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의 여유

파퓰러스 커피,보난자,나노카페.더반

by borderless

베를린은 골목마다 카페가 잘 보여서 커피 마시기가 굉장히 수월했고 그중 보난자 커피 2곳, 반 로스터리, 카페 미테, 디스트릭트 커피, 파퓰러스 등 마음이 끌리는 곳 위주로 돌아다녔다.

베를린 가기 전에 여행 일정표는 만들지 않았다. 어차피 계획대로 가게 되지 않을 것이 뻔했기 때문에 조금 피곤하긴 했지만 그날그날 끌리는 대로 가고 싶은 한 곳을 점찍고 그 주변의 보고 싶은 곳들을 연결 연결하여 일정을 짰다.



Populus coffee

파퓰러스 커피

https://populuscoffee.de/

파퓰러스 커피는 북유럽의 독자적인 가족 사업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가족 사업인 만큼 오래 지속될 수 있는 가치와 관계를 위해 투명성, 질, 공정 무역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커피콩은 세계에서 제일 좋은 품질의 제품을 사용하며 로스팅을 할 때는 날 것 그대로의 향과 아로마 등이 충분히 베어 나올 수 있도록만 로스팅을 한다고 한다. 현재 파퓰러스에서 제공하는 커피는 EL Cerro-Peru, Fazenda IP(brazil), LPET-Barreto-colombia, Joyce-Costa Rica, Ortiz 2000 - Costa Rica, Cresencio-Honduras 이렇게 6종이다.

파퓰러스 커피는 두 여자 사장님이 운영하는 곳이었는데 우연히 책에서 읽은 내용이 있었다. 카페에 있다 보면 두 여자분이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며. 아니나 다를까 별생각 없이 커피를 마시고 있다가 정말 뮤지컬 음악도 아니고 샹송도 그 무엇도 아닌 노래를 부르는 게 아닌가. 그 순간 '아... 내가 제대로 왔구나.' 싶었다. 마치 두 비둘기가 알 수 없는 노래를 부르는 느낌이었고 그 덕분에 카페에 앉아있는 게 재밌었다.


매장 내부는 창가에 3-4명, 벽면에 6명, 매장 중앙에 5명가량 앉을 수 있는 공간이었고 어딜 가나 느꼈지만 손님들은 누구에게도 피해 하나 주길 원하지 않으며 조용히 본인만의 시간을 즐기는 모습이었다. 시끄러운 것보단 조용한 것을 좋아하고 아주 조용한 것보단 약간의 소음이 있는 공간을 찾는 사람들에겐 더없이 좋은 곳이다.


주문한 것들은 피넛 버터, 아메리카노, 카페라테 이렇게 세 가지였는데 시큼한 카페라테에 미친 듯이 달달한 쵸코라니 선택을 잘했다. 두터운 빵 안에 땅콩버터가 있었고 그 위에 꾸덕한 초코를 얹힌 타르트였는데 순식간에 뱃속으로 사라졌다. 말로 음식을 표현하는 건 한계가 있지만 굳이 사람들이 먼 유럽까지 길을 떠나 음식을 맛보는 이유는 우리가 이론적으로 상상하는 음식의 조화와 실제로 맛본 재료의 질감 차이가 크기 때문일 것이다.


파퓰러스 공간 내부 모습

NANO KAFFEE

나노 카페

https://nano-kaffee.de/collections/coffee

나노 카페는 2014년 사업을 시작하였고, 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독어로 되어있던 터라 페이스북 스토리를 참고하였다. 나노 카페에서 중요시하는 것은 재활용 가능한 제품을 사용하고, 100% 친환경 전자 제품을 쓰는 것이다. 또한 함께 일하는 직원들은 오랫동안 함께할 사람들과 일을 한다고 한다. 이와 함께 안정적인 급여, 유급 휴가, 질병 휴가 등 복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이러한 부분이 나노 카페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고 한다.

