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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인 Dec 06. 2023

그 흔한 운동, 필라테스.

올해의 운동

“봄인님 힘이 정말 좋으시네요. 다른 운동도 하세요?”

"아, 네... 조금씩..."


‘내가 힘이 좋다니’


수십 년간 무수한 운동을 조금씩 해오며, 지구력이 좋다는 말을 들어봤지만, 힘이 좋다는 얘기는 태어나서 처음 들었다. 우락부락한 몸과 거리가 먼 보통 40대 여자의 체격을 가진 내가 어디를 봐서 힘이 좋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올해 5월부터 하고 있는 기구필라테스가 그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한 가지 운동을 오래 하는 것보다 몇 년에 한 번씩 운동을 바꿔주는 것이 몸에 좋다'라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금방 실증을 잘 내는 나에게 반가운 말이 아닌가. 그동안 여러 운동을 해왔지만 올해 2월 제주에서 서울로 옮겨오며 새로 시작한 운동은 기구필라테스이다.


그 흔한 운동 필라테스.


대부분의 여자들이 할 것 같은 기구필라테스를 올해 5월부터 꾸준히 하고 있다. 같은 기간 함께 시작한 줌바댄스는 너무 재미있었지만, 수업대비 인원이 너무 많고, 알게 모르게 텃세에 시달리다가 제풀에 꺾여서 그만두고 말았다. 반면, 필라테스는 계속 이어오고 있다.  지난달부터 청소년수련관에서 배우던 수업을 필라테스학원으로 옮기기는 했지만 올해 제일 열심히 한 운동은 역시 필라테스이다.


필라테스를 학원으로 옮기면서 수업 참여 방식이 바뀌었다. 정해진 시간이 정해져 있던 전과 달리, 그날그날의 수업을 개인적으로 예약하고 참여하는 방식으로 바뀌면서, 오늘 오전에도 필라테스 수업을 갈까 말까 많이 고민했다. 


그래도 마음을 다잡고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집을 나선 이유가 뭘까? 무사히 한 시간의 수업을 마치고, 이왕 운동한 김에 엘리베이터를 타지 말고 계단으로 걸어오면서 올해 필라테스를 '꾸준히' 하게 된 이유를 생각해 보았다. 그 과정에서 6가지의 필라테스의 장점을 찾았다.



첫 번째.

한술밥에 배부르랴.  필라테스는 몸의 한계를 조금씩 극복할 수 있다. 


지난주 토요일 그룹수업을 예약하고 수업에 들어갔는데, 아뿔싸, 6대 1 수업에 나 혼자만 참여했다. 분명히 예약창에서는 여섯 자리 모두 차 있었는데, 다른 수강생들은 예약을 해두고 오지 않은 것이다. 토요일 수업은 필라테스 학원의 원장님이 운영하셔서 그만큼 악랄하기로 유명한데 한 시간여를 본의 아니게 개인지도를 받게 된 것이다. 그동안 그룹수업만 받아봤는데, 처음 받아본 일대일 필라테스 수업에 말 그대로 죽다 살아났다. 그래도 죽음의 시간을 어떻게 넘기면 그만큼 한계를 극복한 내 몸을 만날 수 있다.


필라테스를 수업의 대략적인 진행방법은, 처음에는 선생님이 동작과 써야 할 근육을 설명해 주시고, 한두 번은 여유롭게 시작하다가, 횟수를 늘려 갈수록 몸의 근육이 덜덜 떨리도록 이를 악물고 끙 소리를 내면서까지 주어진 동작을 완수하는 방식이다.


횟수를 늘려갈 때, 몸을 1cm, 안되면 1mm라도 늘려가며 몸의 가동 범위를 미세하게 아주 조금씩 늘려나간다. 몸의 한계를 매 수업시간마다 늘려가는데, 꾸준히 하다 보면 나의 한계도 이처럼 늘어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인생이  한계를 조금씩 극복하며 꾸준히 노력해야 하듯이, 조금씩 성장하는 필라테스의 학습과정이 우리의 삶을 닮았다. 


두 번째.

필라테스는 몸을 골고루 쓰는 전신운동이다


골프를 배우면서 걱정이 되었던 부분은 특정 방향으로만 몸을 움직인다는 것이었다. 오른손잡이는 몸을 오른쪽으로만 수백, 수천번 회전하면서 시간이 누적될수록,  척추가 휠 수 있다는 사실을 배웠다. 다행히 몸의 변화가 올만큼 골프를 오래 많이 열심히 하지는 않았다. 


몸에 좋다는 매트 필라테스 운동도 꾸준히 하면 좋겠지만 처음 운동을 하는 입장에서는 선생님이 설명해 주시는 대로 근육과 몸, 호흡법을 따라 하기에는 어렵다. 제주에서 들은 수업에서는 매우 꼼꼼한 선생님을 만났는데, 매 수업마다 매트 위에서 근육을 어떻게 쓰고, 호흡은 이렇게 해야 하며 한바탕 설명을 퍼부으시는데 내가 잔소리를 들으려고 이 자리에 와있는지, 운동을 하려고 있는지 헷갈릴 정도였다.


