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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인 Nov 17. 2023

독일의 카페 문화

어제는 청담동의 유명한 카페에 처음으로 가봤다. 제주에서 4년간 살았으니 청담동 도산공원 일대에 가는 건 꽤 오랜만이었다.


인스타그램에서 핫하고, 개성 넘치는 사장님으로 인기가 많아 줄 서기로 유명했던 카페를 실제로 가본 평을 남기자면 기대에는 부응하는  맛있는 시그니처메뉴 커피, 약간 부족해 보이는 빈티지한 실내 인테리어라고 쓰고 싶다.


실내 인테리어는 진짜 옛날풍으로 꾸며 테이블과 의자도 빈티지 제품으로 꾸며놓았다. 스타벅스가 그렇게 좋지도 않지만 자주 찾는 이유는 편안한 의자다. 비록 점심시간대 직장인들이 몰리는 시간대에는 앉을자리 하나 없는 스타벅스이지만 어느 매장을 가더라도 편안한 의자를 제공하고 그 어디서나 노트북을 해도 불편함 없이 해놓았다.


청담동의 카페로 다시 돌아가서 옆 테이블에는 5명 정도의 어르신들이 모여계셨다. 젊은 사람들이 몰리는 카페에 어르신들이 계시니 눈에 띄기는 했지만, 크게 거슬리거나 튀지 않고 융화되는 분위기였다.


그런 어르신들께 카페 점원이 다가와 물었다.


"혹시 커피를 다 드시지 않았다면, 5인용 테이블 자리가 났는데 옮겨 드릴까요?


"아니요. 괜찮습니다."


2인용 테이블 두 개를 붙여서 다소 불편하게 앉아서 담소를 나누던 어르신들은 5인용 테이블로의 이동 제안을 거절하셨다. 점원이 물러가고 어르신들의 대화소리가 들려온다.


" 우리 빨리 나가라고 하는 얘긴 거 같은데..."


그러고는 서둘러 자리에서 뜨셨다.


하루가 지난 오늘 집에서 커피를 마시는데 어제의 카페에서의 그 장면이 떠오르며, 내가 있었던 독일의 카페 풍경이 오버랩되었다.


내가 살던 지역은 독일의 프랑크푸르트 인근 동네로 흔히 독일에서도 부촌으로 손꼽히는 동네 중에 하나였다.


피셜이 아니고 독일 여행을 하면 독일사람들은 이렇게 질문을 해온다.


"독일 어느 지역 살아요?"

"프랑크푸르트 옆에 오버우어젤에 살아요."

"오, 좋은 동네 사시네요!"


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동네를 걸으면 유독 큰 마당에 멋진 집들이 많았다. 독일의 동네에는 일반적으로 올드타운 개념으로 원형 광장도 있는데, 한국으로 치면 주민센터, 카페, 슈퍼, 레스토랑이 몰려 있는 곳으로 어느 동네를 가나 모두 하나씩은 있다.


주차를 하고 올드타운을 방문하면 로마 시대에 만들어 놓았음직한 마차길 같은 돌이 박혀있는 인도가 있다. 이곳은 아예 차량의 통행이 불가하다. 1년 365일 걸어 다닐 수 만 있는 길이 있고, 이곳에서 카페나 상점들은 우리로 치면 노상 영업을 하고 있다.


독일에 있을 때는 아이들이 3살, 5살로 아직 엄마의 손길이 많이 필요한 나이라서 여유롭게 카페에서 커피 한잔 마시기가 어려웠다.


그런 나와 대비되는 사람들은 주로 독일 할머니들이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한 껏 차려입은 옷과 완벽한 메이크업, 헤어를 갖춘 주로 백인인 독일 할머니들과 소수의 할아버지들은 예쁜 노천카페에 앉아서 여유롭게 찻잔을 한잔 앞에 두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독일의 여유로운 어르신들은 노천카페에서 그들의 노년을 만끽하고 있었고, 반면에 평일 오전 시간 카페에는 한창 일할 나이인 청년이나 중장년층을 만나보기는 어려웠다.


여유롭던 독일의 어르신들과 청담동 카페의 한국 어르신들의 장면이 크로스오버된다. 삶의 질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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