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오지 않은 행운에 감사드립니다

by 보리아빠
그 아팠던 추억들이
아픔의 기억이 되고
엎질러진 술잔 사이로
후회마저 사치스러운

가슴에 묻힌 슬픔
이제는 감사되어
내 노래가 되었네

- 나훈아의 노래, 감사 -

얼마 전 종영한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의 결승 곡으로, 김용빈 가수는 '감사'라는 노래를 골랐습니다. 그의 인생사를 그대로 옮긴 듯한 노래에 사람들은 감동 받았고, 그는 당당히 우승습니다. 그리고 이제 그 곡은 김용빈 가수를 대표하는 곡이 되었어요. 웃는 얼굴로 슬픔을 노래하는, 이제야 빛을 보기 시작한 22년 차 가수를 보며 전 잠시 생각에 잠겼습니다.


가수라면 당연히 노래를 잘해야겠지만, 때론 운도 따라줘야 한다고 합니다. 가수에게 그 행운이라는 건 좋은 노래를 만나는 것이라네요. 사실 김용빈 가수가 부른 '감사'라는 노래의 원곡자는 다른 사람이거든요. 다름 아닌 가황 나훈아. 굴곡진 삶을 살면서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겠다는 가사는, 김용빈 가수의 발자취를 그대로 그린 듯했습니다. 그는 고마움을 품고 항상 노력했고, 결국 이 노래는 큰 행운이 되어 돌아왔지요.


글을 쓰는 것도 이와 비슷한 것 같습니다. 우리는 하루를 살며 수많은 글감을 만나곤 합니다. 하지만 모든 글감이 다 이야기가 되진 않기에, 저마다 개성 있는 방법을 쓰곤 해요. 누군가는 선글라스 너머로 사람들을 관찰하고, 누군가는 무심코 들은 낱말을 붙잡아 사유를 시작하고요. 그리고 약간 운이 따라주는 날엔 몽롱하게 속삭이듯 글이 들릴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게 갖춰졌어도, 인지하지 못하고 표현하지 못한다는 건 정말 슬픈 일입니다.


뭔가를 창조하는 인간은 본인의 감정을 제대로 표현해야 합니다. 감정은 여운처럼 오래 남기도 하고 시간처럼 찰나를 스치기도 해요. 막힘없이 글이 써지는 날엔 기분이 좋습니다. 반면에 한 글자도 써지지 않는 날엔 조비비듯 초조해지기도 하고요. 그럴 때 필요한 게 행운입니다. 매일 썼다 지우기를 반복하며, 어디선가 찾아올 행운을 기다려 봅니다.


때론 바깥에서 발견하기도 합니다. 김용빈 가수가 나훈아 님의 '감사'라는 노래를 발견해 인생을 담았듯이요. 끊임없이 부르다 행운을 만난 가수처럼, 끊임없이 쓰다 보면 만날 수 있을 겁니다. 그 노력과 행운이 만나면 더 좋은 글을 만들어낼 수 있을 거예요. 솔직한 감정이 담긴, 다른 이의 마음을 다독여주는 좋은 글을요.


그래서 일단 씁니다.

마음속 깊이 품었던 이야기가

마음속 깊이 꿈꿨던 행운과

절묘하게 맞길 기대하면서요.


제게 찾아왔던 행운 같은 모든 순간에, 찾아왔어도 행운이 되진 못했던 모든 순간에 감사합니다. 슬픈 사연도, 즐거웠던 순간도 언젠가 좋은 이야기로 남길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가 읽어주시는 분의 마음에 잠깐이라도 남았으면 합니다.


근데 나훈아 님이 우리 용빈이에게

주신다는 곡은 언제 완성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