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통과 베를린 감성이 결합된 한식당

김치공주, 얌얌, 고고기

by borderless

베를린에서 재료를 따로 사서 음식을 만들진 않았다. 요리는 좋아해도 먼 나라까지 와서 만들어 먹기는 귀찮았던 모양이다. 베를린에 방문한 여러 목적 중 하나가 음식을 접하는 것이었는데 그 많은 레스토랑의 음식을 먹고도 쉽게 허기져 한식당의 덮밥과 찌개를 애타게 찾았다.



김치공주

kimchiprincess

http://www.kimchiprincess.com/

김치공주의 대표는 영미 박 스노든 (young me park)과 안드레아 볼파토 (andrea volpato) 대표로 한식 브랜드 '김치공주'와 '앵그리 치킨'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설립일은 2009년 6월이며 현재 베를린에서 한국 음식을 널리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베를린에서 핫한 김치공주에 대한 이야기는 아래에 더 적어보려 한다.
온통 빨간 김치공주 내부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빨간색 드레스 입은 김치공주가 나올 것 분위기다. 빨갛게 칠해진 벽면에 천장마저 형광색으로 붉게 빛나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이런 걸 두고 시각적 충격 요법이라 하는 건가. 처음 내부에 들어섰을 때 온통 빨개서 압도됐고 일반적인 음식점 인테리어가 아니라서 주는 신선함이 컸다. 언뜻 보면 한식 레스토랑이 아니라 고급진 바나 현대미술관 전시장같이 꾸며놔서 음식점은 꼭 이래야 되 라는 전형적인 룰은 탈피한 모습이다.



http://www.koreaherald.com/view.php?ud=20091228000061

김치 공주를 소개하는 기사를 보면 베를린에서 한국 음식이 유명 해진 이유가 담겨있다. 국제 도시에서 제공하는 음식들은 굉장히 자극적이며 영국은 인도 음식과 커리가 유명하고 뉴요커들에겐 일본의 초밥 레스토랑이 인기라는 것이다. 베를린은 타이 음식이나 베트남 음식을 먹는 것이 일반적인데 지금은 한국 식당에서 베를리너들을 사로잡는 음식을 개발하여 한식이 유럽 안에서 점점 탁월한 선택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고 한다.




타국에서 맛 본

김치찌개 그리고 회덮밥


파리로 배낭여행에 갔을 때 나는 밥이 그리웠다. 친구와 어떻게든 한식을 먹겠다는 일념으로 찾아가 시킨 음식 역시 돌솥비빔밥이다. '그래. 드디어 내가 밥을 먹는구나.' 들뜬 마음으로 한 숟가락을 떠먹는데 '어? 옥수수 콘이 있네?' 한국에서 먹던 맛이 아니라 변형된 비빔밥이었다. 그 이후로는 해외에서 한국의 맛을 느낄 수 있을지는 언제나 미지수로 남겨뒀다.


김치공주에 걸 맞는 김찌치개 주문

김치공주에서 반신반의하며 먹은 김치찌개는 한국 맛이었다. 베를린에서 한식을 먹어본 동생도 만족스러운 미소로 밥 한 그릇을 뚝딱 해치웠다. 재료의 질감, 향, 맛이 한국과 같아서 차별화 된 음식을 제공했다기보다 타지에서는 한국의 맛 자체가 브랜딩이 되어 베를리너들에게 인기가 높았다.



김치공주가 2009년 6월에 첫 오픈을 했을 시기엔 베를린에서 한국 음식은 아시안 퓨전 레스토랑과 한국의 노. 장년층을 위한 아주 작은 상점 몇 곳에 불과했다고 한다. 현재는 미테에 위치한 얌얌 yam yam과 더불어 패셔너블한 베를리너들로부터 많은 신임을 받고 있다. 김치공주의 운영자 wanner는 현대적인 공간에 할머니가 만든 것 같은 음식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김치공주에서 제일 눈여겨볼 만한 부분은 바로 강렬한 인테리어다.



김치공주를 운영하기 전 공간은 유명하진 않은 디스코장이었고 인테리어 디자인을 담당한 아티스트 Felix Pahnke는 공간 내부에 있는 역사에서 힌트를 얻었다. 시멘트 벽과 디스코 느낌이 나는 빔과 천장의 붉은 네온이 그에게 영감을 준 것이다. 김치공주의 대표가 원했던 공간의 모습은 상업적이지만 편하고, 나무 테이블이 앉을 때는 안정감을 주길 바랐다고 한다. 기사를 읽기 전에 방문한 곳이지만 운영자의 고민이 담겨있었다는 걸 알 수 있다.



얌얌

Yam Yam


http://www.yamyam-berlin.de/


멀리 보이는 오렌지 색깔의 얌얌 간판

이름이 직관적인 한식당 얌얌. 브랜드 명은 이렇게 단순해야 각인이 되나 보다. 실제로 독립출판물 이름을 짓고 나서 6글자로 줄이거나 도쿄라는 단어가 타이틀 안에 들어갔어야 했나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만큼 네이밍은 정말 중요하다. 물론 네이밍의 힘을 거스르고 승승장구하는 브랜드도 있지만. 애플이라는 브랜드명을 듣고 매트한 노트북을 떠올리는 사람이 처음에 몇 명이나 됐을까.




