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봄인 Dec 08. 2023

아름다운 농촌 마을이 필요하다면

고창상하농원

바쁜 한 주를 보낸 금요일, 복잡한 도시의 빌딩 숲을 떠나 목가적인 농촌에서의 쉼이 절실하다. 한국의 아름다운 농촌 도시는 어디일까?


독일에서 잠시 살았던 때를 떠올리면 고개를 돌리면 마주하던 초록의 풍경이 따라온다. 산이 둘러싸고 있던 동네에 살고 있어, 집 뒤 산책로를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울창한 숲으로 연결됐다. 너무 빽빽한 숲으로 되어 있어 스산한 분위기까지 느껴졌던 곳. 길고 춥고 해가 짧아 쓸쓸하기 그지없는 독일의 겨울에도 울창한 숲에 눈이 쌓인 풍경을 보면 얼어붙었던 마음이 사르르 녹아내리곤 했다.


독일의 살던 동네를 지나 차를 타고 나가면 주 쉽게 농사를 짓는 곳을 발견할 수 있었다. 봄이면 노란 유채꽃밭이 한없이 이어지는데, 한국의 논을 보는 것처럼 넓은 평야에 노란 유채꽃이 피어있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다만 이곳의 유채꽃에는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풍경을 즐기는 곳이 아니라 유채기름을 얻기 위한 목적으로 제배되는 것이 한국과 다른 점이었다.


이번 여름 방문한 일본의 북해도지역 니세코 빌리지에도 아름다운 밭 풍경이 눈길을 끌었다. 화산지형 특성상 브로콜리, 양배추, 옥수수처럼 밭작물이 많이 제배되고 있었는데, 푸르른 채소밭은 차를 타고 지나가는 관광객의 마음도 싱그럽게 했다.


언제부터인가 한국에서는 이러한 농작물을 재배하는 풍경을 쉽게 찾아보기가 어려워졌다. 그나마 제주에서는 밭에서 당근, 무 같은 작물을 기르는 것을 볼 수 있고, 제주 올레길을 걷다 보면 이러한 초록 채소들을 마주할 수가 있지만, 서울과 수도권 인근에서는 이러한 밭을 보기가 어려워졌다. 노지 재배 방식에서 비닐하우스에서 기르는 방식으로 변화하면서 밭에서 자라는 작물들을 보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그래서 서울을 떠나 지방으로 갈 일이 있을 때, 차창밖의 풍경에 씁쓸한 마음을 감추기 어려웠다. 빌딩숲을 빠져나가면 아름다운 자연, 농촌마을이 있는 것이 아니라 공장, 축사, 비닐하우스 풍경이 빌딩숲의 자리를 채웠다.


그래도 이러한 도시사람의 마음을 채워주는 아름다운 농촌마을이 있으니 바로 고창의 상하농원이다. 맛있는 우유를 생각하면 쉽게 떠오르는 상하목장 우유를 만드는 그곳이다. 고창군 상하면에 위치한 10만 평 규모의 목장은 상하면의 지명에서 그 이름이 나왔다.


2008년에 기획해 2016년에 문을 열었고, 2년 후에는 호텔까지 오픈해서 지역에 머무르면서 지역을 충분히 즐기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번 여름 상하목장을 찾았을 때 가장 눈길을 끈 것은 평화롭고 목가적인 풍경이다. 해 질 녘에 방문했는데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목조 건축물들과 곳곳을 채우고 있는 아름다운 채소밭, 깨끗이 관리되고 방목되어 길러지고 있는 가축들이 있었다.


상하목장의 전체적인 콘셉트와 기획은 설치미술가 김범 작가가 맡았다고 하는데, 그만큼 자연 속에서 충분히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특히 가축들이 자라는 축사가 아름다워서 한참 동안이나 눈길을 끌었는데, 지역의 혐오시설로 분류되고 산속에 숨겨져 있는 여타의 축사와 모습도 다르고, 축사 특유의 악취도 나지 않을 정도로 청결하게 유지 관리되고 있다.


상하목장은 단순히 농작물을 기르고, 가축을 길러서 식재료를 만드는 역할뿐만 아니라 6개의 공방에서 상하목장만의 상품을 생산한다. 햄공방, 과일공방, 빵공방, 발효공방, 참기름공방, 치즈공방이 운영되는데, 한국의 먹거리 장인들이 있다면 이러한 공간에서 자신의 작업을 하지 않을까 하는 상상력을 채워준다. 참기름은 시장에서 사 먹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편견에서 참기름공방에서 만든 참기름 있다고 하니 참기름의 가치를 한껏 높여주는 것 같다.


공방만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 이곳을 방문하는 여행객들을 위하여 교육과 체험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아이들을 위해서 직접 햄을 만들어 보고, 피자를 만들어보는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하루에 수차례 운영하는 점도 인상 깊었다. 상하농원을 교육을 통해서 체험한 아이들은 미래의 충실한 고객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교육 프로그램의 이점이다. 가축들이 자라는 축사 안에는 귀여운 아기동물들을 직접 보고 먹이도 줄 수 있다. 인위적으로 동물 체험을 위해 기르는 가축들이 아니라 우유를 만들고, 달걀을 낳아주는 가축들로 진정성이 느껴지는 부분에서 상하목장의 동물 체험이 다른 체험시설과 느껴지는 차별성이 있었다.


기회가 된다면 상하목장에서 운영하는 호텔 파머스빌리지에 하루쯤은 머무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멋진 풍경을 하루만 보고 가는 것은 아쉬웠고, 아무도 없는 이른 새벽 넓고 푸르른 목장을 혼자 걷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내년이면 상하농원에 1만 5천 평 규모의 상하의 숲도 개장된다고 하니 이곳에 방문할 이유가 한 가지 더 늘었다. 그래도 도시에서의 지친 마음을 위로해 줄 상하농원에 이번 겨울이 끝나기 전에 가고 싶다.


#글루틴 #팀라이트



작가의 이전글 대전의 다른 이름 성심당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