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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인 Feb 14. 2024

왜 이효리는 테일러스위프트가 되지 못했나?

'스위프트 노믹스'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테일러 스위프트에 대한 인기가 뜨겁다. 인스타팔로워만 해도 2.8억 명, 하버드에서는 테일러스위프트에 대한 강의가 개설될 정도이고, 이제는 미국 대통령 선에 영향을 줄 정도로 대통령후보들이 눈치를 보는 대스타가 되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테일러 스위프트에 대해몰랐다. 지난 몇 년간 뉴스를 통해 대략적인 이름만 알고 있었지만, 그녀가 몇 살이고 어느 나라 사람이고 왜 그렇게 유명한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어 일부러 찾아보지 않았다. 최근 테일러스위프트의 남자친구 팀이 미국 프로풋볼 챔피언전인 슈퍼볼에서 우승을 거둠으로써 다시금 조명받고 있는 테일러스위프트가 궁금해졌고, 마침 넷플릭스 추천영상으로 뜬 테일러 스위프트에 대한 다큐멘터리 '미스 아메리카나'를 통해서 그녀를 알아봤다.


1. 컨트리 음악

테일러 스위프트는 사업가로 키우려 했던 부모님이 의지와 달리 일찍이 학교 뮤지컬을 경험한 후로 가수의 꿈을 키웠다. 12살에 기타를 배우고 난 후, 미국의 뽕짝이라고 할 수 있는 컨트리 음악에 빠졌다. 컨트리 음악의 성지라고 할 수 있는 미국 내쉬빌에서 자신이 직접 작곡하고 연주한 데모 음반 CD를 돌리는 것으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이후 가족이 모두 내쉬빌로 이주하고 본격적으로 내쉬빌의 카페나 펍에서 공연을 했다. 이런 과정에서 컨트리 음악 관계자들과 자연스레 친분이 쌓였고, 대중 앞에서 노래하는 실력과 곡을 만드는 능력까지 갖추게 됐음을 짐작할 수 있다.


내쉬빌의 한 카페에서 신인가수 발굴을 위한 쇼케이스가 열린다는 정보를 얻은 테일러 스위프트는 자신이 직접 만든 노래로 쇼케이스에 참가했고, 대형 음반사의 눈에 띄어 계약을 맺고 데뷔 앨범을 낼 수 있게 되었다.


최근 미국에서 컨트리 음악이 다시 르네상스를 맞이했다. 빌보드차트에서도 최근 1년간 컨트리 음악이 선전해 왔고, 팝스타 비욘세도 자신의 새 앨범 장르를 컨트리 음악으로 정하고 신곡을 선보였다. 사실상 비욘세가 컨트리 음악에 뿌리를 둔 앨범을 발매하며 새로운 팝 장르가 컨트리 음악이 되지 않을까 예측하고 있다. 다시 컨트리 음악을 전성시대로 만든 것은 테일러 스위프트의 공이 클 것이다.


2. 싱어송라이터

테일러 스위프트를 정체성을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싱어송라이터'이다. 직접 노래를 작곡하고 그 노래를 부른다. 다큐멘터리에 등장하는 테일러스위프트는 공연장이 아니라면 보통 피아노나 기타를 메고 있는 상태였다. 피아노 건반을 누르면서 술술 가사와 멜로디를 뱉어내는 그녀를 보면 신기하기도 했는데, 수만 명의 관객이 가득 찬 콘서트장에서 노래를 하는 모습을 보면 그 특이한 음색과 가창력에 압도되었다.


테일러 스위프트는 올해 그래미 어워즈에서 무려 네 번째로 올해의 앨범에 수상되었는데, 그래미 역사상 전무후무한 일이었다. 반면에 올해 K-POP의 성장은 처참했다. 단 하나의 팀도 후보에도 오르지 못한 것이다. 180cm의 거구에서 나오는 음량과 직접 만든 노래로 자신의 삶이 담긴 가사로 진정성으로 무장한 테일러 스위프트를 가냘프고 시키는 데로 춤을 추고 노래해 왔던 무수한 K-POP 아이돌이 이길 수 있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게 했다.


