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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rderless Jun 10. 2024

공원이 만드는 지역문화

휴식


날 좋으면 나가서 햇볕 쬐고 나뭇잎 바라보고 멍하게 하늘 바라보면서 시간을 보내고 길면 2시간 가량 누워서 쉬고 맨발로 잔디도 밟는다. 요즘 포켓몬처럼 휴식 방법도 진화해서 요거트도 포장해서 블루투스 이어폰 귀에 꽂고 음악 들으면서 피크닉까지 한다.


주변에 공원이 있어 원하는 대로 걸어가 산책할 수 있고 휴식도 취할 수 있다는 건 감사한 일이다. 재개발 지역이든 신도시 구역이든 얼마든지 그 시대 트렌드에 걸맞게 지어는 놓겠지만 이곳 만큼 평화롭진 않을 테니 구태여 빽빽한 곳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잘 안 든다. 물론 지금 살고 있는 지역이 한 20년 전에는 그리 살기 좋은 곳은 아니었다. 88 올림픽을 계기로 주변에 우후죽순 외국인들을 위한 모텔과 음식점, 숙소가 생겨났고 둔촌동 사거리로 가는 뒷길은 여전히 몇몇의 작고 어두운 사창가와 같은 술집들이 남아있다. 지금처럼 거리가 깨끗해진 이유는 시에서 젊은 청년 사업가들 위한 공간을 내어주고, 오래된 붉은 벽돌집들을 허물면서 필로티 형식의 신축 빌라와 고층 아파트들 그리고 대형 엔터테인먼트 건물과 몇 개의 대기업이 들어서면서부터다. 한 지역이 변화하는 데는 수십 년이 걸리고 그 작고 수많은 변화 속에 유일하게 조용히 자리 잡고 있는 곳이 공원인 것이다.


특별히 유명 브랜드가 들어온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교통편이 편리하다 말하기도 어려운 이 지역에 사람들이 몰리는 이유는 다양한 문화가 집결되는 공원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나는 이 동네를 애정할 수밖에 없다.



맨발의 포켓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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