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반짝이는 순간

by 보리아빠

그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뛰던 순간이 있었습니다. 비록 세월이 지나 잊고 살긴 하지만요. 그렇지만 우연히 꺼내 본 그때의 설렘은, 여전히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한 시간이 더해져, 그때보다 더 눈이 부시도록 말이에요.


신년맞이 가족 여행으로 홍천에 있는 리조트에 여행을 왔습니다. 스키장도 있고, 눈썰매도 탈 수 있어서 보리에게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았어요. 세 식구가 처음 오는 곳이었지만, 리조트 지하상가를 둘러보며 왠지 모를 기시감이 느껴졌습니다. 무슨 이유 때문일까 잠시 기억을 더듬다가, 오랫동안 잊은 줄 알았던 8년 전의 첫 마음에 손이 닿았어요. 이곳은 그녀와 인연을 시작하기 전, 족들과 함께 왔던 곳이었거든요.

연등회에서 그녀를 알게 되었지만, 다시 만나긴 쉽지 않았습니다. 서울과 경기의 거리가 서로의 시간을 어긋나게 했고, 마음을 나눌 수단이라고는 모바일 메신저뿐이었어요. 하지만 손 끝으로만 오고 가는 이야기로도 그녀와 가까워지긴 어렵지 않았습니다. 윤문을 거친 그녀의 말은 바로 옆에서 속삭이는 듯했거든요. 귓가에 맴도는 그 간질간질함에, 당장에라도 서울로 달려가고 싶었을 정도였어요. 하지만 언제까지나 메시지로만 대화를 할 수는 없었기에, 어렵게 시간을 내 첫 데이트를 약속했습니다.

가족들과 함께 온 여행지에서도, 곧 그녀와 만날 생각에 설렜습니다. 데이트 장소는 어디로 할까, 함께하자는 약속의 말은 어떻게 건넬까 고민도 됐고요.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리조트 상가를 혼자 돌아다니다가, 아기자기한 소품을 파는 액세서리 가게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평소라면 별 관심 없이 지나쳤을 텐데, 창 너머로 보이는 물건을 구경하다가, 그녀의 웃는 모습과 닮은 캐릭터가 그려진 손거울을 보고 사두었습니다. 곧 만날 그녀에게 작은 선물을 하고 싶어졌거든요.

그녀와의 만남 장소는 아쿠아리움으로 정했습니다. 어두운 조명과 물고기가 유영하는 차분함은 로맨틱한 분위기를 만드는 데 딱 좋았어요. 속삭이듯 손끝으로 전해졌던 그녀의 목소리를 귀로 들으며, 준비한 선물을 건넬 순간을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마음을 전한 짧은 말도 마음속에서 굴려보았어요. 동선은 자연스럽게 흘러, 마지막 코스인 해양생물관에 들어갔습니다.



여기는 무빙워크가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덕분에 자연스럽게 가깝게 붙어 설 수 있었지만, 이동 시간은 정해져 있었기에 용기를 냈습니다. 마침 무빙워크가 살짝 흔들렸고, 전 그녀의 손을 살짝 잡고 얼굴을 쳐다봤어요. 한눈에 알 수 있을 정도로 얼굴을 붉히고 있었습니다. 잠시 눈을 마주 보며 말없이 있다가, 준비했던 선물과 함께 마음을 전했습니다.


"내 마음을 받아주세요."


그녀는 수줍게 선물을 받아주었,

지금은 제 아내로,

한 한 아이의 엄마

여전히 함께하고 있습니다.


그때와 다르지 않은 리조트 풍경을 이젠 세 사람이 함께 즐기며, 혼자만 간직해 왔던 설렜던 순간이 떠올랐습니다. 다시 꺼내보니, 여전히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어요. 마음을 받아준 아내에게 감사합니다. 이 마음, 언제 꺼내도 눈이 부시게 반짝이도록 소중히 간직하겠습니다. 눈물이 날 정도로 예쁘고 소중한 기억이니까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이기에,

인생의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은

언제 꺼내봐도 가장 반짝인다.

이것이 오늘 느낀 진리입니다.




"여보, 날 왜 그렇게 멋있게 째려봐요?"


당신이 너무 눈부셔서,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요.

그때도, 지금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