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에 일주일간 머무르며 오롯이 태국 음식(치앙마이 음식)만 먹었다. 유럽 여행지나 다른 아시아 지역을 여행했을 때는 항상 한식이 그리웠는데, 기본적으로 맵고 짭짤하고 야채가 많이 들어간 태국음식을 먹으니 한식 생각이 전혀 나지 않았다. 특히 북부 태국음식은 밥과 반찬이 어우러진 음식이 많아, 찰밥에다 야채, 고기, 생선 반찬을 먹으면 한식 못지않은 한 끼를 먹을 수 있다.
치앙마이에서 맛있게 먹은 음식, 치앙마이의 숨겨진 맛 4가지를 골라봤다.
4위 룩친텃(어묵 튀김)
치앙마이에 도착한 첫날 저녁, 배가 고픈 여행객들은 겁도 없이 리조트밖을 찾았다. 어두운 밤, 슈퍼와 단 한 개의 식당만 열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문 닫은 가게 앞에는 작은 매대에 먹거리를 파는 노점들이 있었다. 그중에 한 곳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익숙한 어묵과 소시지가 보였다.
자세히보면 어묵 하나에 5밧(200원)에서 10밧(400원)이라고 쓰여있다 '어떻게 먹는 음식이지?' 하고 한참을 봤더니, 가게를 운영하는 것으로 보이는 젊은 아가씨가 작은 솥에 담겨있는 기름에 무언가를 튀겨내고 있다. '이거 주문하고 싶어요'하는 바디 랭귀지로 의사를 표현하니, 작은 바구니를 주면서 여기 먹고 싶은 것을 담으라고 몸짓으로 다시 대답한다.
무엇을 고르면 좋을지 몰라 고심하다가, 익숙한 비주얼을 가진 어묵 3개를 골라서 바구니에 담아 건넸다. 아가씨는 재빠르게 어묵을 기름 솥에서 넣는다. 우리가 주문한 어묵이 튀겨지는 동안, 현지 동네주민으로 추정되는 새로운 손님들이 왔다. 엘사옷을 입은 여자 아기와 엄마, 아빠가 와서 열심히 어묵과 소시지를 고른다. 그제야 이 음식이 태국 현지인들의 훌륭한 야식이자 간식임을 깨닫는다. 한국으로 따지면 떡볶이쯤 될래나?
튀겨진 꼬치를 받아 들고 얼마인지 물어보니 어묵 3 꼬치의 가격 단돈 25밧, 한국돈으로 천 원이다. 어쩐지 바구니를 건네받은 아가씨의 태도가 퉁명스러운 데는 이유가 있었다. 한국에서는 보통 어묵하나에 700원에서 천 원인데... 어묵꼬치 하나에 200원~400 원일줄 알았다면 좀 더 많이 주문하는 건데, 당시에는 가격표가 없어서 이렇게 싼 줄 몰랐다.
호텔에 돌아와 꼬치를 한입 베어 먹었더니 그 맛이 일품이다. 한국의 고급 어묵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맛이다. 문어 어묵에도 문어가 제법 많이 들어있어 맛있고, 갓 튀겨서 따뜻하니 감칠맛이 더해진다.
이후에도 치앙마이 야시장에서 이런 어묵, 소시지를 튀겨주는 매대를 발견해서 먹었는데 역시 맛있었다. 보통 개당 가격은 5밧에서 10밧, 200원에서 400원으로, 10개를 시키면 한 개를 더 주기 때문에 한 번에 10개를 골라서 맛보는 것을 추천한다. 치앙마이 여행 중에 룩친텃(어묵꼬치) 매대가 보인다면, 작은 바구니를 요구하자. 그곳에 원하는 어묵 10개를 마음껏 골라먹자!
3위 직화 꼬치구이
치앙마이는 구이의 도시이다. 직화구이로 온갖 맛있는 것을 구워낸다.
왼쪽이 소시지, 오른쪽은 소스가 묻은 오징어 꼬치 돼지고기꼬치도 맛있고, 소시지 구이도 맛있다. 이색적이었던 것은 치앙마이 대학교 앞 야시장에서 파는 오징어 구이였다. 다리, 몸통, 오징어입, 오징어알 등오징어를 구이별로 파는데, 어묵꼬치와 마찬가지로 10개를 사면 하나를 더 준다. 주문을 하고 굽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주문서를 받고 말해주는 시간에 돌아가서 음식을 받으면 된다.
다 구워진 먹음직스러운 오징어에 소스를 뿌리겠냐고 물어봐서 흔쾌히 '예스'라고 했다가, 정말 크게 후회했다. 초록색의 소스는 한국으로 치면 청양고추 소스로 너무도 매운 핵불맛에 매운 것을 좋아하는 나에게도 비인간적으로 매운맛이었다. 튀기면 뭐라도 맛있다지만 불에 바싹 구운 음식만큼 맛있는 게 또 있을까?
직화구이 VS 튀김의 대결이라면 직화구이의 승리이다.
다양한 식재료를 고르는 재미 또한 매우 크다.
2위 똠양꿍
"점심 먹었어?"
점심시간이 지나면 어김없이 오는 남편의 카톡이다.
"응, 먹었어."
"모 먹었어?"
"똠양꿍"
"또? 혹시 자기 태국 사람 아니야?"
한때 이 음식에 꽂혀서, 과장을 조금 보태자면 정말 하루에 한 번은 똠양꿍을 먹었다. 한국의 태국 식당에서 먹는 똠양꿍은 맛은 있었지만, 불만족스러운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우선 양이 부족했고, 퀄리티에 비해서 가격이 비쌌기 때문이다. 매번 똠양꿍을 사 먹을 수는 없었기에, 밀키트를 구입해서 밀키트를 소분해서 몇 끼씩 나눠서 똠양꿍을 해 먹었다.
