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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여행집

우이동 1박 2일 여행

백 년 고등어 1750, 카페 산아래 (2025_0913)

by borderless

어머니 생신으로 우이동으로 휴식 겸 아주 짧은 여행을 다녀왔다. 보통은 간단하게 식사하고 선물을 드리는 편이긴 한데, 금년은 자연과 함께 조용히 시간을 보내는 것이 어떨까 했다. 서울 시내는 아무리 좋은 곳을 찾아가도 답답한 경우가 많아 일부로 산과 계곡이 있는 곳을 찾았고 나쁘지 않았다.


백년고등어 1750

3인 모둠 정식으로 삼치, 고등어, 가자미 등 여러 생선 종류가 들어간다. 지극히 한식인데 소화가 잘 안 되거나 육류 식사가 부담스럽다면 점심으로 생선도 추천드리고 싶다. 4.19 카페 거리였고, 식사 마무리 후에 걸어 들어가면 계곡이나 카페가 조금씩 나온다. 우이동이 번화가도 아닌 데다 근처 인프라 형성이 잘된 곳도 아닐뿐더러 대형 브랜드 매장이 들어선 곳은 더더욱 아니기 때문에 무언가 구경하기 위해 갈 지역은 아니다. 그래서 볼거리보다 휴식을 찾는 사람들에겐 맞을 것 같다.


아마 저 높게 솓아오른 산이 북한산 같다. 내 희망 사항이자 기대 사항은 북한산 둘레길을 걸어볼까였지만 생각보다 오후 2시쯤 너무 더워서 걷는 것은 쉽게 포기할 수 있었다. 저 위로 쭈욱 들어가면 계곡이 나오는데 계곡길을 따라 음식점과 카페가 몇 개 더 나온다. 걸어가면 가겠지만 대부분 차량을 통해 이동하시는 분들이 대부분이었다. 왜냐면 도로 옆으로 도보길이 없다. 그래서 걸어서 올라가는 것이 좀 위험할 수 있다.



카페 산아래

카페 산아래는 안토 리조트 근처에 위치한 카페다. 1-2층으로 나뉘어있는데 우리가 간 날에는 공사 중이어서 1층에서 커피를 마실 수밖에 없었다. 가끔 인스타그램에 핫플로 나와서 가본 곳이긴 한데 예상했던 것과는 달라서 조금 실망했지만 한쪽 벽면이 통창이라서 단풍 시즌에 가는 것이 이쁠 것 같았다. 아무래도 근처에 볼만한 카페가 그리 많지 않다 보니 한 곳으로 몰리는 것 같았다.


요즘 나의 문제라면 커피를 마시면 안 되는 데 일주일에 2-3번 커피를 마신다는 점. 다시 좀 줄여야겠다. 공간은 사진에서 보이는 것보다는 좁은 편이다. 겨울에 오면 많이 추울 것 같고, 외벽이 유리로 되고 층고가 높은 곳은 단열이 잘 안 되는 경우가 많아 겨울철엔 웃풍이 돌고 한기가 생긴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방향이 계곡이 있는 곳이다. 물이 맑았고 계곡에 들어가고 싶었는데 미처 수영복이나 그런 부차적인 것들을 챙기지 못했다. 공간이 초록초록해서 좋았다. 어릴 땐 초록의 매력을 잘 몰랐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짙은 초록색을 좋아하게 됐다.


주문한 바닐라 라테, 시그니쳐 커피 음료, 흑임자롤이다. 커피 좀 샜다. 나처럼 카페인 약하신 분들은 원 샷 추천드리고 싶다. 커피를 마시다 보면 이게 내 몸에 맞는지 안 맞는지 반응이 오는 커피들이 있다. 어떤 커피는 굉장히 새고 진해서 컨디션을 떨어뜨리는 카페인도 있고, 또 어떤 커피는 자극되지 않아 속이 부담스럽지 않은 커피도 있다. 약배전과 강배전이냐, 드립이냐에 따라 카페인 함량도 달라서 나는 가급적이면 아주 아주 약한 커피만 마시는 편이다.


