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만 팔지 않는 요즘 서울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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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rderless

커피의 역사 그리고 카페에 가는 이유


커피의 역사를 찾아보면 개화기 고종을 중심으로 도입되었으며 궁중에서 향유되기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후 아관파천 때 러시아 공사관에서 커피를 맛 본 고종은 손탁 호텔에 커피를 주문하여 정관헌에서 마셨다고 전해진다. 커피가 본격적으로 도입된 1950년 한국 전쟁 때 미군에 의해서였고 이후 커피는 급속도로 널리 보급되어 현재까지도 수입량이 증가하고 있다. 마실 줄 만 알았지 이렇게 보니 꽤 커피의 역사가 짧지만은 않아 보인다.


에게 카페는 대학시절부터 공부를 위한 공간이었고, 졸업 이후엔 취업 준비와 포트폴리오 만들기 위해 빈번히 발걸음을 재촉하는 곳이었다. 그래서인지 카페인이 몸에 잘 받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일주일에 한 잔 정도는 찾게 되는 습관이 몸에 배어있다. 카페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시기에 커피는 평범한 주제 같아도 커피 브랜드가 살아남기 위해 어떤 변화를 취하는지 궁금하다.




사직로에 자리 잡은 작은 카페, 커피 한 잔

경복궁역에서 나와 사직파출소를 지나 곧장 걸어가면 '커피 한 잔'이 보인다. 사실 스태픽스라는 카페를 가려했지만 막상 방문하니 손님들로 가득 차 앉을자리가 없어 어딜 가야 되나 고민하던 찰나 정말 뜻밖에 멋진 카페 한 곳을 찾았다.


카페 내부는 오래된 나무로 만들어져 바닥을 걸을 때면 삐그덕 하는 소리가 공간의 세월을 말해준다. 넓은 통창 밖으로 비치는 초록색 나무는 힐링 요소다. 공간엔 요즘 리빙 브랜드 제품은 일절 볼 수 없었고 신기하게도 어린이 학용품과 문구로 공간이 꾸며져 있어 여긴 뭘까 계속 호기심이 생겼다.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낡아버린 간판만큼 꽤 오래된 카페 같다. 적어도 20년 이상은 된 것 같은 곳이었지만 차마 사장님께 질문할 수는 없었고 조용히 두리번거리며 조용히 시간을 즐겼다. 처음엔 어린이들 물건이 많이 보여 자녀 분들의 물건을 비치해둔 걸 수도 있고 아이들을 좋아하시는 분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혼자 이 생각 저 생각을 하다 카페 근처에 바로 초등학교 하나가 있는 걸 알았다. 매동 관립 소학교로 1895년에 개교하여 1996년에 매동초등학교로 변경된 학교였다. 1895년이면 지금으로부터 126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는 건데 흐른 세월만큼 이 카페는 어린이들과의 추억이 남아있는 곳이겠구나 싶었다.


공간에 어린이 장난감, 풍경 그림도 볼 수 있는데 천장에 부착된 그림은 살면서 처음 본 인테리어다. 오래된 LP판이 한쪽 벽면에 자리를 잡고 있고 나무 벽면엔 미완성된 초상화와 풍경화들이 부착돼있다. 테이블 크기가 3-4인용이라 오래 앉아 있는 게 되려 미안하다고 생각할 때 단체 손님이 들어오는 걸 보고 자리를 비워드릴까 하여 눈짓을 했더니 사장님께서 '아무 신경 쓰지 말고 편하게 있다가요'라는 말씀을 하셨다. 감사했고 다행히 공간에 숨겨진 작은 보물들을 보며 사진을 남길 수 있었다.


카페엔 그 흔한 포스기는 없었고 유일한 현대식 문물은 카드 단말기에 주문은 메모장에 받아 적으셨다. 주문한 카페라테에 한 샷만 넣어달라고 요청드리니 드립 커피라고 하셨고 을지로에서 볼 법한 오래된 유리잔에 노란 스트로를 자리로 가져다주셨다. 요즘 친구들이 쓰는 맵찔(매운 걸 못 먹는 사람), 알코올 쓰레기(술을 못 마시는 사람)라는 말이 있다면 나는 카페인 쓰레기라 내심 두근거리며 커피 한 모금을 조심스럽게 마셨다. 다행히 아무 이상 없이 마실 수 있었고 보면 볼수록 내가 사는 동네에서는 도저히 볼 수 없는 분위기라 여행 온 것 같았다.


