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이다. 정말로 봄이다. 얼마 전까지는 봄이 오고 있네…라며 그래도 아직은 봄이 저만치 떨어져 있는 것 같았는데 지금은 봄이 하루를 다 감싸 안고 있는 느낌이다. 봄 속에서 피어난 개나리, 벚꽃, 가벼워진 사람들의 옷차림을 보면서 계절이 바뀌었음을 실감한다.
지난겨울은 너무나 달콤했다. 공기는 차가웠어도 자는 동안 내 몸을 눕힐 침대 위 공간은 미리미리 따뜻하게 준비해 뒀었다. 밤이 길었다. 이른 아침에도 어두웠다. 이른 저녁에도 어두웠다. 긴 어둠 속에 숨을 수 있었다. 나를 볼 수 없고 나를 찾을 수 없게 어둠 속으로 몸을 숨기고 그 속에서 마음을 마음껏 늘어뜨렸다.
낮동안 쓰고 있던 가면을 벗고 어둠 속에서 난 진실한 나였다. 그 속에서 마음껏 쉴 수 있었다. 웅크렸다가 몸을 펴기도 하고 그저 가만히 눈을 감고 호흡이 들어오고 나가는 순간을 마주하면서 내가 살아있음을 느꼈다. 매일 같은 영화를 보는 것 같이 마음속에서 반복해서 상영되는 장면들을 봤다. 어떤 날은 그냥 잠이 들었다. 자다가 눈을 떴는데도 아직 바깥이 어두우면 마음이 놓였다. 아늑했다. 안심이 됐다. 아직 어둡구나. 편하게 있어도 되겠구나.
겨울 내내 그런 밤들이 너무나 달콤했다. 매일 밤 이불속으로 몸을 집어넣고 따뜻함 속으로 스며드는 시간을 기다렸다. 밤이 밤 자체가 거대한 이불 같았다.
해가 점점 길어지면서 겨울이 가고 있다는 걸 알았다. 이른 아침 창밖이 밝다. 아침이 오면 숨어있는 내가 세상으로 꺼내져 있다. 겨울이 가는 게 이렇게 아쉬운 이유는 그래서인가 보다. 아직 더 숨어있고 싶어서. 내겐 아직 어둠이 필요해서.
지난겨울 정말 달콤했다. 아등바등 쥐고 있던 것들 되도록 다 놔버리려고 했다. 어차피 어쩔 수 없는 것들 다 받아들이려고 했다. 이게 사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숨 쉬고 살아있기만 하려고 했다. 겨울 덕분에 봄을 맞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