공간 내 향수도 판매한다. 무슨 향인지 자세히 맡아보지는 못했다. 향수 좋아하긴 하지만 수집할 정도의 애호가는 아닌지라 그냥 지나칠 때가 더 많은 것 같다. 다만 시향을 좋아해서 개인적인 취향을 배우고 알아가는 건 좋아하는 편이다. 한국에 'CHI 취'라는 한국 문화와 향을 담은 향수와 수공예품을 판매하는 브랜드가 있다. 처음 알게 된 건 장인들의 수공예품을 현대식으로 풀어냈다는 아이디어를 통해 관심을 갖게 됐는데, 추후 한국의 '갓'과 '기와' 같은 전통 메타포를 가지고 제품 브랜딩을 하여 판매하는 모습을 보고 재밌게 바라봤었다. 그런 한국의 정취를 담은 브랜드가 많이 없기도 하고, 아직까지는 브랜딩 할 수 있는 여지가 많으니까 말이다.


에스프레소 동결건조 커피 파우더

자세히 보진 못했는데, 이 제품은 동결건조 커피 파우더였다. 지금은 좀 시들해졌지만 한창 동결건조 가공식품이 유행한 적이 있다. 동결건조는 보통 애완견의 간식이나 건강식품에 적용되는 가공법인데 그게 젤리에도 적용되어 여러 상품들이 생산됐었다. 그리고 그 동결건조법을 이용한 제품들이 어디서 나왔을까 보니 해외의 유럽 이커머스 몰에서 판매하고 있었다. 겉은 바삭하고 안은 쫄깃한 식감을 가지고 있는데, 지금은 그 유행도 오래가지 못해서 관련 제품들의 생산이 사그라들었다.



왜 패스트 푸드에서 지속가능한 상품으로 가는가


여행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식품 이야기로 넘어가서 그렇긴 하지만, 가공식품의 신제품 출시 이후 생존 가능성은 생각보다 희박하다. 희박한 수준이 어느 정도냐면 빠르면 출시하자마자 반응이 없을 수도 있고, 한 달 이내에도 사장될 수 있다. 만약에 1차로 낸 신상품이 3개월 이상 판매가 대폭적으로 유지 됐다면, 판매되는 시점 부터 후속 제품 개발과 준비가 들어가야 된다. 왜냐면 그 3-4개월이라는 기간이 지난 뒤에 아주 빠르게 카피 제품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그리고 본 제품의 시장성이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상품 가치가 하락하게 되고 단가 하락이 되면서 B2C 시장에 제품이 널리 퍼지게 된다. 그래서 식품의 생명주기는 정말로 짧다. 가공식품이 아닌 자연식품이 더 짧은 건 당연한 이치다. 유통기한도 짧지만 정해진 유통기한 안에 판매를 하지 못하면 악성 재고가 아니라 폐기처분해야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식품 OEM은 상상보다 쉽지 않기에 현실적으로 판단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사업이나 제품 생산에 대한 환상이 없다. 수없이 버려지는 제품들을 보아왔고 그 패스트패션 같은 상품들을 바라볼 때마다 허무함이 깊었다.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도 알게 됐고 어쩌면 운도 따르고, 운영자가 머리도 좋아야 하기도 하고 말이다. 내 삶이 패스트패션을 원하지 않는데, 실제 시장의 룰은 패스트패션을 기반으로 하고 있을 때 괴리감은 커진다.


그래서 그러한 시장에서 일을 하다 자연으로 돌아가는 사업가들이 있는 것은 자연스러운 이치다. 왜냐하면 본질적으로 인간에게 쉽게 버려지고 대체되는 것이 큰 의미를 줄 수가 없다고 본다. 우리가 동시다발적이고 쉽게 대체가능한 사랑을 위한 결혼을 선택하지 않는 것처럼,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찾기 위해 물건을 만드는 경우가 많을 텐데, 그런 사람들에게 빨리 버려지는 제품들이 동기부여를 주기는 어렵다. 그렇기에 웰니스 푸드가 생겨나고 비건 화장품이 생산되고, 웰니스 라이프로 확장될 수밖에 없다. 그게 만약 HOW, WHAT, WHY가 정반합 을 하면서 상승곡선을 향해 올라간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테지만 쉽지 않기에 스스로 겸손해질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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