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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가 문제가 되지 않는 도시, 치앙마이

치앙마이에서 볼트 탄 후기

by 봄인

치앙마이의 주요 교통수단은 스쿠터, 픽업트럭을 개조해 만든 썽태우, 자동차이다. 그중에서 관광객들이 쉽게 택할 수 이동수단은 자동차, 즉 택시이다. 장기여행객의 경우 렌터카를 이용할 수도 있겠지만, 단기 여행객에게는 택시가 훨씬 저렴하다. 플랫폼의 발달로 여행객들은 볼트, 그랩 등의 앱으로 원하는 곳 어디서나 택시로 쉽게 이동한다.


볼트와 그랩을 비교하자면, 볼트가 그랩보다 차량의 크기가 작고, 금액도 저렴하다. 교통비를 절약하기 위해서 우선 볼트로 차량을 수배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요금이 조금 더 비싼 그랩을 이용한다. 치앙마이에서 5일간 5회 정도 볼트를 이용해서 원하는 곳에 쉽게 도달했다. 그 과정에서 한국에서라면 경험해보지 못했던 깜짝 놀랄만한 일들을 겪었다. 바로 아래 두 분의 기사님을 만난 것이다.


귀가 들리지 않는 기사님

치앙마이는 생각보다 가볼 만한 곳들이 떨어져 있어서 도보로 이동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일요일 4개의 시장을 마스터하겠다고 마음먹은 순간부터 볼트를 이용했다. 코코넛 마켓에서 치앙마이 올드타운으로 이동하는 구간은 도심에서 떨어진 외진 구간이어서 좀처럼 볼트가 잡기가 쉽지 않았다. 수차례 시도한 끝에 어렵사리 차 한 대를 잡았고, 그렇게 올라탄 택시 뒷자리에는 조금 낯선 영어로 쓰인 안내문구가 코팅되어 있었다. 한글로 번역하면 아래와 같았다.


‘이 차의 기사님은 소리를 듣지 못하는 청각장애를 앓고 계십니다.’


‘볼트를 운전하는 기사님이 소리를 전혀 듣지 못하는 청각장애가 있다니’ 주변의 차들이 경적을 울리더라도 전혀 듣지 못하실 테니 갑자기 안전에 우려가 되기 시작했다. 어렵사리 잡은 차편이기에 다시 내릴 수도 없는 노릿이었다. 다행히도 십여분 남짓 택시를 타는 동안 아무 문제가 없었고, 오히려 다른 기사님보다 편안하게 운전해 주셔서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40여 년간 한국에 살면서 무수하게 많은 택시를 타봤지만 한 번도 소리를 듣지 못하는 기사님은 뵙지 못했다. 태국 치앙마이에서는 소리를 듣지 않는 장애쯤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모양이다. 하지만 이후에 벌어진 경험을 생각하면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한쪽 눈이 보이지 않고 듣거나 말하지 못하는 기사님


치앙마이의 모든 일정을 마치고 호텔에서 공항으로 이동하기 위해 마지막날에도 어김없이 볼트앱을 열었다. 역시 쉽사리 볼트를 잡지 못했지만, 여러 시도 끝에 겨우 한대를 잡혔다. 10여분을 기다려 볼트가 도달했고, 호텔 문 앞에 갔더니 실망스럽게도 경차가 와있었다.


실어야 할 짐은 대형 여행가방 2개인데, 경차라서 작은 트렁크 안에는 짐가방 한 개도 겨우 들어갔다. 하나 남은 트렁크를 어찌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 찰나에 기사님이 내리시더니 운전석 뒷자리에 짐을 놓으라고 하시고, 본인의 운전석 의자를 당겨서 팔도 피지도 못하는 자세로 운전을 하시겠다는 것이었다.


‘과연 저 자세로 운전을 할 수 있을까? 우리 편의를 너무 봐주시는데, 운전하기에 불편해 보이시는데…’


근데 기사님을 자세히 보니 눈 한쪽을 뜨지 못하고 감고 계셨다. 볼트에서 기사님 사진도 자세히 보니 눈 한쪽이 감겨있는 것이었다. 조금 더 자세히 확인하지 못한 나 자신을 원망했다.


첫 번째로 청각장애가 있는 기사님을 만나서 놀랬는데, 그렇게 두 번째 장애를 가진 기사님을 만났다. 기사님은 우리와 소통을 하고 싶어 하시면서 바디랭귀지로 설명을 하는데, 막상 우리가 하는 대답을 듣지 못하셨다. 말씀을 하실 때도 단어를 얘기하지 못하고 소리로만 소통을 하시는 것 보니 잘 듣지 못하고 말도 못 하는 장애도 갖고 계신 듯했다.


그래도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싶은 마음에 구글 번역기를 써가며, 우리한테 한국인이 맞냐고 물어보기도 하고, 자신이 정식 운전면허증이 있다면 보여주기까지 했다. 신호 대기 중에 기사님의 와이프와 핸드폰 메신저로 소통하는 장면이 보였는데, 대화 배경화면에 붕붕카를 타고 있는 귀여운 아기 한 명이 보였다.


그렇다. 눈 한쪽이 보이지 않고, 귀도 안 들리고, 말도 하지 못 하는 그는 한 아이의 아버지로 운전기사를 하면서 가장의 역할을 해오고 있었던 것이다. 열심히 가정을 꾸리며 살고자 하는 그의 의지 앞에서 그가 가진 장애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것으로 보였다. 그제야, 그렇게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승객이 편하도록 짐을 실게 하고, 본인은 불편한 자세로 운전하면서도 즐거워 보였던 모습이 납득이 되었다.


치앙마이에 있는 동안 그냥 마음이 편했다. 조금 느려도 괜찮고, 부족해도 괜찮았다. 귀가 들리지 않거나, 심지어 한쪽 눈이 보이지 않아도 운전기사로 일할 수 있는 곳, 치앙마이. 이런 짧은 경험으로도 ‘치앙마이에서는 장애가 문제가 되지 않겠구나’를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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