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주가 결합된 복합문화공간

듀펠센터, 티퍼런스, 스튜디오 오늘, 로컬스티치

by borderless

고등학교 시절 5호선 아차산역을 타며 등하교를 했다. 내 의지로 학교를 멀리 신청하는 바람에 매번 5호선을 탈 수밖에 없었고 장한평에 위치한 듀펠센터로 길을 걷다 보니 고등학교 시절이 떠오르기도 했다. 그 철부지 같은 시기엔 이 후미진 골목에 공간이 생길 거라는 것도 몰랐고 지금처럼 학창 시절부터 직장생활을 지나 내 나름의 경험과 관점으로 글을 쓰게 될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는데 말이다.



듀펠센터

https://www.instagram.com/duffel_centre/

듀펠센터 외관

어른이 되어 돌아온 이곳은 변함없어 보였고 여전히 붉은 벽돌과 오래된 간판들은 정돈되지 않은 체 남겨져 있다. 이렇게 추억이 남겨진 골목에 듀펠센터라는 복합 문화공간이 생긴 것을 인스타그램을 통해 알게 되었다.


1층 매장
1층 문고판 서적이 디스플레이된 공간 벽면

듀펠센터는 디자이너 안태옥이 만든 복합문화공간이며 장안동 주민들이 사용하던 목욕탕을 개조하여 만든 곳이라고 한다. 실제로 공간에 방문하면 목욕탕을 개조한 곳이라고 생각이 들진 않아 조금 아쉬웠지만 여러 브랜들이 혼재되어있어 볼거리가 많다. 매장 1층의 한쪽 벽면은 문고판 서적과 에세이들로 꾸며져 있어 조용히 커피 한 잔 하며 휴식하기에 적합한 공간으로 보였다. 평소 책을 좋아하는 지라 카페에 책이 놓인 곳이 있다면 굳이 찾아가는 편이다. 공간에 놓인 디자인 서적과 오래된 책들을 보며 한창 매거진을 보던 대학시절도 떠올랐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통의동 가가린이라는 서점에 종종 방문하여 해외 서적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하곤 했다. 주머니 사정이 좋진 않던 시기엔 책을 보는 게 몇 안 되는 사치이자 취미였고 지금도 책은 삶의 일부처럼 자연스럽다.



https://www.apothekefragrance.jp/

Incense stick, 금액 :¥ 1,728 ( 한국 기준 금액 : 1만 8천 원)

1층이 음식을 판매하는 곳이라면 2층은 주로 실생활 용품으로 구성되어 프라이탁과 여행용 제품, 리빙 상품들을 판매하고 있다. 일반적인 의류 제품과 다른 점이라면 화려한 옷보단 일상에서 편히 입을 수 있는 브랜드로 꾸며져 있었다. 방문한 당시엔 의류 제품보다 향 브랜드에 관심이 가서 브랜드 apotheke fragrance에서 판매하는 열대 향 스틱형 인센스를 구매했다. 평소 좋아하는 향이 있는데 레몬 버베나, 오렌지, 포도향과 같이 상큼하고 달달한 과일향과 전반적으로 깔끔한 느낌을 선호한다. 평소 나와 같이 브랜드 탐방을 좋아하는 분들에게 듀펠센터는 일상 속 작은 놀이터가 될 것 같다.


2-3층 리빙 브랜드 및 패션 브랜드
매장 내부 모습


착한 소비가 결합된 티퍼런스

https://www.teafference.com/

아이소이 1층

티퍼런스는 차, 화장품을 소개하고 전시도 함께 운영하는 아이소이의 복합 문화공간이다. 아이소이는 블레미쉬 세럼이라는 기능성 제품을 쓰면서 처음 알게 된 브랜드다. 티퍼런스라는 이름만 들었을 땐 차만 판매하는 곳이려니 했는데 와보니 공간 구성이 잘 되어 있다.


