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여덟 살, 어린 나이에 걸맞게 서툰 엄마였던 내가 어느새 중학생의 학부모가 된다. 엄마 생활만 벌써 13년. 익숙해질 때도 됐지만, 중학생을 키우는 건 처음이라 다시 초보 엄마의 자리에 되돌아와 있다. 겨울방학 기간이라 의도치 않지만 24시간 함께하는 체제로, 중학교 입학을 앞둔 아이를 옆에서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 그 결과, 다음 세 가지의 특징을 보인다.
1. 혼란스러움
2. 사춘기
3. 학업 부담
혼란스러움
중학교 입학을 앞둔 아이는 여러모로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6학년 2학기에는 학교 가기 싫다고, 담임선생님도 마음에 들지 않고, 자신과 잘 맞는 친구가 없다고 학교생활에 불만이 많았다. 다음 주면, 겨울방학이 끝나고 한 달도 남지 않는 초등학교 생활도 끝나가니, 이제는 초등학교 생활이 나쁨에서 아쉬움으로 변해가고 있다. 더욱이 초등학교생활이 더 이상 지속되지 못한다는 점에 섭섭한 마음을 표현한다.
사춘기
다음 달이면 열두 살에서 열세 살이 돼 가는 나이. 사춘기도 왔다 갔다 한다. 수학을 많이 하는 날에는 사춘기가 오고, 수학을 멀리하면 사춘기도 멀어진다. 아직 엄마의 포옹과 뽀뽀도 좋아하지만, 엄마가 하는 잔소리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시스템이 점차 견고화 되고 있다.
내가 무엇을 하라고 얘기를 하면 "아이고, 브런치 글 조회수 1만 회를 올리신 작가님의 말씀은 새겨들어야지요"하고 엄마를 놀리기 일쑤이다. 막상 시킨 일은 하지 않고, 기본 3번쯤은 얘기해야 실행한다.
사춘기를 감별하는데 눈빛은 중요하다. 엄마를 45도 각도로 삐딱하게 보는 습관은 6 살생부터 있었으니, 오죽하면 그때 별명이 ‘심뚱귀(심술쟁이, 뚱보, 귀신눈의 약자인데, 돌이켜보니 엄마가 안티였다)’이었다. 중1을 미리 겪은 동네 선배 엄마는 “애 눈이 아니라 눈깔이야. 눈깔!”이라고 외쳤다. 아직 아이의 눈깔이 아니고 눈빛인 것을 보면 다행히 아직 사춘기는 아닌가 보다.
공부 부담
공부에 대한 부담감도 무시하기 어렵다. 이번주 일요일에 예약해 둔 수학학원 레벨테스트를 앞두고, 미처 끝내지 못한 중학교 2학년 1학기 수학진도를 마치기 위해 하루에 인강 2 회차씩 들으며 속도를 내고 있다. 수학 진도로 따지면 1년 6개월 정도 앞서가는 것인데, 이 동네 또래의 6학년들이 평균적으로 중학교 3학년 진도를 나가고 있는 것을 보면 늦은 것이 맞다. 영재고나 과학고를 준비하는 친구들은 고등학교 수학을 1 회독하고, 다시 공부하는 경우도 물론 많을 것이다.
예비 중학생을 키우는 엄마의 특징은 다음의 세 가지로 요약된다.
1. 스케줄 관리
2. 초등학생 경제적 혜택 최대 이용
3. 중학교 적응에 대한 걱정
스케줄 관리
변화에 대한 두려움은 어느새 옆에 있는 엄마의 마음에도 전해진다. 수십 개의 학원정보를 매일매일 업데이트하는 이웃 블로그를 정독하고, 며칠에 한 번씩 날아드는 학원 입시설명회에는 가야 되나 말아야 되나 고민을 한다. 초등학교 6학년은 이 정도인데, 고등학교 3학년이 되면 학원들의 온갖 설명회, 개강정보를 담은 문자가 하루에만 100통이 온다고 한다. 중학교를 입학하기 전에 그동안 마치치 못한 예방접종도 마쳐야 하고, 치과, 안과처럼 병원 투어도 마쳐야 한다. 중학교 스케줄에 맞춰서 영어, 수학 학원도 다시 세팅해야 하고, 더 이상 초등학교 때 듣던 청소련수련관 어린이 수업도 듣지 못하니 새로운 운동교실도 찾아야 한다.
