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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여행집

나노 카페부터 티어가르텐까지

베를린 여행 10일 차

by borderless

같은 학과를 나왔어도 친구들은 각양각색의 직업을 갖고 살아간다. 졸업 후 인생이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과 타인의 성공이 내가 희망하는 일도 아니며 부러워할 일도 아니라는 걸 뒤부터 내 자리에서 내가 걷고 싶은 가치를 실행시키는 것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커리어를 위한 한 줄 얻기는 예상보다 힘들었지만 전보다는 마음이 가파르지 않아서 나름 얻은 것이 있다.




오전은 크로이츠에서부터 그리고

가보지 못한 ORA 레스토랑

http://ora-berlin.de/?lang=en

후... 이미지를 보니 진짜 갔었어야 했구나 싶지만. 크로이츠는 5시만 넘어도 무섭길래 식사를 못했다. 사진만 봐도 정말 멋있는데 아깝다. 사이트에서 FOOD 메뉴로 들어가면 칵테일 PDF와 최근 와인 리스트 PDF도 볼 수 있다. 칵테일 금액은 대략 11~12유로 정도 되니 한화로 하면 대략 14,300원에서 15,600원가량된다. 베를린 물가는 개인적으로 교통비는 좀 비싸다고 생각했고, 일반적으로 식료품점에서 판매하는 식음료와 과일들을 특별히 비싸다는 생각은 안 했던 것 같다.


http://www.ora-berlin.de/Cocktailkarte.pdf

http://www.ora-berlin.de/Flaschenweinkarte.pdf

ORA 레스토랑 외관

숙소에서 오전쯤 나왔고 ORA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할까 했더니 오후 6시에 문을 연다길래 외관만 간단히 찍었다. 참 이상하다. 이렇게 생각이 날 거면 분명히 6시에 가서 식사를 했었어야 했는데 말야. 이곳에서 식사를 안 하는 대신 그래도 티어가르텐을 간 것이라 선택은 잘했다.




주문한 소이 라테, 쵸코 빵, 아마도 콜드 블루

한 40대 정도 돼 보이시는 사장님이 계셨는데 키가 정말 엄청 크셨다. 적어도 190cm는 넘어 보이셨는데 순간 내가 꼬꼬마가 돼버렸다. 언뜻 봐도 나는 사장님 2분의 1 사이즈다. 시크해 보였으나 다가와서 메뉴 설명도 해주시고 무덤덤하게 커피를 뽑으시더니 맛난 소이 라테를 만들어주셨다. 동네 사람들이 종종 들어와서 인사도 하는 걸로 보아 서로 익숙해 보였고 분위기 자체가 자연스러워서 좋았다.


깔끔한 원두 패키지. 아무래도 커피를 자주 마시는 문화이다 보니 원두 사가시는 분들이 꽤 많았다. 한국에서 카페는 정말 많지만 막상 매장을 가보면 원두 사는 사람들은 잘 안 보인다. 원두를 사 가기보단 짧은 시간 동안 공간을 즐기고 가는 휴식처 개념이 더 큰 것 같다.




밥 먹으러 김치 공주로

혹시나 사람이 많을까 봐 예약을 하고 갔는데 이른 오후여서 붐비지 않았다. 공간이 엄청 넓었고 한국에서는 못 보던 인테리어와 분위기여서 생소하면서도 신기하게 바라봤다. 그리고 스태프분들이 한국이셨는데 어떻게 내가 또 한국인 인걸 아시고 한국말로 물어보는 건지. 처음 봤는데도 친근하다.




온 세상이 빨간 곳에서 붉게 빛나는 김치찌개를 시켰다. 국으로 된 요리들이 많지 않다 보니 찌개가 너무 그리웠다. 밥이 최고다. ㅠㅠ





티어가르텐을 가볼까

https://www.visitberlin.de/en/tiergarten

티어가르텐은 베를린 중심에 있는 공원이고 브란덴부르크 문과 포츠다머 프라츠와 함께 주요 관광 장소이다. 17세기 프리드리히 3세는 이전의 왕족들을 위한 사냥터를 공원으로 변경하도록 했고 1833년과 1838년 사이에 대대적으로 여러 번 디자인되었다고 한다. 대체적으로 그렇긴 하지만 2차 세계대전 시기에 공간 훼손되었고 이 시기에 석탄 고갈로 인해 공원에 있는 나무를 연료로 쓰기 위해 대량으로 잘라냈다고 한다. 1949년까지 독일인들의 기부로 공원에 나무들을 새로 심을 수 있었다고 한다.

공원 잔디에 누워있고 싶어서 크로이츠에서 버스 타고 올라간 곳이 티어가르텐이다. 멀리 전승기념탑도 보이고 강을 바라보고 누워있고 싶어 공원 내 핫플을 찾다가 꽤 걸어버렸다.




프로필 사진으로 되어있는 티어가르텐 아니고 이슬가르텐

아직까진 잘 모르겠지만 한 60대에는 귀농하면 어떨까 생각해봤다. 경제 활동을 하지 않아도 주변에 먹을 게 있으면 서울에 올라가서 살 이유가 없을 것 같고 주변에 병원만 있으면 되지 않을까 하는데... 몇 달 전 영화 리틀 포레스트를 보고 다소 뜬구름스럽긴 하지만 상상은 한 번 해봤다. 마당에 깻잎 심고, 상추 심고, 잼 만들어 먹고. 그러고는 잼을 팔겠다고 로고를 만들고 귀농한 디자이너라는 이름을 걸어 온라인 판매를 시작하는 내 모습. 안 봐도 비디오다. 끼룩. 그래도 아직 귀농하기엔 이르다.



무릎에 얹혀 놓은 주황 낙엽

직장을 다녀보니 내가 깨달은 건 직장인으로서 커리어를 쌓아 생존하고자 하는 일도, 사업으로 성공하고자 하는 일도 더 낫다 못 낫다 할 일이 없는 것이라는 점. 정답은 없고 먼 미래를 생각하면 현재를 즐기지 못하니 매 순간 오늘 계획한 것을 하나씩 지키며 살뿐이다. 티어가르텐에서 쉬고 누워 있다가 숙소로 돌아갔다. 베를린 10일 차라니 이제 거의 다 써간다. 남은 날들이 얼마 안 남았으니 조금 공들여서 즐겁게 써봐야겠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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