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몽돌해변

자갈길 위를 맨발로 걸을 수 있는 바다

by 글쓰는 여자

넘칠 듯 밀려오는 파도에 발을 떼기 조심스러웠던 바다. 바다는 가득 채워 흘러넘치는 그릇이 아닌데, 마치 그 안에서 바닷물이 넘칠 듯 보였다





매끈매끈 부드러운 돌로 이루어진 바다는 완도에서 처음 접했었다. 이후 제주의 내도에는 몽돌바당이 있다는 것을 알았고, 전국 곳곳에 조약돌 같은 돌이 가득한 바다가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곳을 가고 싶다는 마음이 있어 왔는데, 이번 여행 중 가게 된다는 건 계획 안에 없었다. 그저 일출을 보러 간 바다에서 몽돌을 만나게 된 것이다.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지압길이 그대로 넓은 해안가로 옮겨온 듯싶을 정도로 돌의 크기는 다양했다. 체크아웃한 뒤 나가서 걸어간 몽돌바다에는 단 한 사람만이 있었다.


그와 나 사이의 거리는 어림잡아 500미터 정도였다. 물리적 거리는 제법 있었지만, 다소 빗살이 보이는 바다를 보며 걷는 나와 그의 심정적 거리는 1미터도 안 될 것 같았다.


청승맞다는 말이 어울림직한 그 날, 나는 바다를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 어릴 때부터 누누이 들었던 속솜하라와 어딘가에 가서 소리를 지르라는 말. 난 그 두 가지를 말하며 아프지 말라고 보약을 지어주는 그 누군가에게 큰 소리를 내고 싶었다. 나를 나 자체로 봐달라고 말이다.


바다를 보며 몇 번 소리친 뒤 '이게 뭐하는 짓이람'이라고 뇌까렸다./ 소설 속에서 종종 읽던 단어, 뇌. 까. 리. 다


사람을 치료하기 위해 B형이 A형이라 보일 만큼 나를 누르고 눌러왔던 시간. 다른 이를 높이기 위해 원치 않는 서브 역할. 내가 잘하거나 하고 싶었던 것조차 말하지 못하고 못하는 척 살아야 했던 세월. 아는 것도 모르는 척해야만 살 수 있던 조각.


모든 걸 억눌렀고, 모든 걸 말하지 않았고, 여러 모습으로 살아왔는데. 그냥 이렇게 잘 살아왔다고 나 자신을 속이며 살아왔는데, 누군가가 말했던 것처럼. 신은 한 번 치유하기로 결정한 것을 결국 해내고 만다는 말이 떠올랐다.


내가 치유해 달라고 그렇게 기도했을 때는 모르는 척하시더니 이제는 더 이상 건들지 말라고 하는데도 자꾸 건들고 상처를 꺼내보라고 푸시를 준다. 은근슬쩍 쿡쿡 찌르듯 넛지 기술을 쓰시는 것이 아닌, 대놓고 나를 찌르신다. 어쩌면 이제는 내 안에서 차고도 차서 그럴 수도 있겠지




바다를 바라보며 소리를 지르는 것조차도 힘들어 그냥 더 이상 외치지 않기로 했다. 날은 맑은데, 간간이 내리는 빗방울이 바람을 타고 얼굴로 내려앉았다.


조금 있으면 비가 무척 세게 내릴 것만 같았다. 그 비를 맞기 전에 얼른 이 자리를 벗어나 삼산동 시내로 들어가야 했다. 하지만, 나는 온 버스를 보냈다. 그리고 주상절리대로 갔다.


제주의 것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작은 규모였고, 자로 잰 듯한 일정한 규격을 갖춘 것도 아니었다. 그렇지만 그건 주상절리대였다.


빛바랜 장소 소개글이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였어도 그건 주상절리대였다.


그렇다. 나는 그냥 나였다.

몽돌


상처를 입었든 포효하든 교수님이 떠나시고 난 뒤 지도 교수가 바뀌고 학과장이 바뀌고 파워를 가진 자가 달라졌을지라도 교수님께서 너를 남기고 가서 미안하다고 말씀하신 것이 몇십 년이 지난 지금도 내 마음 안에 남아 있는데, 나는 아직도 바뀐 교수가 내게 그다지 핸디캡을 주지 않았다고 말한다


종종 말했다. 나는 착하지 않다고. 다만 내 안에서 선한 것이 나온다면, 그것은 단지 하나님의 선하신 성품이 나를 통해 발현되는 것뿐이라고.


* 나를 나로서 마주한다는 것 자체가 치유일 수 있겠네요. 나를 마주할 수 있는 용기와 그 치유에 참여할 수 있는 에너지도 있어야 치유가 될까요? 혹자는 말했어요. 하나님의 치유는 목수가 좋은 목재를 고르는 것과 같은 과정이라고요. 목수는 다른 이가 쓰다가 더 이상 쓰지 않는 나무 중 쓸 만한 것을 골라 그것을 쓰기 위해 이미 박혀 있던 못을 빼낸대요. 그리고 그 자리를 부드럽게 덮어준다고요. 예수님의 직업은 목수셨어요. 그건 하나님의 치유를 설명하기에 너무 적합한 직업이래요.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아픔을 뽑아내신 뒤 들쑤시지 않고 아픈 걸 소리 지르며 말하라고 이야기하지 않으신대요. 그저 뽑아내고 약 발라주시고 덮어주신 뒤 그 상처가 전혀 없었다는 듯 대하신대요 !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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