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 여행 중에도 그랬다. 나이트바자에 갔을 때도 무수히 줄이 있는 매대는 피해서 사람이 적은 곳만 갔다. 하지만 원칙은 깨지라고 있는 법. 그렇게 줄 서서 기다려서 먹는 것을 싫어하는 평소와 다르게 '미나 라이스 베이스드 퀴진(Meena Rice Based Cuisine)' 이곳에서만 무려 1시간가량을 기다려서 식사를 했다.
기다려서 먹는 식당을 피하는 이유는 한 가지이다. 기다리는 시간이 아깝고, 기다리면서 지친 상태에서 먹는 음식의 맛은 맛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치앙마이에 대한 여행 정보를 찾아보던 와중에 이라는'미나 라이스 베이스드 퀴진' 레스토랑이 많이 검색되었고, 한국 여행객들에게도 사랑받는 공간으로 보였다. 거기다가 미슐랭 등재 식당이라니, 치앙마이에서 꼭 가야 할 장소로 구글 지도에 저장해 두었다.
하지만 막상 있는 이 '미나 라이스 베이스드 퀴진'있는 참차마켓에 갔을 때는 이 레스토랑이 마켓 끝자락에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한 시간여 동안 참차마켓 구경을 마쳤을 때, '미나 라이스 베이스드 퀴진'을 발견했고, 나도 모르게 웨이팅 리스트에 이름과 연락처를 남겼다.
무려 앞에는 17팀 가량이 있었다. 한국, 중국 관광객들뿐만 아니라 연말연시로 인해 이 식당을 찾는 태국가족손님들도 많아 10명 단위의 팀도 여럿 보였다. 평소와 다르게 뭐에 홀린 듯 웨이팅 리스트에 이름을 적고 공간 여기저기를 둘러봤다. 레스토랑은 크게 4곳의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1. 입구
숲을 들어가는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입구에는 매장과 반전이 있다. 나무로 둘러싸인 오솔길을 걷다 보면 매장 입구가 나오고, 주차장과 편집숍, 이름을 적을 수 있는 안내판과 기다리며 앉을 수 있는 의자와 쉼터가 조성되어 있다. 편집숍에는 이 지역에서 만든 로컬 상품들을 판매하고 있다.
2. 식당
식당은 크게 안쪽 정원 전체를 홀로 사용하고 있다. 지붕 아래 오픈된 공간에 여유롭게 좌석이 놓여있고, 단체 손님을 위한 큰 룸도 있고, 개별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룸이 있는 건물이 따로 있다.
3. 호수와 산책로
레스토랑 내부에는 커다란 호수가 있다. 호수 한 바퀴를 산책할 수 있고, 호수를 배경으로 인스타그래머블한 사진도 찍을 수 있으니 얼마나 크기가 큰지 가늠해 볼 수 있을까? 식당에서는 호수를 볼 수 있고, 호수를 둘러싸고 산책로가 있다.
4. 아이들을 위한 모래 놀이터
가족들을 위한 모래 놀이터와 미나 라이스퀴진을 그대로 재현해 놓은 소꿉놀이 공간이 있다. 치앙마이의 여러 공간에는 의외로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 많았는데, 웬만한 아파트 놀이터만 한 놀이터가 식당 내부에 있다.
공간 구석구석을 구경하고, 다시 웨이팅 자리로 돌아왔는데, 우리 차례가 언제 돌아올지는 감감무소식이다. 급한 성질에 참지 못하고 '볼트'와 '그랩'을 알아보는데 역시 잘 잡히지를 않는다. 겨우 '볼트'를 잡았나 싶었는데, 갑자기 직원이 낯익은 이름을 부른다. 가려고 했더니 자리가 났다고 안내를 해준다. 볼트를 취소하고, 레스토랑 안쪽으로 자리를 잡는다.
"많이 기다리셨죠.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라는 말 한마디에 조금 화가 났던 마음은 누그러들고, 기다리면서 외우다시피 많이 들여다봤던 그 메뉴판을 다시 한번 들여다본다. 왠지 모르게 아까 웨이팅 하면서 봤던 메뉴판과 같은 메뉴판인데 족히 백가지의 메뉴 중에서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결심이 서지 않는다.
그래도 대표 메뉴인 5가지 색깔 밥, 반찬 메뉴, 쌀을 그대로 묻혀 튀긴 새우튀김, 야채볶음과 시그니처 드링크 메뉴 한 가지를 시킨다.
식당 내에는 식사를 마친 손님들도 많았지만, 새로 와서 아직 음식을 받지 못한 손님들도 많았다. 먼저 쌀을 그대로 묻혀서 튀긴 새우튀김과 5가지 색깔밥이 처음으로 나왔다. 색깔밥은 색깔에서 거부감이 드는 사진과 다르게 별다른 맛이 없지만, 예쁜 밥이라는 사실만으로도 평소 먹던 밥보다 맛있었다.
주문이 밀려있었는지 주문이 조금 뒤주박죽으로 나왔지만 오래 기다려서 화가 났던 마음을 누구러 뜨리기에는 충분히 맛있었다. 평소 기다려서 먹지 않는다는 원칙을 깨고 이곳을 찾기를 잘했다는 마음이 들었다. 호수가 있는 야외에서 먹는 쌀 요리는 여행객의 빈 속을 달래주고, 화가 난 마음을 잠재웠다.
한국에서는 쌀 소비량이 준다는 소식이 심심찮게 들려온다. 태국은 주식인 쌀을 그 자체로 아름답고 예쁘게 상품화하는 데 성공했다. 호텔에서 여행객들을 위한 체험으로 '벼농사 모내기 체험'을 제공하는데, 호텔에서 인공적으로 논을 조성했고, 일부 공간에 벼를 심어서 호텔 투숙객이 체험할 수 있게 한다. 가격도 결코 저렴한 것이 아니다. 한국에서도 논을 단순히 쌀을 생산하는 생산지가 아니라 쌀 라이프스타일 체험장으로 관광화해서 모내기 체험도 하고, 아름다운 쌀을 이용한 음식메뉴도 개발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