1층에 넓은 테이블과 전시가 진행되고 있다. 전시 공간을 구분하여 사용하기보다 공간 내에 작품이 스며들도록 연출했다. 요즘 카페나 공간을 둘러보면 자연친화적으로 느껴지는 소재를 사용하고 주변에 자연경관이 없다면 창가 앞 화단을 만들어 자연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조명도 천장 안으로 들어가는 간접 조명을 사용하여 눈의 피로도를 낮추도록 디자인되었다.


주문한 음료

차 마시는 곳에 왔으니 덜 자극적인 귀리, 오트, 호박이 들어간 차를 주문했다. 보리차 같기도 하고 집에서 먹는 건강한 맛이다. 앉아 있다 보면 차 소재가 장년층을 위한 음료라기 보단 이제는 젊은 층에게도 수요가 있어 보인다. 오신 분들은 대체적으로 20-30대고 직장 내 고민이나 데이트 장소로 방문한 경우도 있었다.


티퍼런스 2층

2층은 아이소이의 스킨케어 제품을 체험하는 체험형 공간이다. 코스메틱 브랜드와 카페가 결합된 공간으로 이곳이 처음은 아니다. 성수에 위치한 아모레 성수도 티퍼런스와 같이 자연친화적인 공간으로 꾸며져 있다. 화장품 브랜드는 소비자들의 피부에 맞는 자연 성분을 다루는 곳이기 때문에 브랜딩 차원에서 조금 더 자연적인 공간으로 꾸미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루프탑 3층

인테리어적인 측면에서 듀펠센터와의 차이는 자연을 강조하고 휴식하는 분위기를 잘 연출한 점이다. 코스메틱 브랜드에서 건강한 피부를 모토로 하기에 차와 자연은 잘 맞는 궁합이다.



의미 있는 소비를 위한 노력

https://www.teafference.com/campaign

티퍼런스에서 착한 소비를 유도하는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티백 하나를 구매하면 케냐 어린이들의 식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자금으로 쓰인다. 복합 공간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2년 전 공간 탐방을 했을 땐 대체적으로 의식주 중 커피, 옷, 리빙 제품, 책 등을 결합하여 홍보하는 공간들을 많이 봤지만 환경오염이 과속화되면서 자연을 생각하는 곳도 조금씩 늘어나는 걸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차 구매를 통한 식수 문제 해결이 사회 전반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사기업 이익과 이미지 전환을 위해 캠페인을 활용하는 경우도 있고 실질적으로 환경문제를 개선하려면 정부의 지원과 폐기물 규제, 대체 상품 개발, 일상의 친환경 에너지 활성화 등 구체적인 방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업에서 작게나마 식수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부분은 분명 소비자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줄 것이다.




공유 개념이 결합된 스튜디오 오늘

https://studiooneulofficial.modoo.at

스튜디오 오늘은 작가들을 위한 작업실을 제공하고 독립 서점을 운영하는 복합문화공간이다. 평일엔 독립출판물 제작 방법 클래스를 제공하기도 하며 저렴한 가격으로 일반 대관도 할 수 있어 높은 임대비를 내는 것보단 경제적이고 효율적으로 보인다. 과거엔 복합 문화공간이 단순 매출을 위해 필수적으로 커피를 판매했다면 현재는 직간접적으로 사회의 불편 요소이자 필수 요소인 공간을 매출로 끌어들이는 형태다. 사업이 유지되는 요소를 바탕으로 하고 부가 가치를 위해 책과 독립출판 클래스를 진행하는 것이다.


복합문화공간에 렌탈 개념을 넣은 것은 또 다른 장점을 갖고 있다. 공간을 공유함으로써 다양한 작가들과 독자들이 자신이 만든 작품과 책을 매개체로 하여 소통할 수 있으며, 공간 대여에 대한 경제적 부담을 줄여 작품 활동과 홍보에 매진할 수 있다는 점이다.




