나 보다. 한 편으론 부러움이 있다. 차라리 어린 나이에 다녀왔다면 좋았을 텐데 시기를 놓쳤고 가보지 못했던 세계에 대한 동경의 의미로 영어를 바라보다 보니 나이가 들어서도 영어는 조금 할 줄 알면 좋지 않을까 싶은 거다. 윤여정 배우처럼 나이가 들어서도 위트 있는 대화를 할 줄 알면 멋있을 것 같다.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마틴 루터 킹이라는 목사가 다녀갔던 교회라고.
알고 지내는 귀여운 동생이 맛보라고 해서 가본 zeit fur brot 빵집. 사람이 정말 많았고 야외 벤치에 가족단위로 오손도손 앉아 먹는 분들도 볼 수 있었다. 타지라고 동양인을 특이하게 볼 것 같았는데 막상 가보니 그런 시선은 못 느꼈다. 다 각자 인생 살아가는 모습이랄까.
이날 너무 피곤했다. 다크서클은 손으로 가려버림.
예쁜 매거진 표지들. 해외 매거진들은 폰트가 작다. 레이아웃이나 스타일은 참고할 수 있어도 해외 매거진처럼 따라 하면 한글은 가독성이 떨어진다.
그라데이션 된 단풍잎이 예뻐서 사진으로 남겨놨다.
요즘 자주 떠오르는 문장이 있다면 Show must go on. 이 말이 어떻게 들리냐면 no matter how we go through hardship in our lives, show must go on. 쇼는 계속돼야 한다는 말이 잔인하다.
뒤뚱뒤뚱 귀여운 아기 뒷모습. 서울에서는 보기 힘들지만 걷다 보면 트램이 있어서 신기했다. 대신 파업도 잘해서 타다가 중간에 내리면 다음 장소로 갈 때까지 한 참 걸어야 된다. 한국에서는 택배 파업을 자주 하는데 내 생각엔 임차인 파업을 해도 좋을 것 같지만 요즘 집 값 보면 답이 없다. 택배 파업은 택배기사님들이 안 계시면 기업에서 운영 자체가 안 되기 때문에 의견 조율이 가능하지만 임차인 파업은 소용없을지도 모른다. 총파업을 한다 하더라도 몇 달간 운영을 안 하면 모든 부담은 임차인이 떠안게 된다. 물론 융자를 떠안은 임대인도 은행에 빚을 못 갚으면 손해겠지만.
벽면에 붙은 종이들은 클럽, 공연 홍보 포스터다. 낮이라 괜찮아 보이지만 터널을 지나가면 쾌쾌한 냄새가 가득하다. 밤에는 절대 못 올 것 같은 비주얼이라 사진으로만 남겼다. 공간을 보고 조용히 휴식하는 걸 좋아하는데 여러 공간을 다녀도 새로움을 잘 못 느끼게 되는 건 문화적 카피가 없어서 그런 것 같다. 설령 그게 카피라 할지라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는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