3. 정치적 성향

컨트리 음악을 하는 테일러 스위프트는 선배 컨트리음악 여가수 그룹이 정치적 성향을 표현한 후 추락한 사례를 보았고, 최대한 좋은 게 좋은 거지 라는 자세로 정치적인 성향을 드러내지 않았다. 하지만 정작 자신이 성추행을 당하고, 재판을 받는 과정을 겪으면서 관점을 바꾸게 된다. 유명인이 자신도 자신의 피해를 괴롭게 재판에서 증명해야 하는데, 무수히 잊혀가고 주목받지 못한 여성 피해자들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 것이다.


이를 계기로 본인의 고향에서 여성의 권리를 무시하는 공화당 여성 후보가 아닌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게 되었다. 이번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는 아직 어떤 후보를 지지한다고 표방하지는 않지만, 그녀가 어떤 후보를 선택하느냐에 따라서 대통령이 바뀔 수 있다고 보는 사람들도 많다.




이처럼 테일러 스위프트를 표현하는 단어들은 컨트리 음악, 싱어송라이터, 정치성향이다. 사실 테일러스위프트의 사진을 자세히 보고 든 생각은 단하나였다.


"아니 이효리랑 너무 닮았잖아"


미국인의 53%가 좋아한다는 테일러스위프트가 흑발의 머리를 한 사진은 영락없는 이효리였다. 누가 효리고 누가 테일러인지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이다. 대중들이 선호하는 연예인의 얼굴을 동서양을 막론하고 공통적인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이효리의 인스타그램과 테일러 스위프트의 인스타그램 팔로워수만 봐도 그 영향력 차이가 크다. 테일러 스위프트의 인스타그램 팔로워 2.8억 명이고, 이효리 116만 명이다.


이효리도 테일러 못지않은 한국의 대스타임에 틀림없다. 지금의 제주이민 열풍을 이끈 것도 그녀이다. 이효리가 제주도로 내려간 후, 몇몇 연예인들도 제주로 내려가서 집을 짓고 카페를 오픈했다. 이효리가 처음 제주도에서 정착했던 애월은, 이효리 효과로 지역전체의 땅값이 상승했다.


그녀가 제주에서 산 친환경 라이프스타일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유기농을 농사를 짓고, 요가를 하고, 유기견을 구조하고 직접 키우는 모습은 진정성이 느껴졌고, 직접 입양시킨 유기견들을 보러 캐나다에서 간 방송을 보면서 함께 눈물 흘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제주도에서 요가원을 운영하고, 엄선한 음악이 나오는 카페를 운영하는 두 부부의 모습은 보기 좋았다.


이처럼 '스위프트 노믹스'는 아니더라도 분명히 '이효리 노믹스'가 있었다. 하지만 인스타그램에 대대적으로 광고를 하겠다고 광고주를 모집하고, 본인의 이름을 내건 쇼를 선보이는 지금의 이효리는 낯설다. 롯데 쇼핑에서 쇼핑을 하고, 롯데 렌터카를 타고 다닌 다는 이효리의 모습은 왠지 어울리지 않고 적응하기 힘들다. 그녀가 제주에서 보여줬던 진실성 있던 라이프스타일과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대학교 졸업 연설에서 '인생은 특공대, 마음 가는 대로 살아라'라고 했다지만, 그녀의 제주 삶을 응원했던 소극적인 팬으로서 최근의 행보는 조금 아쉽다. 제주의 라이프스타일과 경험을 노래나 책, 공간으로 풀어냈다면 어땠을까 싶다.


그래도 아직 이효리는 제주를 완전히 떠나지 않았다. 서울과 제주를 오가며 방송생활을 하고 있으니 제주의 삶을 아예 끊어버린 것은 아니다. 그녀의 앞으로의 행보가 '이효리노믹스'를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다시금 진정성 있는 라이프스타일을 이어나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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