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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인 Dec 11. 2023

일기 쓰기의 성과

글쓰기로 자식 자랑

'띠링'


점심시간이 지나자 울리는 핸드폰 알림 소리



* 상기 문자는 수상자에게 발송되는 문자입니다.

000 학생의 제7회 000 글짓기 대회 입선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아래 사항을 작성하시어 메일 회신 바랍니다.


핸드폰을 바라보니 이런 문자가 와있다. 지난 11월에 제출했던 글씨기 대회에서 초등학교 4학년 둘째가 입선했다는 내용이다. 주말을 보내고 조금 지치는 월요일, 이보다 더 반가운 소식이 있을까?


바로 지난주에는 초등학교 6학년 첫째 딸이 다른 글짓기 대회에서 우수상을 수상해서, 온라인으로 초등학교 재학증명서가 필요해서 온갖 고군분투 끝에 증명서를 발급받기도 했다. 그때는 내심 함께 도전한 대회에서 첫째만 수상하고, 둘째는 상을 받지 못해서 속상했는데, 이번주에는 둘째가 다른 대회에서 수상을 한 것이다. 이럴 때마다 우산 장수, 양산 장수 아들들을 둔 엄마의 마음이 십분 이해가 간다.


결론적으로 12월 들어 두 딸 모두가 학교밖 글짓기 대회에 글을 써서 제출했고, 감사하게도 수상을 한 것이다.


초등학생 4, 6학년의 두 딸을 키우면서 사교육은 최소한으로 시키면서, 몇 가지 교육 철학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글쓰기 교육. 40여 년을 살아보니 결국 글쓰기처럼 중요한 게 없다고 생각하는 부모인지라, 거창하게 글쓰기 교육을 하기보다는 주말이나 특별한 일, 여행을 다녀오면 꼭 일기를 쓰게 하는 것이다. 아이를 초등학교에 보내보니 담임 선생님의 재량에 따라 일기 쓰기를 시키는 때도 있었고, 일기 쓰기가 아예 숙제로 없는 적도 있었기에, 집에서라도 꾸준히 주 1회 이상은 일기를 쓰도록 지도해 왔다.


그래도 초등학교 1~2학년때는 학교에서 일기 쓰기를 필수로 시키는데, 초등학교 3~4학년 때가 되면 시키지 않는 선생님들도 많았다. 하지만 아이들이 3~4학년 때 일기를 계속해서 쓰고, 초등학교 고학년 때까지 일기를 쓰면 아이의 글쓰기 실력이 꾸준히 느는 것을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큰아이가 1학년때 아쿠아리움을 다녀오고 나서 쓴 일기를 보면 전체 3장의 일기 중에서 한 장은 빼곡하게 자신이 본 물고기와 생물들의 이름을 단순히 나열한 것을 볼 수 있었다. 수족관에는 온갖 외국 생물들이 많이 때문에 종의 이름이 길어 20~30개만 써도 그림일기 글쓰기 칸을 쉽게 채울 수 있다. 그래도 아이는 일기를 많이 썼다는 (반에서 가장 길에 일기를 썼다는) 생각에 상당히 만족해했다.


3~4학년에 들어서면 일기에 아이들의 감정이 많이 담기는 것을 볼 수 있다. 저학년 때는 “00 해서 재미있었다. 다음에도 또 가고 싶다.”로 끝났다면, 중학년으로 갈수록 자신이 실제로 나눴던 대화가 많이 들어가고, 섬세하고 다양한 감정표현이 쓰이는 것을 볼 수 있다.


6학년이 된 첫째 아이는 6년여간 일기를 꾸준히 써오다 보니 글쓰기의 퀄리티가 수준급으로 높아졌다. 올해 봄 제주를 다녀온 후 쓴 일기의 제목이 <에세이라이터가 되고 싶은 나에게>인 것을 보고 고품격 제목에 깜짝 놀란기도 했다. 솔직히 6학년 딸아이의 글 쓰는 솜씨는 필자보다 낫다고 할 수 있다. 아이들의 글 쓰는 솜씨 덕분에 자극을 받고 글쓰기를 꾸준히 해야겠다고 다시 다짐하는 일이 적지 않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일기 쓰기로 글쓰기 실력을 늘려왔다면, 올해 들어 글쓰기 교육에서 조금 더 신경 쓴 부분은 '어린이 글짓기 대회' 도전이었다. 평소에 일기 쓰기로 글쓰기 근력을 길러온 딸들이, 조금 더 글쓰기에 욕심을 낼 수 있도록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문예상, 글짓기상에 도전을 해온 것이다.


글쓰기를 위해서 따로 학원을 다니거나 글짓기 수업을 듣지 않았지만, 집에서도 충분히 아이들을 지도할 수 있었다. 아이들에게 적절한 글짓기 대회를 찾는 것은 엄마의 몫이었지만, 아이들에게 주제와 분량을 알려주고, 아이들이 분량을 혼자의 힘으로 다 쓰게 했다. 이후에는 오타나 문법에 맞지 않는 부분을 수정하는 방향으로 지도했고, 종이에 쓴 글을 타이핑해서 제출하는 것도 엄마가 마무리하는 것으로 진행했다. 그 과정에서 쓴 글에 대해서 가족들이 함께 읽고 의견을 나눠서 글의 완성도를 높였지만, 아이를 대신해서 글을 써주지는 않았다.


이렇게 올 한 해 글쓰기를 도전한 결과 어린이신문 문예상, 지역 글쓰기대회 등에서 수상을 할 수 있었다. 비록 내심 속으로 노렸던 대상을 받지 못했지만 우수상, 입선이라는 충분히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누구나 어떤 일을 좋아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잘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아이들이 글쓰기 상을 받음으로써 스스로 글쓰기를 잘한다는 인식을 갖게 되고 쓰는 것을 좋아하게 됨으로써 결국 글쓰기를 잘하는 어른으로 성장했으면 하는 엄마의 사심이 가득했다. 아직 어린이이기 때문에 어른들의 글쓰기 상에 비해서 조금은 더 가볍게 도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니 어린이들의 글짓기 대회 도전은 안 할 이유가 없다.


오늘 아침 동아일본 신춘문예의 접수결과가 신문에 나왔는데, 예년보다 300여 편이 더 출품된 7천여 작품이 출품되었다고 한다. 신춘문예를 도전하기 위해서 올 한 해 꾸준히 글쓰기 실력을 연마해 오고 그러한 결과물을 만든 작가님들에게 존경을 표하면서 오늘의 글쓰기를 마무리한다.


부모는 자신이 못한 것을 자식들이 대신해 주기를 은연중에 바라게 되고, 그러한 부모의 욕심이 자식들을 그릇된 방향으로 크는데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래도 아이들은 글쓰기 대회 상품으로 받은 상금을 어디에 쓸지 행복한 고민에 빠져있으니 그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루틴 #팀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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