주문한 얌얌의 음식


기다린 시간은 한 30분. 미리 예약을 해 놓고 갔음에도 불구하고 주문량이 밀려 북적이던 곳이다. 찬바람 부는 날엔 역시 따끈한 짬뽕 국물이 떠오른다. 베를린까지 와서 불고기 덮밥에 짬뽕을 시키다니. 음식량은 한국보다 0.5배 더 푸짐하게 나왔고 음식 맛이 한국과 같다는 점이 중요하다. 특이한 재료가 가미된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한국 음식을 맛보고 싶었다.

푸짐한 양, 숨도 안 쉬고 먹방 타임

김치공주와 함께 발전하던 얌얌 Yam Yam은 패션 부티크 'The best shop'으로 운영되던 공간이다. 5년 동안 브랜드 이름에 걸맞게 부응했지만 불경기로 인해 시즌이 끝나면 하수미 대표는 패션의 지위가 점점 약해지는 것이 두려웠고 이러한 이유로 음식에 관심을 돌리게 되었다. 대표는 베를린 주변을 거닐다 영감을 얻었는데 그건 바로 그녀가 운영하는 Best shop에 한국 레스토랑을 차려야겠다는 생각이었다. 한 달 동안 그녀는 공간 내부에 있던 붉은색 테이프를 없애고 새롭게 하얀색 좌석을 놓고 벽을 민트색으로 칠했다. (* 실제로 가본 내부 공간에서는 민트색은 볼 수 없었고 흰색 페인트로 벽면이 칠해져 있음) 얌얌은 점차적으로 쇼핑객들의 점심 장소 겸 미팅 장소로 변모하였고 그녀의 음식에 대한 태도는 명확하다. 얌얌의 음식을 독일인들 입맛에 맞춰 변형하지 않는다는 것과 베를리너들만의 친환경적 사고를 고려하여 한국에서 자란 유기농 채소를 사용하는 것이다.


이 날은 너무 배고파서 한 그릇은 순식간에 해치웠음

사람들이 많아서 공간 내부는 제대로 찍지 못했고 천정에는 음료와 몇 가지 술들이 놓여 있는 모습만 남길 수 있었다. 예약을 안 하고 왔으면 밥은 못 먹었을 듯한데 베를린에서 한식이 너무 그립다면 얌얌에서 식사하기를 추천드린다.




고고기

Gogogi

https://www.gogogi.de/

고고기는 2014년 한국의 맛을 알리고자 한 3명의 젊은 한국 아티스트들에 의해 시작된 음식점이다. 메인 셰프인 김종환은 한국요리학원에서 고급과정을 수료하고, 모든 음식은 한국의 현대적인 음식점의 전통적인 감각을 반영하고 문화적이고 시각적인 부분까지 디테일하게 살핀다고 한다.



여정 중 마지막 3일은 미테에 위치한 고르키 아파트먼트에서 지냈는데, 숙소 바로 옆에 위치한 한식당이 바로 '고고기'다. 우연이지만 장소를 잘 잡았다. 고고기에서 유독 눈에 잘 들어온 건 음식보다도 인테리어다. 을지로에는 호텔수선화라는 곳이 있는데 커피 외에도 칵테일도 간단하게 마실 수 있고 인테리어가 주는 생경한 분위기가 사람들에게 매력적인 공간이다. 실제로 공간에 가보면 영화 '화양연화'나 '중경삼림'도 떠오른다. 고고기도 낮보단 저녁에 비치는 은은한 노란색 조명과 다소 어둡지만 연기를 피우며 고기 구워 먹는 게 묘하게 궁합이 맞는다.


한국에서 보던 상추 모습 그대로, 그리고 주문한 스틸 워터
열심히 다 구어지길 소망하는 자의 모습




한식당의 미러볼 인테리어

고고기의 인테리어 디자인 콘셉트는 전통적인 한국 집의 인테리어 재해석하여 자연스럽게 한국의 빈티지한 가구와 유럽에 있는 물건들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표현한다. 한국의 전통 가옥인 60년대 한옥과 70년대 초등학교에 있는 오래되고 낡은 물건들을 음식점에 가져와 배치하였다고 한다. 고고기의 특별한 인테리어 디자인의 핵심은 공간에 아늑한 식사 분위기와 독특한 환경을 제공해줄 만한 물건을 신중하게 선택하는 것이다.

고고기와 김치공주의 공통점은 인테리어 내부가 어둡고 간접 조명으로 매장 내 분위기를 조성을 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공간 내부에서 밥을 먹다 보면 사람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번잡하지 않고 어둠이 주는 차분한 무게가 있다. 무엇보다 미러볼 달린 천장은 서울 내 한식당에서는 한 번도 본 적 없던 인테리어 요소였다. 식사 중 눈에 띄었던 부분은 가로 방향으로 문을 부착하고 그 안에 노란색 조명을 둔 벽면 인테리어였다. 한국인 분들도 보였지만 가족 단위로 온 베를리너와 연인들이 많아 이 곳에 거주하시는 분들에겐 꽤 익숙한 공간인가 보다.


자칫 공장처럼 보일 수 있는 환기관에 천을 걸어 추상적인 고즈넉함을 연출했고 그 비주얼이 촌스럽게 느껴지진 않았다. 되려 현대적으로 잘 풀어냈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공간이나 글은 자신만의 감성과 아이덴티티로 다듬기 나름인 듯하다. 고고기도 단순히 한국 음식과 전통문화를 그대로 가져오는 것이 아닌 유럽의 현대적인 물건들과 결합하여 고객들에게 신선함을 크게 안겨주는 듯했고 나 또한 그런 부분들이 여전히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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