깔끔하고 정돈된 현대식 카페들만 보다 세월이 고스란히 담긴 공간에 오니 사직로 골목에 내가 몰랐던 작은 스타벅스가 존재하고 있다. 변화하는 것들을 무작정 따라 하기보다 공유하고 싶어 하는 것들을 모으다 보니 '커피 한 잔'만이 가질 수 있는 콘셉트를 갖게 된 것 같았다.




그림이 함께하는 올티드 커피

http://www.currentbrown.com/

올티드 커피는 디자인 상품을 판매하는 커런트 브라운에서 운영하는 카페이다. 동네 근처엔 작품과 함께 커피를 판매하는 곳이 드물어 이곳에 오면 대리만족이라도 하는 양 시각적 즐거움을 느끼고 간다.


카페 내부

올티드 커피에서 주로 판매하는 디자인 상품은 클로드 모네, 에곤 쉴레, 르 코르뷔지에, 클림트 등 우리가 익히 한 번은 들어본 유명 작가들의 작품이 프린팅 된 상품이다. 전반적으로 작품 스타일이 난해하지 않고 시각적으로 편한 풍경화, 추상화, 정물화들이 보인다.


넓은 창문 넘어 들어오는 빛과 자연스럽게 놓인 식물들이 조화로웠다. 주말에 나처럼 여유롭게 책을 읽으며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시는 손님도 보이고 삼삼오오 모여 수다의 꽃을 피우는 분들도 쉽게 볼 수 있다.

공간에서 눈여겨 볼만한 점은 카페를 전시장처럼 만들어 사람들이 작품을 편히 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는 점이다. 매장 중앙엔 중, 소형 포스터와 액자를 두어 고객들이 편히 작품을 볼 수 있게끔 해놓고 대형 작품은 벽면에 배치하여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벽면에 위치한 대형 포스터 액자들

공간엔 작은 식물들과 대형 화분이 배치되어 평온함을 준다. 식물이 주는 소소한 즐거움이 있다. 카페를 둘러보다 보면 매장마다 분위기가 천차만별인데 내가 만약 공간을 운영한다면 카페 올티드처럼 밝고, 편안하고, 자연친화적인 분위기로 만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개인의 시간을 소중히 만들어 주는 배려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 혼자 와도 다수에 밀려 자리를 내어주지 않아도 되는 그런 곳 말이다.




출판물부터 의류제품까지 있는

모어댄레스 MTL

https://bonanzacoffee.de/wordpress/about/


MTL은 독일에서 유명한 보난자 커피를 국내에 유통하여 소비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보난자의 브랜드 설립 과정을 찾아보면 첫 번째 매장은 독일의 penzlauer berg내에 있는 oderberger strabe이고 10년 전쯤 근처에서 문을 열었다. 실제로 위치를 찾아보면 bonnaza coffee heroes를 운영하고 있는 걸 알 수 있다. 보난자에서 커피빈을 들여오는 방식은 에티오피아, 과테말라, 엘사바도르, 켄야, 인도네시아 그리고 콜롬비아로부터 공정무역 가격보다 훨씬 더 비싼 가격으로 구매를 하여 좋은 커피콩을 들여오고 매장에서 판매한다고 한다.



베를린의 보난자 커피와

서울의 모어댄레스는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나


https://bonanzacoffee.de/

간단한 커피 메뉴

보난자 운영 방식은 도매와 외부 매장 컨설팅에 집중하고 내부에서는 커피 향을 통해 소비자들을 유혹하는 것이다. 메뉴에서 음식은 판매하지 않고 작은 몇 개의 테이블과 소비자들이 걷는 도로와 마주한 곳에 창문을 두는 등 불 필요한 요소는 최소화한다. 그만큼 공간을 많이 소유하고 있지 않고 집중해야 될 부분에 중요도를 둬야 되기 때문이라 한다. 실제로 방문한 보난자는 정말 인기가 많았다. 커피 한 잔 마시려고 30분 이상을 기다린 건 처음이었고 공간은 협소했지만 효율적으로 쓰이는 느낌이다. 신선하다고 느꼈던 건 한국 카페와 달리 보난자에서는 소비자가 상품 매대에 있는 원두를 직접 고르고 직원이 그 자리에서 원두를 분쇄해주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카페가 나에게는 약간 간헐적 휴식이나 관광지 느낌이라면 베를린 사람들에게 커피는 자연스러운 일상처럼 보였다.


