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은 장기 여행이 아니었음을 깨달음
눈만 감으면
눈앞에 선명히 떠오르던
마이크로 비치 물살을 뚫고 들어온 그 햇살
사이판에서 지내며 한 것이라곤 호텔 안에서 잠자기 - 식사하기 - 마이크로 비치 해변에서 놀기 - 축제장 다녀오기 정도였다 이대로 가기에는 못내 아쉬움이 남을 듯싶어 해변에서 매번 보이던 마나가하섬에 가보기로 했다
예약은 쿠팡에서 했고 패러글라이딩을 하며 섬 안으로 들어간 뒤 배로 나오는 코스로 정했다 패러글라이딩은 사는 동안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지만, 늘 해보고 싶단 바램이 있었다 그래서 왠지 잘 탈 수 있으리란 마음이 들기도 !
아침에 일어나 식사할 겸 섬 물고기들에게 줄 빵을 살 겸 주변 카페로 갔다 마나가하섬에서 물 안에 빵을 뿌려주면 물고기들이 많이 몰려와 구경할 만하다는 블로그 글을 보았기 때문인데, 마음에 갈등이 생겼다
이는 나이 어린 그레이스에게는 즐거운 볼거리가 되겠지만, 환경 보호를 위해 선크림도 자제해 달라는 바다에 인간이 먹는 빵을 뿌린다는 건 생태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리란 마음에서 기인했다
마침 카페에서도 그렇게 챙겨갈 만한 빵은 판매치 않아 아침으로 먹을 주스와 케이크만 주문했다 주스는 스트로베리를 골랐는데, 직원이 주문 내역을 다시 확인한다며 “스트롸베릐”라고 말하는 영어 억양이 너무 귀 가운데 강하게 들어와 유학 간 기분이 들었다 20대 중반 시절 캐나다로 유학 갈 기회가 있었음에도 가지 못했던 것이 떠올라 여행하며 영어 공부를 하고 싶단 마음이 들었다
다시 내게 기회가 생긴다면, 미국이나 호주, 캐나다 혹은 영국 같은 나라로 가 어학공부를 해볼 참이다
카페 안에서 아침을 간단히 먹은 뒤 호텔로 돌아가 얼마 지나잖아 현지 한국인 가이드가 데리러 와주었다 그는 예의 해외여행에서 만날 법한 한국 가이드 분위기를 풍기며 적당히 친절했다 그가 운전해 주는 차를 타고 선착장으로 가 몇 명의 사람들과 조인했다 현지인이 모는 배에 탈 수 있도록 도운 가이드는 나중에 만나자는 인사를 전했다
배 안에는 신혼여행을 온 듯한 부부와 여성 친구들, 그리고 그레이스와 내가 타 있었다 설렘 있는 얼굴과 살짝 상기된 기분으로 앉았던 우리에게 드디어 패러글라이딩의 시간이 다가왔다 현지 스텝은 팀별로 순서대로 불렀고 한 번에 한 팀씩 타기 시작했다 먼저 탄 여성은 소리를 지르며 하늘 위로 올라왔고 바로 옆에서 타는 모습을 처음 본 나는 다소 긴장감이 생겼다 나와 그레이스의 차례가 되어 선미 쪽으로 가니 앉아서 날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셨다 직원이 알려준 방법대로 있자 어느덧 순풍을 타며 하늘이란 공간으로 떠올랐다 하늘에서 바라본 풍경은 정말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마나가하섬에 들어갈 때 오로지 스노쿨링을 잘해보겠다는 일념하에 핸드폰을 들고 가지 않았던 터라 상공에서 촬영은 하지 않았지만, 오히려 그 편이 좋은 듯싶었다 카메라 프레임 안에 담기지 않은 장면은 어느덧 내 마음과 뇌리 속에 영원히 잊히지 않을 기억처럼 남겼다 그건 어떠한 상황 안에서도 나와 함께 있으리라
마나가하섬에서 그레이스는 가족 단위로 놀러 온 한국인 가족과 친해져 또래 여자친구와 놀며 시간을 보냈다 나중에 들어보니 그 집에서 싸 온 빵을 바다에 뿌려 몰려온 물고기 구경을 했단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라 감사 인사를 전하지 못했지만, 그렇게 그레이스는 다양한 종류의 열대어를 볼 수 있었다 나는 내 손바닥보다 훨씬 긴 검은 해삼과 물고기들을 스노클링을 통해 살펴보고, 큰 조개껍데기를 그레이스에게 가져다 보여주며 시간 가는 줄 모르다가 보트에 함께 탔던 여행자들이 차츰 움직이자 나와 그레이스도 선착장을 향했다 모두들 섬에서의 시간이 만족스러웠는지 돌아가는 길에는 왠지 모를 따듯한 유대감이나 애정이 생긴 듯싶었다 돌아가는 바닷길에서 두 명의 여성 여행자는 운전자와 영어로 농담하며 친분이 쌓여 이메일 주소를 주고받기도 했다
여행은 이렇듯 마음의 경계를 쉽게 허물기도 한다
가는 길에 바다를 유영하는 거북이 두 마리를 보았다 현지인이 바닷속 거북이 위치를 알려주어 볼 수 있었는데, 바다 위를 동동 뜬 상태로 움직이는 그들이 참 자유롭게 눈앞에 비췄다
스노클링을 마치고 오자 한국인 가이드가 기다리다가 맞아주었다 들어갈 때와 달리 제법 친근하게 대해줬다 드랍은 미리 이야기 나눴던 대로 PIC 리조트에서 했다 가는 중간중간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한국에서 일하다 사이판으로 와서 가이드로 지내다 코로나로 인해 일거리가 없자 다른 일을 하다가 다시 가이드로 움직이는 중이시란다
이런저런 대화를 이어가며 리조트에 도착했고 친절히 대해주셔서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PIC는 어린아이를 동반한 가족들이 많이 찾는 숙소로 뷔페가 괜찮단 말을 보고 찾았다 또한, 숙소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도 살펴볼 겸 !
레스토랑으로 가 현장결제한 뒤 식사를 했는데, 숙박객은 한국인들이 대부분이었다 음식 맛은 괜찮은 편이었지만, 하루 세끼를 모두 이것으로 삼 사일 동안 먹으라면 먹기 힘들 것 같았다 식사하며 내심 마이크로 비치 쪽에서 보내게 된 시간들에 감사했다
사이판에서의 시간은 일주일이 장기 여행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빠르게 스쳐 지났다
가끔 내리던 스콜과 쿵푸팬더 조형물 앞에서 똑같은 포즈를 취하는 그레이스를 보며 웃고, 가라판 시내 어느 한 주차장 앞에 앉아 양산을 쓴 채 여유로운 웃음을 지으며 지나가는 차들에게 손을 흔들어 보이던 노숙자, 코인 빨래방을 찾지 못해 헤매다 결국 찾아가 빨래하는 방법을 물어보자 대신 자신의 동전으로 빨래를 돌려준 뒤 내가 건네는 재정을 끝끝내 안 받던 지역 주민, 친절히 응대해 주던 플루메리아 식당의 한국인 직원 등 소소한 에피소드들 있던 시간들은 나를 두려움으로부터 꺼내 릴랙스라는 시간으로 발을 들이도록 도왔다
체크아웃하던 날, 호텔 아메리카노의 직원 멜로디는 나와 그레이스와의 헤어짐을 아쉬워하며 그레이스와 포옹했다
그레이스는 그때의 일을 이후에도 종종 이야기하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