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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인 Dec 04. 2023

내가 글을 못 쓰는 이유

글을 안 쓸 이유가 도저히 없다.

<거인의 노트>로 유명한 김익한 교수님의 신간 <파서블>을 반쯤 읽다가 책을 덮었다. 이유는 습관에 대한 글을 읽다가 당장 글쓰기를 나의 습관으로 만들지 않으면 아주 큰일이 날 것 같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에세이를 쓰고 싶다는 생각, 아니 에세이를 정말 잘 쓰고 싶다는 결심을 한 이후, 유명 작가들의 에세이 책을 사고, 또 사고,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어 보고 있다.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내가 구입하고 싶은 책을 찾고, 많은 시간과 공을 들여서 책쇼핑을 한 결과 거실 한편에는 글쓰기, 에세이 관련 책들이 쌓여있다. 아직 구입한 책 보다 읽지 않은 책이 많이 남았다는 것 함정이다.  


'책은 사놓으면 언젠가는 읽는다'라는 문구가 무수히 읽은 문장 중에서 또렷이 기억에 남는 이유는 무엇일까.


몇 권의 에세이 책을 읽고 난 후 깨달은 결론은 글쓰기를 잘하기 위해서는 '매일 꾸준히 쓰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의지가 약한 나를 위해서는 강제성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한 달의 계획을 세워서 사는 것을 제안하는 <파서블>이라는 책을 읽으며 번뜩 떠오른 것이다.


그래서 며칠 전에 읽어보고 나서 '할까 말까?' '말까 할까?' 하던 글루틴 모임을 신청했고, 과감히 회비를 입금한 후, 조금의 시간이 지나서 12월 글쓰기 루틴을 실천하는 첫날이 성큼 다가왔다.


12월의 첫 월요일, 글쓰기 모임의 첫날.


조금 느슨하게 지낼 수 있었던 11월과 다르게 12월의  주의 시작은 한 해의 마지막 달답게 말 그대로 눈꼬뜰새 없이 바빴다. 2개의 세금 계산서를 발행하고, 택시, 버스, 지하철을 타고 서울을 가로지르고, 2장의 발표 자료를 마무리하고, 1개의 줌 교육을 진행하고, 1개의 오프라인 회의에 참석하고, 오랜만에 와인이 있는 회식에 참석했다.


주부라는 정체성을 잃지 않기 위해, 바쁜 일 와중에도 로봇 청소기를 돌리고, 식기세척기를 돌리고, 세탁기, 건조기까지 돌린 것은 덤이다. 집에 와서는 아이들 숙제를 봐주고, 못다 한 집안일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지만, 이동 중에 쓰던 글쓰기를 마무리하기 위해 컴퓨터 앞으로 자리를 옮겼다.


운 좋게도 한 달 글쓰기의 루틴의 시작 첫날에도 글쓰기를 하지 못할 핑계는 쌓였지만, 역설스럽게도 틈틈이 이동하는 가운데 브런치 앱을 켜서 글을 쓰고 있고, 퇴근하는 가운데 글을 써야 하는 글감도 생각해 냈다.


글을 쓰는 이유를 생각하다가 생각이 떠오르지 않아, 반대로 글을 쓰지 못하는 이유부터 생각했다.

첫 번째,  바쁘다


그렇다. 우리는 바쁘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서 바쁘고, 집안일을 해야 하는 주부라서 힘들고, 딸 역할을 해야 해서 바쁘고, 조금씩 먹고사는 일도 해야 해서 힘들다. 근데 내가 아무리 바빠도 무라카미 하루키보다 더 바쁠까? 우리가 아는 그 많은 작가들도 글쓰기를 처음 시작할 때는 다른 일과 병행을 하며 글을 쓴 경우가 많다. 사실 글쓰기는 금방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글쓰기 전에 사고 과정, 자료조사과정이 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므로 막상 쓰는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을 수 있다. 시간이 없어서 글을 못 쓴다는 것은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 하루 5분 만이라도 시간을 내서 글을 쓸 수 있는데, 바빠서 글을 쓰지 못한다는 것은 이유가 될 수 없다.


두 번째로 글쓰기는 어렵다.


글쓰기는 어렵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세상에 쉬운 일은 하나도 없다. 어엿한 성인으로 살기 위해서는 말하고, 듣고, 읽고, 써야 하지만, 이 4가지 영역 모두 그냥 쉽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말하기는 특히 어려운데, 한번 뱉은 말은 다시 주워 담기 어렵기에, 그에 반해서 글쓰기는 써놓고 고치고 또 수정하고, 바꿀 수 있어서 어떤 부분에서 말하기보다 쉬울 수 있다.

아이를 키우는 일 또한 글쓰기보다 쉽다고 말할 수 있고, 음식 만들기, 청소하기 그 어느 주부라도 매일 하는 집안일 또한 막상 내가 해보면 쉬운 것이 하나도 없다. 그래서 다른 일과 비교해서 글쓰기가 어려워서 글을 못쓰겠다는 것 또한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 글쓰기는 어렵지만 언제든지 다시 고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영역보다 쉬울 수도 있다.


세 번째로는 글을 써봤자 사람들이 읽지 않는다.


사실이다. 사실 브런치에 용기 내어 글을 써도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내 글을 읽지 않는다. 블로그 또한 마찬가지이다. 주제를 고심하고, 정성껏 자료를 찾아서 글을 쓴다고 해서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내 글을 읽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들이 내 글을 읽는 수단은 비단 브런치나 블로그가 아닐 수 있다. 회사에서 작성하는 보고서, 발표 자료, 인스타그램 같은 SNS에서 내가 쓴 글이 이용되고, 예상보다 많은 사람들이 작성한 글을 읽는다. 플랫폼의 발달로 사람들은 점차 종이책을 읽지 않지만, 반면에 많은 플랫폼을 통해서 글은 유통되고, 글쓰기의 중요성은 커지고 있다.


글쓰기의 단점, 어려움을 떠올리면 고작 위위 3가지 이유뿐이다.


이처럼 글 쓸 시간이 없고, 글쓰기가 어렵고, 글을 써봤자 읽을 사람이 없기 때문에 글을 쓰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글을 안 쓰는 이유가 될 수 없다. 반면에 글을 써야 하는 이유를 생각해 보면 작정하서 쓴다면 밤새서 쓰더라도 다 쓸 수 없을 정도이다.

 매일 글을 쓰지 않을 핑계다 더 이상 없다.


#글루틴 #팀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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