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소: 일본 〒108-0074 Tokyo, Minato City, Takanawa, 3 chrome−26−27 エキュート品川
주문한 토스트와 카페라테 세트
둘째 날 7시 반 정도에 일어나 아침을 무겁게 하자니 속이 더부룩해서 시나가와 역 안에 있는 카페에서 간단하게 모닝빵과 커피를 마셨다. 동생 졸업식 아니었다면 과연 일본 갈 일이 있었을까 싶은데 아마 3월에도 여러 일들을 쳐내며 어떤 걸 배워야 하나로 많은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회사를 이전한 뒤부터 목표가 뚜렷해져서 여러 가지를 시도해보고 있지만 혼자서 방법을 찾아가는 일이 많다 보니 속도가 잘 나진 않는다. 이런 와중에 도쿄를 4박 5일이나 가게 된 게 부담이긴 했지만 요즘은 아무리 바빠도 시간을 소중한 곳에 써야 된다고 생각한다. 상품 샘플 때문에 방문한 것도 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동생의 대학 졸업식을 축하해 주러 간 것도 크다. 딱 한 번 있는 졸업식을 가족도 없이 보내게 하는 게 얼마나 매정한 일인가.
동생과 함께 주문한 세트
오랜만에 타보는 도쿄 지하철
여행 2일 차에도 도쿄 지하철은 어려웠다. 한국 기준으로는 1호선부터 9호선까지 환승역 기준에 맞춰 노선 색상이 변하기 때문에 찾기가 편한데, 일본은 민영 회사에서 각 지하철 노선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환승선을 보는 기준이 색깔이 아니다. 구글 지하철 경로에서 한 방향으로 가는 길인데 색깔이 다르고, 어떤 플랫폼으로 가냐에 따라 방향이 바뀌기도 한다. 이러니 일본어를 잘 모르는 나는 일본 지하철이 많이 헷갈리고 어렵게 느껴졌다. 내가 일어를 배우지 않는 이상 갈 때마다 새로울 것 같다.
쇼비가쿠엔 대학 졸업식을 다녀왔다. 내가 경험했던 한국 대학교의 졸업식보다는 많이 엄숙했고 진지했다.
졸업한 지 약 8~9년이 지난 뒤에 바라보는 타 대학의 졸업식은 감동적이지도 그렇다고 눈물이 나지도 않았다. 너무 메마른 감정인가 싶지만 동생의 마지막 대학 시기를 보며 인생의 한토막에 불과하구나 싶었다. 사회를 아직 겪어보지 않은 친구들의 얼굴을 보면 그렇게 해맑을 수가 없다. 그리고 그런 해맑음을 유지할 수 있는 세상이라면 정말 좋을 텐데 말이다.
졸업식 강당에서의 일정이 마무리되고 학부생들끼리 사진을 찍으며 서로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모습을 멀리서 지켜봤다. 동생의 친구들과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 앉아 바라만 보다가 단체사진을 찍어야 될 순간이 있으면 수시로 포토그래퍼가 되어 사진을 찍어줬다. 이날 내 역할은 기록을 남겨주는 일이었다. 일터에서는 웃을 일이 없는데 학부생들은 어찌나 꺄르르 웃으며 해맑던지 귀엽고 풋풋하고 너무 연약해서 부러뜨려지기도 쉬워 보였다. 여학생들은 일본식 전통옷을 입고 온 친구들이 많았다. 한국에서는 보통 원피스에 학사모, 여성스러운 화장과 구두를 매치하여 입고 오는 친구들이 많지만 도쿄에서는 전통 의상을 입은 모습을 보니 신기했다. 그들의 졸업식 문화 같았고 그런대로 예뻐 보이기도 했다.
특히 헤어스타일이 굉장히 화려했는데 신기하게도 금박을 머리에 붙이는 스타일을 볼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일본식 전통복장보다 머리가 예뻤다.
항만에서 가까운 이온몰 매장이다. 한국으로 치면 이마트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대학 졸업식이 오후 4시쯤 마무리됐고 1시간 10분 정도 잡고 시나가와 지역에 있는 이온몰에 다녀왔다. 끝나고 피곤해서 바로 숙소로 들어가고 싶었는데 그러기엔 시간도 아깝고 남은 기간 동안 상품 샘플도 봐야 해서 몸은 많이 무거웠지만 다녀왔다. 그리고 하필 여행 기간이 월경일과 겹쳐 많이 돌아다니지 못할까 봐 걱정했는데 몸 걱정하기엔 시간도 없고 체력 되는 데까지는 계속 돌아다녔던 것 같다.
카운터 앞 매대
숙소에서 먹을 요구르트, 과일, 샘플 과자를 몇 개 구매했다. 매장이 꽤 넓어서 볼거리는 많았는데 막상 둘러보니 샘플로 삼을만한 상품이 없었다. 그만큼 한국에 일본 음식이 다량으로 들어와 있고 현재로선 새로운 것이 없는 상태다. 한국의 식료품 주요 공급사들이 일본의 메인 식료품 회사 몇 군데를 꽉 잡고 있기 때문에 일반 매대에 디스플레이되어있는 것들의 대부분이 한국에도 입점되어 있는 상품이다. 그러니 그중에서 괜찮은 물건을 찾는다는 게 좀 어렵다.
아오모노 요코츠역 (Aomono-yokocho station)
항만에서 가까운 매장이라 확실히 건어물 관련한 식재료로 만든 음식점들이 더러 있었고 신기하게도 이 주변에서는 한국 직장인들로 보이는 분들도 꽤 지나쳤다. 잘은 모르겠지만 항만 지역 근처에 수출입 등 무역 회사를 재직하고 계신 분들이 아닐까 싶었다. 일본도 한국과 다를 것 없이 보였던 것 중 하나가 술자리에 거하게 취한 상사를 부하 직원들이 부축해 주는 모습이 보였다. 그 안에 한국인도 보였고 그 모습을 보며 이곳에서도 고생하는 직장인들이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타국에 방문해서 여러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건 참 재밌는 일이다. 언어, 생김새, 음식, 문화, 교통 비슷하면서도 조금씩 차이가 있고 사람 사는 곳은 대체적으로 비슷하나 각 나라마다 주는 분위기가 있다. 이탈리아는 자유분방함, 프랑스는 시니컬하면서도 화려하고 예민함, 독일은 무색무취에 깔끔하고 검소함, 도쿄는 폐쇄적인 듯하나 화려하고 예의바름, 스페인은 다민족이 섞여있어서 그런지 더 개방적인 느낌이고 액세서리도 크고 화려하다. 도쿄의 둘째 날은 여유 없이 흘러갔지만 포토그래퍼 역할은 묵묵하게 한 것 같고 숙소에 도착해서 또다시 한국에서 남은 업무를 늦게까지 보다 12시~1시 정도에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