로컬스티치 약수점

https://localstitch.kr/Yaksu

로컬스티치는 코리빙과 코워킹을 주력 사업으로 운영하고 있다. 로컬스티치가 처음 만들어진 시기는 2013년 서교동의 작은 동네 호텔로 문을 열였다. 공유 공간, 공유 작업실의 컵셉으로 플랫폼 운영을 하게 된 계기는 동네 호텔에 머물던 여행객들이 공간을 단순히 거주 목적만이 아니라 작업실, 쉐어하우스, 단기 프로젝트를 위한 공간으로도 활용하는 모습을 보고 2015년 리빙 living과 워킹 working이 결합된 브랜드로 만든 것이다.


로컬스티치가 운영하는 공간은 총 13곳으로 서교, 성산, 연남, 약수, 신사 등 직장인들이 주로 밀집되어 있는 곳에 자리 잡고 있다. 그중 내가 방문한 곳은 로컬스티치 약수점으로 복합문화공간적 성격이 더 가미된 곳을 선택했다. 현재 로컬스티치의 거주 금액은 월 60만 원이며 2022년 이후부터 68만 원으로 인상된다. 거주가 아닌 공간 대여나 라운지를 사용할 고객에겐 멤버십 가입비로 12만 원을 받고 있다.


넓은 통창의 벽면
로컬스티치 약수점 2층

방문한 약수점은 1층은 카페로 운영되고 있으며 2층은 로컬스티치에 방문한 모든 고객이 볼 수 있는 매거진 룸으로 사용되고 있다. 로컬스티치에서 정한 쉐어하우스 비용은 서울의 일반 원룸의 보증금과 월세비를 45만 원으로 두고 기타 공과금을 지불하는 금액과 엇 비슷한 가격이다. 다만 경제적으로 여유가 부족한 사회초년생에게는 부담스러울 수 있는 비용이지 않을까 싶었다.


공간에서 좋았던 점은 반려견 동반 방문이 가능하여 편견 없이 동물들과 어울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는 점이다. 보통 카페에 방문하면 아직까진 강아지에 대한 편견과 반려견 에티켓 문화가 자리잡지 않아 대형견 입장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금액적인 측면으로만 보면 서울에 있는 모든 도시 창작들을 위한 공간으로 말하기엔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일반 사람들이 자연스레 어울리는 모습을 보며 자유로움을 느꼈고 한 번쯤은 이렇게 경계 없는 공간에 머물고 싶다는 생각은 들었다.




복합문화공간의 변화를 바라보며


일본의 버블 경제에 관한 내용을 본 적이 있다. 버블 경제는 집 값은 오르지만 돈의 가치는 실추되는 현상을 말한다. 현재 한국과 같이 주식과 갭 투자로 수익성을 보는 투자자들이 과도하게 몰려 일반 소시민들과 젊은 청년들은 집을 매매할 수 없는 현실과 같다. 복합 문화공간은 판매 상품 간의 결합을 응집하여 보여주는 효율적인 공간이 이라고 볼 수 있지만 복합공간에 렌탈과 공유 개념이 깊어질수록 젊은 청년들이 자산을 모으기 어려워지는 사회를 직접적으로 드러낸다고 생각한다. 공간을 소유하지 못하고 카페의 머물거나 sns에만 남길 수 있는 공간들이 늘어난다면 아무리 복합 문화공간이라는 곳이 만들어진다 해도 결국 자본가들을 위한 사업 확장의 일환일 뿐이니 말이다. 물론 복합공간이 만들어짐으로써 선 기능도 있을 것이다. 티퍼런스와 같이 소비자들의 구매가 식수문제를 해결에 도움을 줄 수도 있고, 로컬스티치와 같은 공유 공간은 다양한 직군들에게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공간을 제공하여 침체된 지역에 생기를 줄 수 있다. 다만 부를 가진 자들만이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이 늘어날수록 사회는 조금 더 각박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마음 한편에 남아있을 뿐이다. 위워크나 쉐어하우스 개념의 기업이 증식될 수록 공유공간과 복합문화공간의 진정한 의미는 퇴색되어가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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