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차의 역사
우리나라는 언제부터 차 문화가 쇠태하였을까 알아보니 조선시대 임진왜란을 기점으로 크게 쇠퇴하였다고 한다. 차를 가장 많이 소비했던 사찰의 재정이 악화되어 차 생산에도 악영향을 주었고 부처님께 올리는 공양 차를 냉수로 대신할 정도로 국가와 사원, 백성들의 살림이 어려워져 차를 계속해서 마실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렇게 하락세를 그리던 차 문화는 19세기 들어 잠시 중흥하였으나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큰 위기를 맞이했다. 1930년대부터 1940년 대까지 일본은 여자고등학교와 여자전문학교에 일본 식민지교육의 일환으로 다도를 가르쳤다고 한다. 그러다 광복 이후 1960년대부터 차 문화가 활기를 띠기 시작했고 현대에 들어서는 건강차에 대한 관심과 전통 문화 보전이라는 측면으로 각광받기 시작하였다.
최근 코로나 시기가 장기화되면서 사람들의 실내 활동이 길어졌고 이로 인한 경기 불황으로 내면의 불안감도 커졌다. 그래서인지 요가, 다도로 마음의 안정을 돕는 수업도 늘어난 것이 아닐까. 차를 홍보하는 공간이 늘어났다는 건 SNS를 보면 알 수 있다. 티 소믈리에 과정 홍보를 심심치 않게 보다 보니 세상이 정말 변하고 있다는 걸 느낀다. 하지만 현시점에서 차가 대중화됐다고 보긴 어려운 듯하다. 단순히 팬데믹 때문에 온 트렌드인지 아님 하나의 문화로 정착될 흐름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오설록 티 브랜드가 만들어진 지도 벌써 42년이 넘었지만 차를 잘 모르는 일반인 인 나는 특정 맛에 한정된 밀크티 라테나 말차 라테는 마셔도 발효 농도에 따라 나눠지는 어린 잎차, 홍차 등을 구분하여 차를 마시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씩 두각을 드러내는 차 마시는 트렌드를 보면 언젠간 지금보다 더 많은 차 종류를 맛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도 해본다.
*참고 서적 : 우리 차의 역사와 정신 그리고 규방 다례
레레플레이
Rereplay
차 대신 주문한 식혜레레 플레이는 커피와 차를 함께 제공하는 곳이다. 2호선 신당역 1번 출구에 나와 과일 파는 상인의 상점과 가구 상점 골목 사이에 자리 잡고 있다. 출구로 나가는 길에 나이가 지긋하신 할머님, 할아버님들이 많이 보이셨고 힘겹게 유모차를 의지하며 계단을 내려가시는 노인이 눈에 밟히는 동네다.
레레플레이 근처 오래된 상점들시장 주변의 간판을 보면 요즘처럼 브랜드 네임을 쓰기보다 상회라고 쓰이는 걸 볼 수 있다. 지금은 주변에 잘 보이지 않는 명칭이라 언어를 통해 세월의 흐름을 느끼고 점점 사라져 가는 것들이라 한편으론 슬픈 감정도 든다. 더 이상 쓰이지 않는다는 것 만으로도 외로움을 준다.
나무 상판에 앉아 마시는 모습공간 입구부터 들어서면 오래된 목조 계단과 녹슨 파이프로 만들어진 계단 손잡이를 볼 수 있다. 공간 내 운영자의 이야기가 담긴 인터뷰 지를 보니 지금의 레레플레이는 여인숙을 리뉴얼한 공간이라 한다. 운영자인 윤이서 디자이너는 공간 고유의 인테리어를 유지하고 싶어 했고 실제로 방문한 공간을 둘러보면 창문 밖 철창이며 천장 모두 새 것이 아니다. 상호인 레레는 re 다시 쓰임을 뜻하며 이름처럼 그녀의 철학이 잘 녹아든 모습이다.
주말에 방문하여 조용히 둘러보고 싶었지만 그새 유명세를 탄 건지 앉을자리가 없어 오래 있지 못했다. 공간에서 본 생소한 모습은 매장 앞 좁은 통로 사이로 오토바이 한 대가 물고기 헤엄치듯 골목을 빠져나가는 모습이다. 충무로 인쇄소나 을지로 골목길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는 광경이지만 이 고즈넉한 찻집 앞을 쌩하고 지나가는 걸 보니 80-90년대 드라마 세트장에 앉아있는 것 같았다. 오래된 것들이 남아있을 때 주는 매력이다.
나무 장판으로 만들어진 좌식 공간
매장 내 방과 방 사이를 잇는 통로
그린랩
그린랩 루프탑 티룸차 마시는 공간을 둘러보니 공통점이 있다. 공간 인테리어를 보면 천과 거울, 유리로 여백을 주거나 작은 식물, 돌, 하늘이 보이는 곳에 자리 잡고 있다. 레레플레이는 자연경관을 둘러볼 수 없는 대신 1층 중정 사이에 나무와 식물이 심어져 있고 그린랩은 서울 숲이 보이는 곳에 위치한다. 숨 막히는 건물 사이 간신히 찾은 휴식처다.