그에 비해 기구필라테스는 각 근육에 맞는 기구가 다 갖춰져 있어서 나쁜 자세를 하더라도 어느 정도 기구가 보완해 주고, 몸의 특정 근육을 사용할 수 있도록 기구가 도와준다. 몸에 이렇게 근육이 많았나 싶을 정도로 각 근육에 맞게 설계된 필라테스 기구는 얄미울 때도 있지만, 평소 안 쓰던 몸을 골고루 운동시켜 줘서 고마운 운동이다. 


세 번째.

필라테스는 밀당운동, 근력과 스트레칭 둘 다 할 수 있는 운동이라는 것이다. 


이완을 목적으로 운동도 있고, 근력을 주목적으로 하는 운동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필라테스는 적절히 스트레칭과 근력 운동이 결합되어 있는 운동으로 느껴진다. 적당히 꾸안꾸, 적당한 밀당운동이다. 처음에는 스트레칭으로 시작해 부상의 위험을 줄여준 후, 근력 운동을 하고, 마지막으로 스트레칭으로 몸의 긴장을 풀여주는 데, 전문 선생님들이 프로그램을 구상해 오시기 때문에 그 밸런스가 훌륭하다.


네 번째. 

필라테스는 많이 하지 않아도 충분하다.


주 2~3회만 해도 충분하다. 바쁜 현대인은 매일 운동하기 어렵다. 걷기만 하더라도 매일 걷지 않으면 그 효과가 떨어질 것 같은데, 그에 비해 필라테스는 고강도 운동이기 때문에 주 2~3회만 꾸준히 한다면 그 효과가 좋다. 바빠서 운동 못한다고 핑계되는 나에게 적합한 운동일지 모른다.


다섯 번째.

슬세권이 있다면 필세권도 있다. 

'운동은 무조건 집 가까운 곳에서'를 외치는 당신에게 필라테스는 접근성이 정말 좋다. 집 근처를 걷다 보면 필라테스 학원 간판 몇 개정도는 발견하는 게 우스울 것이다. 이처럼 필라테스 학원 홍수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에게 필라테스는 접근성이 좋다. 네이버 지도를 켜고 운동을 검색해 봐도 필라테스학원이 제일 많다. 대부분 운동을 가기 전에는 운동가기가 싫은데, 필라테스는 운동복을 갈아입고 슬리퍼를 끌고 갈 만큼 가까운 거리에 있기에 안 가려는 자기 자신을 설득하기 쉽다. 


마지막.

필라테스의 가장 큰 단점은 마지막이다. 필라테스를 하면 몸의 실루엣이 달라진다. 옷태가 난다는 것이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의 단골 질문 

“살 빠졌어?” 

“아니 살 하나도 안 빠졌어!!” 

”어? 그래! 날씬해 보이는데”

안타깝지만 필라테스를 한다고 해서 전혀 살이 빠지는 것은 아니다. 살은 운동을 해서 빼는 것이 아니라 적게 먹어야지 빠지는데, 운동을 하면 할수록 보통의 경우 식욕이 더 생기기 때문에 운동과 살 빼기의  상관관계는 높지 않다. 그래도 좋은 것은 필라테스를 하면 몸의 전체적인 실루엣, 쉐입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나올 곳은 나오고 들어갈 곳은 들어오는 효과를 미세하게 누적되면 더 많이 볼 수 있다. 옷태가 좋아진다는 것이 필라테스의 가장 큰 효용일지 모른다.



“언니, 진짜 최고다!”


같이 그룹필라테스 수업을 듣던 MZ세대 수강생에게 수업 도중 갑자기 들은 코멘트였다. 수업 전후로 어떠한 인사말도 나누지 않은 사이인데, 수강생이 내가 어려운 동작을 기를 쓰고 하자 해 준 말이다. 


이처럼 작은 도전에 성취감을 얻게 해주는 다른 수강생들, 강사님들이 있어서 올 한 해 꾸준히 필라테스를 해올 수 있었다. 물론 필라테스도 다른 여타의 운동과 마찬가지로 많은 단점을 가지고 있다. 에어로빅, 줌바댄스처럼 음악과 함께 흥을 돋우는 운동에 비해서 재미가 없고, 별도의 기구와 강사의 지도가 필요한 운동이기 때문에 가격이 비싸다는 단점도 있다.


그래도 나처럼 의지가 약한 사람이 올 한 해 필라테스를 꾸준히 해온 것은 단점보다 장점이 훨씬 더 많기 때문이 아닐까. 물론 필라테스를 1년 가까지 해왔다고, 휴양지에서 마음대로 원하는 옷을 입을 정도의 몸매에 자신감이 생기지는 않았지만, 올 한 해 무언가를 꾸준히 해왔다는 성취감은 얻었다.


앞으로도 필라테스를 꾸준히 해서 다른 사람을 지도할 정도의 능력을 갖추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는 작은 꿈, 나에게 어울리는 필라테스복을 직접 만들어 보고 싶다는 작은 꿈도 꾸게 되었다. 


#글루틴 #팀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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