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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여행집

여섯 번째, 베를린 여행 사진 꺼내보기

추억은 방울방울

by borderless

문화의 양조장이라고 해서 저녁 시간에 갔어야 됐는데 시간을 잘못 알았다. 아무것도 못 보고 그냥 나와버려서 좀 아쉽긴 했지만 맥주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서 다시 가보진 못했다. 독일에서 한국식 막걸리를 판다고 했으면 갔을지도 모른다.


뭔 말인지 몰라도 읽어보려 할 때가 있고 모르는 게 많을수록 많이 말하지 않을 수 있는 장점도 생긴다. 열심히는 살되 남들에게 보이는 것에 치중하지 않고 나대지 않는 삶을 지향한다.



몇 번 내가 찍어달라고 해서 "누나 그만 찍어 달라고 해"라고 하긴 했다.ㅎ 동생은 아직 그 나이대에는 잘 알 수 없는 것들이 있어 미성숙한 모습도 있지만 성품이 순수하고 정이 많고 배려심이 깊다. 언젠가 나에게 멀티탭을 사줬는데 동생에게 "나 이거 진짜 필요했는데 너 어떻게 알았어?" 하니, "누나한테 지금 이게 필요할 것 같았어"라고 말한다. 내 사무실을 본 동생은 나에게 전선이 필요해 보였나 보다. 미처 생각지 못했던 선물이라 고마웠고 동생은 세심한 면이 있다. 나는 작은 것에 감동을 받곤 한다. 본인의 경제적 상황에 맞춰 물건을 사줬다는 것과 허세 없는 것도 좋다. 나이가 먹으니 유머 코드나 취미가 잘 맞아 동생은 가끔 친구 같다.


그래서 동생이 남겨준 사진



더반 카페에 가니 로스팅 기계도 있고 포대자루가 가득했다.


손님에게 딱히 관심이 없어서 좋았다. 구매를 해달라는 독촉도 없고 그렇다고 주문을 다급하게 하는 사람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


더 반(THE BARN)에서 동생이 찍어준 사진

바쁜 일이 없을 땐 한적한 공간에서 혼자 사색할 때가 더러 있다. 퇴근 후나 쉬고 싶을 땐 머릿속 잡념을 잠깐씩 비워두려고 노력한다. 인간이 기억을 망각하는 것처럼 생각을 스위치처럼 꺼버릴 수 있는 제어능력도 있으면 좋을 텐데. 나한테 사색이라 해봤자 조용히 멍하게 있는 일이 다지만 평일 중에 계획 없이 멍하게 있는 시간이 거의 없기 때문에 생각의 공백이 휴식이다.


쉴 수 있는 공간에 있을때도 편안함을 느끼지만 사람도 남들이 보지 못하는 나의 내면을 아는 사람이 편하다. 친해지려고 억지로 서로의 공통점을 찾아 교집합을 만들고 싶진 않지만 친해지고 싶은 사람의 유형은 대체적으로 비슷하다. 공통적으로 좋아하는 유형은 약자에 대해 측은지심을 갖고 있고 정신적으로는 성숙한 사람. 남녀불문 이성관계가 복잡하여 구분 없이 사시는 분은 피하고, 거짓말하는 사람을 싫어해서 약속을 쉽게 어기는 사람들과는 관계를 안 맺는다. 행동이 없고 진실성이 결여된 사람은 신뢰가 생기지 않아서 연을 이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잘 안든다. 그래서인지 아직까지는 거짓말로 관계가 틀어지는 일은 없었던 것 같다. 다만, 사람 간에 멀어지는 건 때론 이유 없이 끝나버리기도 하고, 시절 인연이라고 해서 그 시기에만 교집합이 생기는 사람도 있고, 서로 바빠서 멀어지기도 하니 틀어지고 멀어지는 이유도 각양각색이다.



더반 메뉴판

몇 일 전 카페쇼에 더 반이 참가했다는 걸 우연히 알게됐는데 참 커피가 난리다. 원두 가격도 올라간다고 하던데 오를대로 오르면 집에서 만들어 마시는 문화도 생기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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