다기 세트들그린랩은 4층으로 이루어졌고 지하는 식물, 편집물, 향초들이 전시되어 있다. 방문한 날 하필 여자의 그날이 진행 중이라 가야 되나 말아야 되나를 연신 고민하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도착했다. 티룸은 빽빽이 우거진 나무가 훤히 보이고 통유리창으로 만들어진 방이다.
창 밖에 보이는 나무들
말린 고구마, 대추 다과이 날 마신 차는 어린 잎차와 홍차로 내 몸에 잘 맞지 않아서 한 잔을 제대로 마시기 어려웠다. 말차나 홍차는 카페인 함량이 높아 생리 중엔 마시는 순간부터 컨디션이 안 좋아지는 걸 직감한다. 몸이 평소 차고 생리통 있으신 분들께는 녹차, 홍차를 추천해드리지 않는다. 카페인은 칼슘과 철분을 몸 밖으로 배출시키는 성질이 있어서 임신, 생리 중에는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쑥차나 자극적이지 않은 배차, 호박차를 추천드린다. 그린랩에서 차 시음 시간은 2시간 정도고 몇 가지 가벼운 다과와 함께 먹으면서 입 안의 심심함을 달랠 수 있었다.
공간 내 특이한 구조차 마시는 과정을 보는 것도 좋았지만 공간 내에 천장에 뚫린 원 모양 구조도 재밌었다. 햇볕이 드는 날은 빛이 들어와 방 바닥면에 달이 뜨는 모습을 연출한다고 한다. 이 날은 날이 흐려 보지 못했지만 작은 공간 안에 하늘과 달을 녹여낸 아이디어가 감성적이다.
이이알티
EERT
eert매장 외관eert에서 눈에 띄는 인테리어가 몇 가지 있다. 1층 카운터부터 반대편 벽면 끝까지 노란 조명 빛으로 마감돼있다. 자리에 앉아 있으면 종교적인 느낌도 들고 답답한 느낌보단 되려 멍하게 만든다. 명상하는 분위기도 연출되고 조용히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있다.
EERT 메뉴판오설록에서 한 번 호지차 라떼를 마신 적이 있는데 카페인 함량이 홍차 보다는 낮다고 한다. 모르고 마셨을 땐 그럴연히 했는데 요즘은 건강을 생각하다보니 카페인 함량이 너무 높은 음료는 피한다. EERT 메뉴를 보면 음료가 체계적이고 쉽게 정리되어 있다. 커피는 3가지, 차는 5가지, 라떼는 8가지인데 차의 상품이 그대로 라떼 상품과 결합되어 제품 간 연계성도 있고 좀 더 다양하게 마실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주문한 망고 차와 거름망기대 이상으로 맛이 좋았던 망고차. 보통 카페에서 캐모마일, 히비스커스, 레몬류의 차는 마셔 봤지만 망고차는 처음이라 신기하고 좋았다. 여름에 나는 열대과일을 차로 변형하여 판매하는 것도 좋은 방식으로 보인다.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멜론, 수박, 리치, 포도 같은 과일차도 만들어진다면 흥미로울 것 같다.
1층 매장 모습 전반적인 인테리어가 동양적인 느낌이고 자연친화적인 콘셉트로 만들어졌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바닥을 걸을 땐 불편하긴 했다. 의자 또한 등받이 없는 나무 의자로 만들어져 꽃꽂이 허리를 세우고 마시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안에서 섬세하게 공간 디자인을 신경썼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차를 마시는 과정 중에 물이 잘 흐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상 위에 나무판이 깔려있다. 어릴 적 김밥말이가 떠오르는 비주얼이지만 경제적이고 효율적이다.
2층 매장 내부1층은 상품과 물건들로 가득 채워진 느낌이었다면 2층 여백의 미가 보인다. 넓은 유리창 앞에 놓인 두 의자가 마치 전시장 내 놓인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또 다른 명상의 공간처럼도 느껴졌다. 기회가 되어 다음에도 간다면 2층에서 한번 마셔보고 싶다.
차의 매력에 대해
차가 지닌 매력이 뭘까를 생각해보면 차분함이 떠오른다. 커피는 답답한 마음을 시원하게 날려버리는 역할을 하고 추진력을 높여 순간적으로 일의 집중도를 올리지만 혼란스러운 마음을 더 쿵쾅거리게 만든다. 반면 차의 장점은 급한 마음을 느슨하게 만들어 더운 머리를 식혀준다. 때론 그 느림이 너무 답답하여 이내 카페인을 찾게 되지만 요즘 같이 혼란스러운 세상에 사는 사람들에게 차는 자기만의 방처럼 하나의 안식처로 인식되어가는 것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