마신 커피 중에 제일 맛있었다고 생각되는 곳은 사실 나노 카페다. 평소 스타벅스에서 소이 라테를 자주 마시는데 베를린에서 마시는 소이 라테는 어떤 맛일지 궁금했고 언제나처럼 사장님께는 한 샷만 부탁했다. 소이 라테는 일반 우유 첨가보다는 조금 더 고소하고 뭔가 담백한 맛이 있는데, 나는 그 고소한 게 좋아서 항상 찾게 된다. 무엇보다 한 샷만 넣었기 때문에 쓴 맛도 덜 했고 바닐라 시럽이 들어가지 않았는데도 담백해서 좋았다.



매장에 너무 쉽게 들이닥치는 낙엽들
심플한 공간 구성 그리고 조화로움

베를린의 카페 인테리어는 전반적으로 다 마음에 들었지만, 나노 카페의 인테리어를 보며 감각이 되게 좋구나라고 생각을 했다. 테이블 위에는 아주 길고 시원한 꽃이 놓여있고 아쉽게도 찍진 못했지만 매장 외관에 부착되어있던 길고 노란 직사각형 조형물이 메뉴판 위 벽면에도 부착되어있다. 특별한 의미와 목적성을 두고 붙였다기보다는 정말 미적으로 감각이 눈에 띄었다.



보난자 커피 히어로즈

Bonanza coffee heroes

보난자는 두 곳을 방문했는데, 한 곳은 미테에 다른 한 곳은 크로이츠에 위치한 곳이었다. 크로이츠에 있는 보난자는 가면서 좀 무섭긴 했는데, 하필 그날은 시위를 하고 있었고 주말이어서 그런지 버스도 운행이 중단되었다. 버스 기사에게 왜 내려야 되냐고 물어보니 이유도 없이 그냥 여기까지만 운행한다는 말이 다이다. 가는 길에 동공을 3시 각도로 틀고 자전거 타는 신기한 아저씨도 보고 그 지역 자체가 6시가 넘으면 돌아다니면 안 되는 동네였다. 원래는 보난자를 보고 ORA라고 약국을 개조한 레스토랑을 보고 싶었는데 크로이츠에서 늦게까지 있을 자신이 없어서 커피만 마시고 서둘러 나왔다.


줄 서서 기다리는 1인, 웨이팅만 30분

미테 북쪽에 있는 보난자인데, 공간은 그렇게 넓진 않았지만 유명한 브랜드인 만큼 한국인도 간간히 보이고 주문량이 밀려 30분간 바리스타분께서 빛의 속도로 수십 잔을 뽑아낸 뒤에야 'KIM~'을 들을 수 있었다. 기다리다 드디어 듣는 내 이름 'KIM'과 바리스타의 미소는 단비와도 같았다.



카페를 여러 곳 다니다 보니 항상 비치된 매거진을 볼 수가 있었는데 매거진 명은 'Standart magazine'이고 커피에 대한 정보를 전문으로 다루는 잡지였다. 한국에서는 아직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내가 못 본 거겠지?


크로이츠에 위치한 보난자
주문한 음료는 초쿄 라테와 카페라테

커피는 회사 다닐 땐 아침마다 꼭 한 잔씩 마셨다. 커피를 좋아해서 라기보다는 자리에서 잠시라도 벗어나고 싶어서 한 10분이라도 주문한 음료를 기다리면서 무기력함을 없애보려다 보니 성지 순례하듯 스타벅스를 갔다. 별 소용은 없었지만 (웃음) 어찌하였든 크로이츠에서는 이날 따라 날씨가 춥고 당이 떨어져 초코 라테를 주문했는데, 옆에 약간 두부같이 생긴 건 '마시멜로우'이고 각설탕처럼 예쁘게 컷팅되어 나왔다. 귀엽다.


매장 카운터 벽면

저 거울 뒤로 로스팅 기계들이 있었고, 벽면은 사다리 모양으로 넓게 거울들이 포진되어 있었다. 공간이 넓었는데 이유는 모르겠지만 조금 답답하게 느껴져서 공간에 오래 머물러 있진 못했고 우버를 불러 숙소로 들어갔다.



the barn roastery

더 반 로스터리

https://thebarn.de/

더 반은 2010년 사업을 시작하였고 사용하는 커피를 단순히 행사를 위해서 또는 함께 일하는 농장을 보여주기 위해 함부로 섞거나 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이러한 부분이 농장주들에게 자부심을 느끼게 하고 제품에 대한 정보 또한 충분히 알 수 있다고 한다.