초등학생 경제적 혜택 최대 이용
부수적으로 초등학생의 혜택도 2월에 종료됨으로 이러한 혜택을 최대한 이용해야 한다. 레진 충치치료도 만 12세까지 보험혜택이 적용된다고 하니, 2월 생일 전에 마쳐야 한다. 어릴 때는 생일이 빠른 것이 좋았는데, 커보니 생일이 빠른 것이 좋지 않은 점도 있다. 호텔 뷔페도 어린이 요금은 성인 요금의 절반에 가까운데, 초등학교 졸업하기 전에 평소에 가지도 않았던 딸기 뷔페에 본전 뽑으러 가야 하나 라는 생각도 든다.
중학교 적응에 대한 걱정
중학교 입학을 앞둔 딸은 한 때 학교에 입학해서 혹시 나쁜 학생들에게 괴롭힘을 받지 않을까 고민했던 시기가 있다. 그때 엄마의 마음에서 “걱정할 필요 하나도 없고, 무조건 엄마한테 얘기해. 그 친구들 다 학폭으로 고소하고, 자퇴하고 비인가 국제학교로 진학하면 되니까.”라고 말했다. 얼마 전에 그 얘기를 했더니, 이제는 그런 고민이 없다고 한다. 그런 애들이 있다고 할지라도 적당히 피하면 된다고 대수롭지 않게 얘기한다. 몇 달 사이에, 어엿한 중학생이 되어가고 있다.
외고, 국제고, 자사고가 폐지가 백지화되면서 중학교의 입시화가 걱정된다는 기사가 최근 교육계의 화두이다. 개편된 교육 과정 ‘고교학점제’에서 대입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좋은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것이 유리하고, 그런 고등학교에 진학하기 위해 중학교 때 선행과 많은 학습을 해야 하는 것이다. 공립초등학교에서는 아이들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서 그 흔한, 중간고사, 기말고사 한번 보지 않고, 굉장히 쉬운 수준의 단원평가만 보고 있다. 제주 공립초등학교의 단원평가 시험의 난이도는 아주 쉬웠고, 서울 학교의 단원평가는 그래도 조금은 어려워졌다는 것이 서울과 제주의 차이다.
이 모든 혼돈과 불안감은 새로운 변화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시간을 거슬러 27년 전, 중학교 입학 했을 때를 떠올리면 막상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고등학교 입학을 앞두고는 배정통지서를 갖고 엄마와 함께 학교를 찾았고, 학교 앞 분식점에서 설레는 마음으로 이 학교가 내가 다니게 될 학교구나 하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있는데, 중학교 입학 당시는 삭제버튼을 누른 것처럼 뚜렷한 기억이 없다.
중학교. Middle School이라는 말처럼 중학교는 이제 와서 돌이켜보니 중간의 어중간한 혼돈의 시기였다. 중학교 시절에는 성적도 중간, 중학교 3학년 때 담임선생님은 오죽하면 “성적이 그날이 그날입니다”라는 코멘트를 학교생활통지표에 써줬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중학교 3학년때는 그 시절 외고를 졸업했던 언니를 따라서 급하게 외고에 지원했고, 보기 좋게 떨어졌던 씁쓸한 기억이 든다. 결과적으로 보면 지원했던 외고는 집에서 거리가 먼 학교였고, 지역의 여자고등학교에 진학해서 행복한 고등학교 시절을 보냈으니 인생에서 더 좋은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돌이켜보니 중학교는 조금 쉬어가도, 시행착오를 겪어도 좋을 나이다. 호르몬 변화로 인해서 몸도 마음도 시시각각 변해서 너무나도 혼란스러웠다. 중학교 시절 시험을 앞둔 때마다 “왜 이렇게 쓸데없는 지식을 달달 외워야 하지? 기술이 발달한다면 그냥 칩하나에 모든 지식을 집어넣고 머리에 넣으면 될 텐데!”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지식이 발달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AI가 사람의 지식을 찾아주기는 하지만 지식을 융합하고 응용하고 발전시키는 일은 아직까지 일어나지 않고 있다.
중학교 입학하는 딸에게 많이 실패해 보고, 조급해하지 말고 여러 시행착오를 겪어보라고 얘기하고 싶다. 시간이 없다고, 촉박하다고 주변에서 옥죄어와도 본인이 정말 하고 싶은 일, 잘하는 일을 찾을 수 있도록, 엄마의 눈을 적당히 피해서 딴짓도 해보고, 그 시기에만 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들을 해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그래도 꼭 한 가지 해야 하는 것이 있다면 책 읽기와 글쓰기. 그 시기에 해본 경험들을 글로 기억하고, 더 좋은 경험을 하기 위해 독서가 동반돼야 한다. 청소년 시기에 글을 쓰고 책을 읽은 경험은 인생의 긴 레이스에서 중요한 씨앗으로 뿌리 깊은 나무가 되는 데 가장 기본이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