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둘째 날, 삼성헬스 앱으로 확인해 보니 20,000보를 걸었다. 16.42km라니... 웬만한 곳은 거의걸어 다녀서 운동화 안 챙겨갔으면 무릎이 상할 뻔했다. 부산에서 택시가 잘 잡힐 줄 알고 맘 편히 생각하고 있었건만 연휴라 바로잡히지 않고 근거리 이동이어도차라리 걷는 게 나을 정도로해변가는 북적거렸다. 간혹 수영복을입고 태닝 하시는 분들도 있었지만 해변가 앞에서 돗자리를 펴거나 대형 천막 우산에 햇볕을 피해 쉬고 있는 분들이 대부분이었다.
부산에 온 이유는 오로지 바다를 보기 위함인지도 모른다. 이것저것보러 돌아다니긴 했지만 바다가 아니었다면 굳이 부산에 오지 않았을 거다. 장산역에서 30분 거리에 위치한 곳으로창 너머 달맞이길과 골목 사이로 차들이 작은 점처럼 보였다. 아침에 일어나 가볍게 호텔 조식을 먹고 어딜 갈까 고민하다 커피 대신 차를 선택하길잘했다.
좌식으로 앉을 수 있는 내부 구조
일본 애니메이션 OST가 흘러나왔고 외국인들은 각자 테이블을 잡고 영상을 찍거나 통창을 통해 보이는 푸른 바다를 멍하니 감상하는 모습이었다. 아무 생각 없이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온 이유가 명확해졌다. 한 시간 넘게 자리에 앉아 책을 읽다가부지불식 떠오르는 잡념 때문에 책장을 덮고 창 밖을 바라보길 반복했다. 채울 수 없는 허함이 있었다.
주문한 호박차
쌀알과 얇게 잘린 호박 앙금이 가득 들어있는 호박차를 주문했다. 디저트로 설탕에 절인 팥 알갱이가 들어있는 떡이 나왔고음식이이것저것 잘 들어가지 않는 오전에적당히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디저트다. 개인적으로는 건더기가 많은 호박차를 상상한 건 아니었지만 밥알이 많다 보니 거의 끼니를 먹는 것 같았다.
공간 내부 모습
공간 내부는 좌식과 입식으로 나누어져 있고, 한옥 인테리어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전반적으로 차분한 분위기였고 사람이 북적이지 않고 조용해서 좋았다.
장산역으로 돌아가는 길
역으로 돌아가는 길은 파도처럼 오르락내리락반복했고바다에서 멀어질수록 바람도 옅어져 갔다. 잔뜩 떨어진 은행이 시멘트 바닥을 노란빛으로 물들이고 꼬릿 한 냄새가 진동했다.
귀여운 것보다 맛을 선택하는 편이지만 이렇게 귀엽게 플레이팅 하여 음식이 나올 거라곤 상상 못 했다. 소꿉놀이 하는 느낌이랄까... 나와는 영 맞지 않는 느낌이었지만 어린 친구들이나 아이를 키우는 가족들이 오기 좋은 음식점 같았다. 귀여운 계란프라이와 닭고기 튀김, 그리고 닭껍질 튀김이 함께 나온다. 약간 느끼 할때마다 미소된장과 김치를 연신 먹었다.
테이블 앞에 놓인 몇 가지 일본 서적들
다이도코로는 광안리 해수욕장에서 멀지 않은 거리에 바로 위치한 일본식 음식점이다. 웨이팅 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어느 정도 인스타그램에 알려진 곳은 4-5팀 정도 항상 기다려 식사를 해야 했다. 식사를 다하고 1층으로 바로 나오면 멀리서 푸른 바다가 조각처럼 보이고 건물 사이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 들어왔다.
광안리 해수욕장으로 걸어가는 길목
이틀째라 골목만 보면 서울과 무엇이 다른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마지막 날, 부산역으로 달리는 고속도로에서 멀리 보이는 공장지대와 테트리스처럼 쌓여있는 컨테이너 그리고 선적들을 보며 어마어마했다. 부산 사람들에게는 익숙할 테지만 서울에서만 쭉 살았던 서울 촌사람은 되려 부산이 신세계로 보였다.
그야말로 인산인해였던 광안리 해수욕장. 해변가 모습은 나름 여유롭게 나왔지만 바다를 낀 도로에는 수백 명이 걸어 다녔고, 맞은편 즐비한 카페에서 음료를 마시는 사람들이 수십 수백 명이었다.
멀리 보이는 광안대교
저 멀리 길게 늘어뜨려진 광안대교가 보였고 짙고 푸르른 바다와 흰색의 구조물이 대비되었다. 가족, 연인, 친구 단위로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있었고, 간혹 웃통을 벗고 열심히 뜀박질하시는 분들도 보였고 강아지와 함께 해변을 거닐던 산책자들도 있었다. 3년 전까지만 해도 과연 마스크 벗고 돌아다닐 일이 생기기나 할까 싶었는데 이제는 정말 마스크 쓴 사람들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부산역에서 간혹 마스크를 쓴 한 두 명만 봤을 뿐 길고 긴 우울의 터널도 지나간 건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