이와달리, 서울에 위치한 모어댄레스의 운영 방식은 다른 방향성을 보인다. 인테리어를 보면 테이블을 최대로 배치하여 고객 수요 공간을 확보하고, 공간 외벽에는 커피 외 다양한 스테이셔너리와 책을 비치하여 판매한다. 보난자 커피 공식 사이트를 방문해보면 핵심 품목은 커피와 관련된 제품이지만 MTL은 제품, 책, 의류, 커피 이렇게 4가지 항목을 홍보하고 있다. 그 외로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퍼블릭 커핑을 공지하여 소비자들이 쉽게 커피를 맛볼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다.


매장 외벽의 넓은 창문
매장 내부
코로나가 터지기 전 방문했던 베를린의 보난자 모습

책과 작품이 녹아든

모티프 커피바


벽면 책장에 비치된 잡지

모티프 커피바는 2019년 2월에 방문한 카페로 인스타그램을 통해 햅 매거진 Hep magazine과 콜라보레이션 전시 소식을 보고 찾아가게 되었다. 공간 내부는 사진처럼 하얀 벽면으로 꾸며져 있었고 책장을 활용하여 매거진을 비치한 것이 눈에 띈다. 답답해 보일 수도 있지만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매거진에 대한 광고 효과를 준다.



입구를 기준으로 왼편에 마련된 여행 서적 비치 공간


개인적으로 여러 일을 복합적으로 하는 것에 흥미가 많다 보니 공간을 다양하게 운용하는 곳이 있다면 가보는 경우가 있다. 카페 내부는 서점으로 운영하는 작은 공간인 모티프 북을 통해 다양한 여행 및 예술 서적을 소개하고 있다.



모티프 북의 여행서적들


브랜드를 보면서 깨달은 점은 공간을 한 두 가지의 품목으로 복합 운용하되 명확하게 매출을 유지할 수 있는 판매군이 있어야 된다는 점이다. 단순하지만 이 단순함을 잃는 순간 브랜드 일관성과 매출이 한순간 무너져내려 소비자들에게 애매한 브랜드로 각인될 수 도 있겠다는 판단도 들었다.





쉽게 만들어지고 빨리 사라지는 카페를 바라보며


새로운 형식의 카페가 생기지만 그만큼 빨리 사라지는 모습을 볼 때 한국에서 식음료 브랜드의 생존이 쉽지 않음을 느낀다. 아쉬운 점은 어딜 가든 한 번의 방문으로 끝나는 곳이 많아 이전에 작성하였던 카페는 폐점하여 과연 예쁜 인테리어가 매장 운영에 도움을 주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왜 카페는 빨리 사라질까를 고민해보면 오래 머물 수 있는 공간 문화와 브랜드 자체가 가진 맛의 역사가 길지 않기에 그런 것이 아닐까.


한국의 스타벅스 1호점이 들어온 해는 1999년 7월 27일이다. 벌써 2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살아남은 대형 브랜드 중 하나이다. 물론 대기업 자본을 소기업이 따라가기는 어려운 점이 많지만 스타벅스라는 브랜드 생존이 단순히 초록색 로고와 멋들어진 인테리어라고 말하기엔 어렵다. 스타벅스의 CEO 하워드 슐츠의 말을 인용하면 '스타벅스 브랜드는 규모와 무관하게 유대감을 책임질 수 있는 공간, 커피 한잔에 영혼을 담는 공간으로 정의되어야 한다'라고 말한다. 이처럼 스타벅스 문화가 한국에 깊이 뿌리내릴 수 있었던 이유는 미국 시애틀의 커피 문화가 한국인들에게 특별한 라이프 스타일로 인지되었기 때문이다.


카페가 쉽게 사라지는 이유는 과잉 경쟁, 코로나로 인한 소비 위축, 임대비 인상, 젠트리피케이션을 근거로 들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경쟁이 심화될수록 각 브랜드 고유의 맛이 없다면 이 또한 매장을 유지하기 힘든 요소가 될 것이다. 커피, 식료품 판매 매장을 둘러보면 한국 사람들이 주로 먹지 않는 해외 상품을 판매하는 경우도 있고 한국 식자재를 대표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하기에 어려운 물건을 판매하는 것도 쉽게 볼 수 있다.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지 않는 소비자 관점이라 부족한 설명이 될 수도 있지만 각 브랜드 만의 스타일을 담을 수 있다면 그 또한 로컬로 자리 잡아 소비자들에게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곳이 생기지 않을까. 단순히 여러 상품과 맛을 혼합하여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 브랜드만이 가질 수 있는 맛과 문화가 오랜 기간 축척될 때 작은 브랜드여도 가치 있는 곳으로 남을 수 있을 거라 감히 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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