그래서 10여 년을 같이 산 남편에게 태국 사람이 아니냐는 오해까지 살 정도였다.
그래서 치앙마이 여행을 앞두고 '여행 가서 그토록 좋아하는 똠양꿍을 마음 놓고 먹을 수 있겠구나'하는 꿈에 부풀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치앙마이 여행서를 읽고 나서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사실 똠양꿍은 치앙마이의 음식은 아니다. 새우가 많이 잡히는 태국 남부 지역의 음식이다. 하지만 걱정하기는 이르다. 여행객이 많은 치앙마이의 특성상 여느 푸드코트나 식당에 가도 똠양꿍을 먹을 수 있다.
푸드코트에서 먹은 똠양꿍 중에서는 한국인 여행객들에게 유명한 마야몰 푸트코트에서 먹은 똠양꿍이 맛있었다. 여러 종류의 새우를 토핑으로 얹어주고, 해산물만 넣어주는 것이 아니라 돼지고기, 선지, 피쉬볼까지 넣어주니 맛이 더 풍성했다.
태국 똠양꿍의 맛을 집에서 먹고 싶다면, 태국 슈퍼마켓에서 파는 똠양꿍 페이스트를 사 올 것을 제안한다. 큰맘 먹고 똠양꿍 페이스트 8개를 집어왔는데, 여행 갔다 온 지 한 달이 지나도록 아직 하나도 먹지 않은 것을 보니 태국여행에서의 똠양꿍 맛의 여운이 남아 있기 때문에, 똠양꿍에 대한 환상이 깨질까 봐는 아닐까? 치앙마이 현지식은 아니래도, 치앙마이 똠양꿍도 맛있으니 원 없이 먹고 오자.
1위 찰밥과 반찬
식사를 할 때 원칙이 있다.
'밥을 멀리하자, 적게 먹고, 밥을 항상 경계하자'
저탄고지 다이어트가 한때 열풍이 불었던 것처럼, 각종 디저트와 과일은 무자비하게 먹으면서 항상 밥 만은 다이어트를 했다. 그래서 집에서 밥을 먹을 때는 조그만 밥그릇에 세, 네 숟가락 정도 밥을 담아서 먹는다. 한국의 쌀 소비가 줄었다는 기사를 보면서, 이에 동참하는 자로써 양심에 찔리기도 하지만 쌀에 대한 소신은 계속 유지하고 있다.
그런 나에게 치앙마이에서 숨겨진 맛 4가지의 1위가 밥이라니 아이러니하다. 찰밥에 대해서 얘기하자면, 이 지역은 쌀농사를 많이 짓는 지역으로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쌀로 만든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다. 평소 외식의 제1원칙 '웨이팅이 있는 식당에는 절대 가지 않는다'를 깨고 무려 1 시간여를 기다려서 먹은 치앙마이의 레스토랑은 미나 라이스 퀴진 Meena Rice Based Cuisine이다.
식당의 이름처럼 이곳에서 꼭 먹어야 할 메뉴는 다름 아닌 색깔 찰밥이다. 노랑, 갈색, 검정, 파랑, 흰색 5가지 색깔의 찰밥을 제공하는데, 5가지 색깔을 조합한 밥은 예쁘기도 정말 예쁜데, 심지어 맛도 좋다. 집에서 구박만 받았던 밥의 재발견이다.
고급 레스토랑의 찰밥만이 맛있는 것은 아니다. 치앙마이 푸드마켓 어디서나 찰밥과 망고를 도시락에 판다. 찰밥에 연유를 뿌려먹는 맛이 이질적일 것 같지만, 생각보다 맛있고 든든하다. 거기에다 잘 익은 망고 반쪽도 예쁘게 잘라서 올려주니 금상첨화다. 밥과 함께 먹을 반찬을 파는 반찻집도 많은데, 그곳에서 밥과 야채반찬을 먹었더니 한식 못지않은 조화로운 채식 밥상이 완성됐다. 평소 태국 음식 중에서 모닝글로리볶음 같은 요리를 좋아했다면 도전해 볼 만한 요리다.
평소 밥을 잘 즐겨 먹지 않는 가족이기 때문에 4인이 보통 공깃밥을 시키면 보통 1 공기를 나눠먹는다. 치앙마이의 한 식당에서도 의례 먹던 대로, 1 공기를 시켰다가 곧 후회했다. 밥과 먹을만한 밥도둑 반찬들이 많아서 4명이 각 1 공기의 밥을 먹는 이례적인 일이 벌어졌던 것이다.
치앙마이에서 꼭 먹어야 할 메뉴, 숨겨진 메뉴 1위로 찰밥을 꼽은 이유이다.
치앙마이 여행 계획을 세우며, 치앙마이 특색을 담은 음식에 대한 정보도 열심히 찾아봤다. 근데 막상 어렵게 익힌 메뉴를 시켜 먹었을 때 입맛에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았고, 길거리나 로컬 식당, 푸드코트에서 시켜 먹은 이름 모를 음식들이 입맛에 딱 맞는 경험도 했다.
새로운 지역과 장소에 간다면 기존의 편견과 습관을 잠깐 던져버리고 그곳에 음식에 흠뻑 빠져보자. 집에서 찬밥신세였던 밥이 생각보다 맛있었던 것처럼, 당신도 새로운 발견을, 아니면 기존 식재료에 재발견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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