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는 다를 줄 알았다. 팍팍한 대도시 서울과 달리, 숲과 자연으로 둘러싸였지만 예쁜 카페와 모던한 인테리어가 있는 스테이로 가득한 여행객의 성지일 줄 알았다. 하지만 치앙마이에 일주일 남지한 시간을 보내면서 그에 대한 환상은 깨졌다.
1. 인도와 신호등의 부재: 치앙마이는 자동차, 오토바이의 도시이다.
다른 동남아 대도시들과 마찬가지로 치앙마이도 차나 오토바이가 없으면 이동하기가 어렵다. 대부분의 치앙마이 현지인들은 오토바이나 스쿠터를 타고 다니기 때문에 아무리 가까운 거리라도 걷기보다는 이런 이동수단을 타고 이동한다. 따라서 제대로 된 인도가 없다. 인도가 있다고 할지라도 보도블록이 제대로 되어 있는 경우가 드물고, 대부분 인도가 없어서 차도 옆을 아슬아슬하게 걸어 다녀야 한다.
2. 자연과 맑은 공기는 어디에? 매연과 스모그, 소음공해, 미세먼지가 심하다.
치앙마이의 도로에는 자동차, 툭툭이, 오토바이, 스쿠터로 가득하다. 도로는 좁은데 치앙마이 현지인들이나 관광객들이 모두 이동수단을 타고 다니니 도로는 교통체증이 심한 경우가 많다. 공회전을 하는 차량들이나 운전하는 차량들 대부분이 심한 매연과 스모그를 뿜어내는데, 한국자동차처럼 공해저감장치가 없어서 유해한 물질들이 길거리에 가득하다. 인도로 걸어 다닌다면, 그러한 매연과 스모그를 고스란히 떠안고 견뎌내야 한다.
사실 교통체증은 치앙마이보다 서울이 심한 것이 사실이다. 일주일 남짓을 치앙마이에서 보내다가 서울로 돌아와서 차가 빼곡하게 정체되어 있는 차도옆 인도를 걸었는데 문득 낯선 감정을 느꼈다.
'차가 이렇게 많은데 차에서 나오는 소음이 치앙마이보다 훨씬 조용하네.'
치앙마이에는 노후되거나 정비가 잘되지 않는 차나 오토바이가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에, 인도를 걸어 다닐 때면 차에서 나는 소음공해에 노출되어야 했는데, 한국은 그에 비해 신차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도로를 걸어 다녀도 소음이 심하지 않다.
한때 치앙마이는 산을 태워서 농사지을 농지로 바꾸는 화전이 성행했다. 지금은 정부에서 금지를 하기 때문에 전보다 많이 줄기는 했지만, 아직도 봄이면 화전이 많이 이루어지고 이로 인해서 봄철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린다. 봄에는 서울보다 미세먼지가 심할 때도 많다고 하니, 공기가 맑고 자연 그대로인 곳을 기대했다면 실망스러울 수도 있다.
3. 길거리에 죽은 X 시체가? 심각한 위생상태
치앙마이 근교에서 이틀을 보내고 시내로 옮긴 날, 숙소였던 노보텔 치앙마이에서부터 치앙마이 대학교로 향했다. 먼 거리가 아니었기 때문에 택시를 타기보다는 걸어가기로 결심했다. 무수하게 많은 오토바이에서 뿜어내는 매연을 마시며 신호등도 없는 사거리를 힘겹게 건너야 했다. 무사히 길을 건너고 앞을 향하는데, 그 순간 눈앞에서 믿지 못할 광경을 목격했다.
바로 대로변 인도 보도블록 중간에 떡하니 죽은 쥐 시체가 있었던 것이다. 물론 한국에도 쥐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소로도 아니고 대로변에 떡하니 쥐 시체가 있고, 그것을 아무도 치우거나 신고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그런 경험을 겪고 나니 그동안 치앙마이에 대해 쌓였던 오만정이 달아나는 듯했다. 더욱더 놀라웠던 것은 다음날에도 버젓이 쥐 시체가 치워지지 않고 그대로 있었다는 것이다.
개인의 위생상태를 보고 전체를 평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랩을 이용해서 이동을 하던 중의 일이다. 기사님이 운전하는 도중 계속해서 손가락을 콧구멍 안으로 넣으면서 열심히 코를 파고 있었다. 한두 번이 아니고 계속해서 운전하는 내낸 이어지는 행동에 도저히 앞을 똑바로 쳐다보고 있을 수가 없었다. 더구나 자신은 바코드 스캔 결제를 하지 않고 현금을 받는다고 하면서, 우리한테 지폐를 받고 거스름돈을 건네주셨다. 그 손은 불과 몇 초 전까지만 해도 코를 파던 바로 그 손이었다.
4. 청각장애를 갖고 있는 기사님, 한쪽 눈이 안보이시던 기사님: 안전에 대한 다른 생각
몇 차례 볼트앱을 통해서 택시를 이용했다. 볼트는 그랩에 비해서 택시비가 저렴한 대신 차량이 경차이거나 소형차인 경우가 많았다. 볼트의 기사님들 중 한 분은 청각장애가 있으셔서 아예 듣지를 못하시는 분이셨다. 흔히 운전을 하다 보면 위급한 상황이나 위험한 상황에서 클락션을 울려서 다른 차에게 경고를 하거나 위기상황을 피할 수 있는데 청각장애가 있는 기사님이라면 그런 경우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니 태국의 안전에 대한 기준에 대해서 의구심을 가지게 되었다. 청각장애를 가진 기사님에 이어 마지막에 치앙마이를 떠나기 전에 이용한 그랩의 기사님은 한쪽눈이 안 보이는 시각장애를 가지신 분이셨다. 물론 운전 내내 친근한 태도로 안전운전을 해주셨지만, 한쪽눈이 보이지 않아도 택시기사 자격증이 발부된다는 것을 보면 태국과 한국의 안전에 대한 기준이 한참 다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서 기대했던 치앙마이와 실제 경험했던 치앙마이는 위의 차이들만큼이나 한참 달랐다. 그래도 치앙마이가 여행객들에게 사랑받고, 디지털노매드가 넘쳐나는 도시이며, 동남아 로컬 브랜드의 성지인 것을 보면 위의 단점들을 상세하는 많은 장점들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나 역시도 그래서 치앙마이에 두 번 다시 안 갈 거냐고 물어본다면 대답은 '노'이다. 올해 겨울에도 치앙마이에 가고 싶은 꿈을 꾸고 있고, 이번에 간다면 가고 싶은 곳을 구글 지도에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다. 치앙마이에 대한 환상은 많이 깨졌지만, 여전히 치앙마이는 '치앙마이다움'으로 넘쳐나는 매력적이고 다시 가고 싶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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