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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인 Feb 15. 2024

가볍지만 단단한 연대

글루틴에 3개월째 참여하며

의지력이 약한 사람이다. 진득하게 꾸준하게 하지 못해서 중, 고등학교 때 성적도 줄곧 중상위권을 유지한 채, 단체 최상위권으로 올라가지 못했다. 어렵게 대기업에 입사하고도 버티지 못하고 1년 6개월 만에 회사문을 박차고 나왔다.


그나마 학창 시절 그 정도의 성적을 유지했던 것도 계획된 숙제를 하게 하고 진도를 끌어주는 학원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성인이 돼서도 유튜브를 보면서 자율적으로 운동을 하는 것도 한 달을 넘기지 못했다. 2년 이상 에어로빅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월~금 아침 9시 이런 식으로 정해진 스케줄에 맞춰서 수업을 들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다른 사람이 정해진 스케줄에 따라가다 보니 몸을 움직이고 꾸준히 할 수 있었다.


글쓰기도 예외일리 없다. 지난해 구청에서 진행한 글쓰기 수업에 참여했다. 8주간 작가님과 함께 진행하는 주 1회 참여한 수업을 통해 글을 썼다. 결과물은 문집형태의 책이 나왔지만 그게 끝이었다. 정해진 수업을 통해 겨우 '작가의 뇌'가 두뇌에 장착됐는데, 후속 지원사업 예산이 편성되어 있지 않아 더 이상 수업은 진행되지 않았다. 수업을 듣는 동안 오랜만에 글을 쓰며 신났다. 글 쓰는 즐거움의 열매를 한번 맛본 이상 그냥 끝내기 아쉬웠다. 기존에 열어두고 운 좋게 작가신청까지 통과된 브런치스토리 플랫폼을 들락날락하다 글쓰기 모임을 발견하게 되었다.


"유레카"


발견한 모임은 글루틴. 매일 글쓰기를 하고 인증하는 모임이다. 처음에는 가볍지 않은 참가비에 잠시 망설여지기도 했지만, 그 금액을 지불한 만큼 성실히 글을 쓸 거라는 나 자신을 알기에 기꺼이 참여했다. 그렇게 시작해서 매달 갱신되는 모임에 3달째, 그러니까 3번째 참여하고 있다.


한 달간 진행되는 글쓰기 모임의 중간에는 함께 참여하는 다른 작가님들의 글을 읽고 그 글을 소재로 글을 써보는 회차가 있다. 매번 카톡방에 올라온 링크에서 흘깃 읽고 지나갔던 글들을 공식적으로 꼼꼼히 읽어보며 되돌아보는 시간이다. 함께 참여하는 작가님들과는 브런치에서 구독도 맺고 하트를 누르며 응원을 하고, 작가님들의 글이 메인이라도 올라가는 날에는 서로 인증을 하고 축하해 주기 바쁘다.


작은 브랜드일수록 넓게 확장하기보다는 깊게 우주의 작은 흔적이라도 남기는 기세로 임해야 한다는 글을 읽었다. 사람들의 인생은 저마다 한 권의 책으로 남겨도 부족하다는 신문 기사도 봤는데, 혼자서는 이루기 힘든 일을 글쓰기 연대라는 테두리 안에서 때로는 가볍게 하지만 매일 쓰는 글쓰기로 단단하게 완성해 나가며 우주의 작은 흔적을 남기고 있다.


어쩌면 우리의 글감은 그냥 지나쳤을지 모르는 소소한 일상에서 나오는지 모른다. 아이의 성장에서, 함께 생활하는 반려견과 반려묘와의 하루를 돌아보며, 10년째 이용하던 단골 편의점에서, 고심해서 들인 부엌의 식탁에서, 과감하게 바꾼 헤어스타일에서... 이처럼 평범한 일상도 기록을 하며 다시 돌아보고 공유했을 때 영감이 되고 반짝이는 창작물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 글쓰기 여정을 함께해 준 작가님, 부족한 글에 공감해 주시는 독자님, 나의 글을 가장 먼저 읽고 댓글을 남겨주는 가족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글쓰기 #브랜드 #블루틴 #팀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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