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한테 차를 끓여줬어
독감에 걸려서 4일을 쉬었다.
독감 백신도 맞았는데 백신 맞았다고 독감 안 걸리는 거 아니라는 걸 확실히 알았다.
열 없는 독감이 있다더니 나였다.
항바이러스제 맞고 나니 오한과 근육통이 다음날 바로 나아졌다.
부작용은 어지럼증.
뇌가 흔들리는 느낌이 든다. 갑자기 눈앞에 깜깜해지는 것 같다.
독감으로 뭘 제대로 해 먹을 수 없는 동안 음식은 거의 배달해서 먹었다.
배달음식이 지겹다.
엄마가 오래전 직접 담그신 생강차를 타서 먹었다.
내가 감기에 걸릴 때마다 엄마가 타주시던 생강차.
지난봄에도 내가 감기에 걸려 비실거리자 엄마는 벽을 짚고 부엌으로 가셔서는
냄비에 배, 도라지, 대추, 파 등을 넣어서 푹 고아서 차를 끓여주셨다.
당신은 지금 말 그대로 죽어가고 있으면서
딸 감기 걸렸다고 아픈 몸을 일으켜 딸을 돌보시네.
엄마라는 존재는 대체 어떤 사람이길래.
차를 끓이는 엄마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나를 이토록 사랑해 주고 아껴주고 걱정해 주고 돌봐주는 엄마의 모습을 바라보며
다시는 엄마가 끓여주시는 차. 그와 같은 차는 다시 마실 수 없으리라는 것을 알았다.
독감은 무시무시했다.
엄마가 곁에 계셨다면
계란죽을 끓여줄까, 땀 흘린 이불 보송한 걸로 갈아줄게, 생강차 끓여 왔어 좀 마셔봐 하셨을 테지.
그래서 몸을 일으켰다.
내가 나를 위해 죽도 끓이고, 이불도 갈고 생강차도 끓여서 마셨다.
엄마가 나를 돌보듯 내가 나를 돌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