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나 넷플릭스를 잘 보진 않는 편인데 몇 주전에 종영한 사극드라마 '연인'에 흠뻑 빠져있었습니다. 끝나고 나서 어찌나 아쉽던지 확장판까지 본다며 기다리는 제 모습이마치 수업끝나고 만화 보겠다고 냅다 뛰어가던 초등학생 같았습니다. 드라마도 잘 안 보면서 어쩌다 사극 드라마에는 푹 빠졌는지 모르겠습니다. 덕분에 브런치에 항상 일 이야기만 하다 덕질하는 글도 써보네요.
출처 : 공식 홈페이지
그래서 제가 왜 잠시 미쳐있었나 했더니 드라마 제목 그대로 '연인'의 진실된 모습을 현실에서는 보기가 여간 쉽지 않아 가상 주인공들을 통해 대리만족을 했나 봅니다. 극 중 속 장현은 초반부터 비혼을 자처하며 여자에 큰 관심 없는 사내로 나오지만능군리 마을의 백여우 '길채' 아기씨를본 순간 한눈에 반해버립니다. 그런데 다른 숙맥의 남자들과 달리 장현은 처음부터 길 채에게 호감이 없는 것처럼 장기간 밀당과 일명 '섬' 현대식으로 말하면 '썸'이라는 것을 타자고 길채에게 제안하죠. 물론 길채는 썸을 거부하지만요. 이때부터 두 사람 사이에 오해가 생기고 서로가 함께하는데 엇갈리기 시작합니다. 장현은 길채의 마음을 얻기 위해 다른 남자들처럼 쉽게 다가가는 사람이 되지 않으려고밀당을 한 것인데 길채는 그 모습을 보고 가볍고 무책임하다고 생각하죠. 실은 장현은 처음부터 길채를 마음속으로 깊이 사랑하고 있었던 것인데도요.
조선 포로들을 구하기 위해 나선 장현
사실 여기까진 뻔한 러브스토리 같습니다. 저도 초반엔가벼운 로맨스 사극물이구나 했거든요. 드라마의 역사적 배경은 병자호란으로 임금이 성에 갇히고 집안의 여자들은 노비로 끌려가던 시기입니다. 시대적으로도 종묘사직과 유교사상 아래 부인은 남편에게 순종하고 선비는 나라를 위해 희생을 요하는 배경을 갖고 있습니다. 억압적이고 특히 여자들에게 정절을 끔찍하게 지키길 강제하던 시기에 극 중 주인공 '장현'은 청나라로 끌려간 백성들을 어떻게든 고국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종묘사직, 법도, 비현실적이고 고루한 관념에 빠져있는 임금과 조정신료들보다 현실적이고 열정적으로 애를 씁니다. 그뿐만 아니라 집안의 부인들을 남편의 아래로 바라보지 않고 똑같은 사람이자 존중받아야 될 상대로 대우하고 그것도 모자라 자신에게 상처를 주고 떠났갔던 '길채'를 위해 본인이 죽을 위기에 닥쳐도 끝끝내 사랑하는 연인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아마 드라마라서 그런 거겠지요?ㅎ 현실에서는 그럴 일이 없고 오히려 누가 더 가졌나, 내가 조금 더 손해보지 않을까 아님 나보다 나은 조건과 환경을 찾는 경우가 있지요. 그만큼 감성보다 이성이 지배한 사랑을 찾고 있으니까요. 그게 나쁘다고도 할 수 없지만드라마 같은 사랑을 할 수 있다면 그건 어떤 기분일지 궁금하긴 했습니다. 다소 과장되고 애절한 사랑이지만 드라마처럼 그렇게까지 진실되게 누군가를 애정할 수가 있을까요.
그래서 왜 이 드라마가 성공했을까 생각해 보니 단순 사랑 이야기였다면 뻔한 사극물이 됐을 텐데 남자 주인공이 세상을 바라보는 현실적이고 따뜻한 태도 그리고 한 사람만을 위해 희생하는 모습이 결합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은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주인공들 사이에 케미스트리도 한 몫했고요. 사람들은 언제나 현실에 볼 수 없는 영웅에 감동을 받는 것 같습니다. 베트맨, 스파이더맨, 슈퍼맨도 다 이 세상에서 비현실적인 인물이기 때문에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것일 테죠. 만약 비현실적인 인물인 장현의 성품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다면 사랑하는 연인 하나만을 생각하는 남자다움 일 것 같습니다. 어지간해서 드라마 완주를 하지 않는 저에게 여운이 큰 드라마라 리뷰 남겨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