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가 다행히 빨리 나아서 활동재게를 열심히 하고 있다. 몸이 건강해서 두 발로 걸어 다닐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모른다. 남은 5일 차 베를린 여행기도 짬짬이 써서 잘 정리해봐야겠다. 남들이 보든 안 보든 내 일을 온전히 꾸준히 하는 것에는 다음을 만들어가게 하는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KW로 가는 길 벽에 붙어있던 하트 포스터들
베를린 거리를 돌아다닐 때면 벽화나 타이포가 그려진 벽들이 많았다. 조금은 지저분해 보일 수도 있지만 서울에서 많이 보진 못했던 광경이라 되려 생동감도 느껴졌다.
KW 현대미술관은 Klaus Biesenbach와 열정적인 젊은 아티스트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고, 마가린 공장으로 지어졌던 공간이라고 한다. 현재는 베를린에서 국제적으로 현대미술에 큰 기여를 하고 있는 곳이며 건물 내부는 전시장, 집, 사무실, 이벤트 공간, 그리고 cafe bravo를 야외에서 운영 중이며 카페는 Dan graham에 의해 1999년 만들어졌다. 유럽 문화 상원 의회 부서에서 지원받고 있다.
KW 입구 정문
그로피우스 미술관에서 너무 감동을 받아서 그런가 그 이후에 다녀왔던 미술관들의 작품은 잘 눈에 안 들어왔던 것 같다. 약간 난해하다는 생각도 많이 했고 대신 공간들 마다 매력이 있어서 건물 보는 재미로 돌아다녔다. 안으로 들어가니 한창 공사 중이었고 1층 마당엔 카페도 함께 운영하고 있었다.
전시 카운터 바로 옆에 붙어있는 전시도록 책장
전시도록은 전시에 맞춰 브랜딩 되는 편집물이어서 표지 디자인이 예쁘고 최근에 아모레퍼시픽 미술관에 있던AP lab도 좋았던 것 같다. 지난 전시 도록이지만 좋은 디자인들도 많고 지금은 바바라 크루거 전시만 하고 있다.
2층으로 올라가는 문에 붙여진 그라데이션 포스터
한글도 좋아하지만 영문은 폰트가 정말 다양해서 그런가 한글로 표지 디자인이나 그래픽 작업을 하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다.
색감이 마그리트를 떠올리게 하기도 하고 일상적인 사진 작업이지만 어떤 의미보다 색감에 치중하여 작품을 볼 때도 많은 것 같다.
거울로 만들어진 것 같은 카페 외관. 신기했다. 사진을 찍으면 공간 안에 있는 거울에 내가 비춰서 구조가 어떻게 되어있는지 궁금했는데 이 카페는 들어가 보진 않고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베를린의 여러 공간들을 방문하면서 알게 된 건 공간 자체를 없애거나 새로 짓는 것이 아니라 원래 있던 공간을 잘 개조하여 사용하는 모습이었다. 공장이 미술관으로, 디스코장이 음식점으로, 패션 스튜디오가 음식점으로.
한 가지의 형식만 좋아하는 게 아니라 정말 여러 종류를 좋아하고 단순하면서도 직관적인 그래픽도 좋아한다. 많은 걸 장식하지 않아도 색감이나 형태로 의미를 알게 만드는 책 표지. 우리가 살아가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인 사랑, 죽음, 돈, 가족, 우정 등을 주제로 쓴 아주 얇은 단행본이다. 살까 말까 고민하다 결국 이것도 안 샀다.ㅎ 찾아보니 펭귄 북스에서 나온 책인데 어쩐지 깔끔하다 했다.
카페라테 한 잔에 책 한 권 찰칵
9일 차는 많이 돌아다니진 못했다. 오셀롯 서점은 독립출판 서점이라기보다는 대형서점과 독립출판 서점의 중간쯤 되는 서점으로 보였다. 너무 상업적인 것만 판매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트적인 주제만 다루는 것도 아닌. 매장 내 초입에는 스테이셔너리도 판매하고 작은 엽서들도 있었고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아늑하고 편했다.
알록달록 예쁜 책 표지들
예전에는 집을 얻으면 서재를 갖고 싶다는 생각도 했는데, 지금은 꼭 서재가 아니더라도 방 안에 책을 둘 수 있기만 하면 된다. 대학 시절부터 사온 책들이 여기저기 흩어져있어서 한 곳으로 다 모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