이 날이 피곤 최고조였다. (웃음) 여행 6일 차부터 다크서클이 심해져 여행을 좀 여유롭게 다녀야겠다고 다짐한 날이다. 처음에는 텍스트로만 정리돼있던 브랜드들을 실제로 보니 신나고 재밌어서 힘듬을 망각했고 뒤늦게서야 피로가 폭풍처럼 밀려왔다.

간판 없어도 만능 구글맵으로 도착함
주문한 메뉴는 피넛쿠키와 아메리카노 마지막으로 핸드드립.

공간이 넓었는데 이 날은 조금 넋이 나갔다. 동생 말로는 다크서클이 코까지 내려왔다며. 카페 창가에 앉아 피넛 쿠키와 음료를 시키고 조용히 공간을 둘러봤다. 파퓰러스에서 먹었던 것보다는 맛있다는 생각은 못했고 대신 커피는 조금 세다고 생각했다.


고수의 향기가 느껴지는 아저씨
조용히 한 입, 두 입



distrikt coffee

디스트릭트 커피

https://www.distriktcoffee.de/

디스트릭트 커피는 아침, 점심 음식은 오후 4시까지만 제공하고 총 8가지의 음식과 커피, 차, 홈메이드 주스, 건강 음료 이렇게 총 4가지의 카테고리로 분류하여 판매하고 있다. 커피 금액은 3.2유로로 초 중반 대이니 한국 돈으로 하면 4,160원가량 된다. 더 자세한 메뉴는 사이트를 참고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


분주한 직원분들

여행 12일 차, 10월 27일부터 베를린은 점점 추워지기 시작했다. 다행히 서울로 돌아갈 때쯤 날이 쌀쌀해지기 시작했고 커피 전문점이라 알고 왔지만 브런치 메뉴와 베이커리 그리고 케이크도 함께 판매하는 곳이었다. 어쩐지 내부로 들어가니 샌드위치나 음식 먹고 있는 사람들이 더 많이 보였다.


노란색 조명에 벽면은 날 것 그대로 쌓인 형태고 방음은 잘 되지 않았으나 풋풋하고 밝은 아르바이트생을 바라보며 몰래 감탄을 하였다. 커피를 시킬까 고민했지만 애플 주스를 시켰고 큼지막한 얼음 한 덩이를 띄워 시원하게 원샷 하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베를린 카페는 한국처럼 얼음 넣은 아이스 음료를 보기가 생각보다 힘들었다. 대신, 아인슈타인 카페에서 차이 라테 아이스를 시켰는데 믹서기에 얼음과 음료를 같이 갈아서 유리잔에 담아주는 색다른 음료 문화를 경험했다.


무심한 듯 센스 있게 걸려있는 매거진들



일상 속 베를린의 커피 문화를 바라보며


한국에서 커피는 몇 년 동안 변치 않는 필수 기호품이 되었다. 2018년 기준으로 한국인 1인당 커피 소비량은 353잔이고 전 세계 인구의 커피 소비량보다 3배의 수치라고 한다. 나도 정확히 커피를 얼마나 마시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하루에 한 잔은 마신다고 가정하면 정말 저 정도의 수치는 금방 나올 것 같다. 베를린의 여러 카페들을 둘러보며 커피의 산미는 어떻고, 어느 지역에서 원두가 추출된 것인지에 대한 것들은 여전히 모르는 나는 초짜 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베를린에서 바라본 것들은 커피 한 잔이 어디서 유래했는지 보다 메뉴 하나를 시켜도 느긋한 그들의 일상이었다. 혼잡한 공간 속에서도 개인의 공간을 침해하지 않고 각자만의 속도로 커피를 마시고 즐기는 모습을 보며 나 또한 나만의 속도로 커피를 즐기고 싶어졌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