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에는 일요일 하루에도 방문할 시장이 4개나 된다. 도장 깨기 하듯 3개의 시장 방문을 마치고 마지막으로 치앙마이에서 제일 유명한 치앙마이 선데이마켓에 방문했다.
일요일 일정을 모두 마켓 방문으로 바꾼 이유가 바로 치앙마이 선데이마켓이다. 세계적인 여행 플랫폼 트립어드바이저는 선데이마켓을 "올드타운 타패 게이트 앞부터 왓프라싱 사원에 이르는 치앙마이 최대 시장"으로 표현했다. 이 표현을 내가 쓴다면 이렇게 쓸 것이다. "선데이마켓은 규모가 크지만 생각보다 살거리, 볼거리가 부족하고, 사람으로 붐비는 시장이다"
5박 7일간 치앙마이 여행을 통해 나이트바자, 치앙마이대학교 야시장, 원님만 마켓, 징짜이 마켓, 코코넛마켓, 참차마켓까지 6가지 시장을 가본 이후에 경험한 치앙마이 선데이마켓은 노잼 그 자체였다. 기존의 마켓들이 독자적이 직접 만든 물건들로 가득했다면 이곳은 이미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상품을 파는 매대들이 많았고, 상품과 볼거리의 매력도에 비해서 관광객들이 너무 많아서 걷기도 힘들었다. 한 가지 유일한 장점을 찾자면 상품의 가격이 조금 싼 편이라는 것이다.
치앙마이 여행 필수품인 코끼리 바지는 여행 둘째 날 나이트바자에서 구입했고, 매력적인 기념품들은 치앙마이 로컬브랜드인 플레이웍스와 몬순티에서 구입했기 때문에, 선데이마켓에서는 작가님이 손으로 만든 수제노트와 천으로 만든 파우치만 구입했다.
붐비는 인파로 인해 선데이마켓에서 호텔까지 오는데 그랩이나 볼트를 잡기가 어려워서 애를 먹었던 것도 선데이마켓에 대한 인식이 안 좋은 이유 중 하나다.
일요일 하루, 치앙마이에서 열리는 마켓 4곳을 가본 치앙마이 마켓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1. 수공예품, 직접 만든 물건을 사려면 마켓으로 가야 한다.
2. 저렴한 물가로 유명한 치앙마이지만, 고품질의 상품은 높은 가격을 동반한다.
3. 마켓에서만 먹을 수 있는 현지 먹거리는 마켓의 큰 기쁨이다.
4. 인스타그래머블한 풍경과 사진은 덤이다.
자 그렇다면 일요일 치앙마이에서 어떤 마켓에 가야 할까?
치앙마이마켓이 처음이라면: 선데이마켓
독립적이고 예쁜 상품을 구입하고 싶다면: 징짜이마켓
야자수와 인스타그래머블한 사진을 남기고 싶다면, 가족여행객이라면: 코코넛 마켓
아름다운 사진을 찍고 미슐랭 식당에 가고 싶다면: 참차마켓을 추천한다.
오늘 제주에서 나고 자란 청년과 대화를 나누면서 안타까운 소식이 들었다. 제주에서 가장 큰 플리마켓인 '벨롱장'이 코로나 이후에 문을 닫고 더 이상 운영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벨롱장에 셀러가 되는 조건은 단 한 가지 직접 만든 물건을 팔아야 하는 것이었다. 한 때 300여 셀러가 등록해 만남의 장으로 이주민들과 제주인들을 한 곳에 모이게 하는 만남의 장이었던 곳이 더 이상 작용하지 않는 것이다.
"제주 갈 돈이면 일본 간다"는 오늘 뉴스의 헤드라인을 보며 한때 제주에 살았던 사람으로서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기 어렵다.
치앙마이 전역에는 시장이 열린다. 자신이 직접 만든 상품을 팔기도 하고, 맛있는 음식을 선보이기도 하고, 공장에서 만든 상품도 사다가 팔고, 소수민족도 자신이 직접 만든 수공예품을 만들어 판다. 모두가 셀러가 되는 도시는 관광객들에게 볼거리, 살거리, 즐길거리를 제공했다. 일요일 하루를 꼬박 마켓, 시장 투어에 할애할 수 있었던 것도 치앙마이에 그만큼 가볼 만한 시장이 많았던 이유다.
제주에 살면서는 오일장을 즐겨 찾았고, 서울에 살면서도 전통시장을 찾아간다. 온라인에서 필요한 상품도 사지만, 가족들을 위해 신선한 제철 채소, 그 계절의 과일을 신선하고 다양하고 값싸게 사기 위해 시장을 찾는 것이다.
시장에 가면 그곳에서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식재료들이 있다. 온라인에서 식재료를 쉽게 유통하기 위해 간편화, 단순화하여 분류해 놓아 계절감을 느낄 수 없다면, 시장에는 그 계절에만 나오는 식재료가 계절을 체감할 수 있게 만든다. 사던 재료만 사는 온라인 쇼핑이 아니라, 안 사던 재료도 사게 만드는 전통시장 쇼핑으로 인생의 즐거움이 하나 추가된다.
한국에도 더 많은 시장이 생겼으면 좋겠다. 동네마다 전통시장이, 일요일에는 주민, 소상공인, 관광객이 모이는 선데이 마켓이 동네마다 열린다면 굳이 치앙마이 전역에서 일요일 만다 열리는 마켓을 그리워할 일도 없겠다. 하지만 그전까지 치앙마이 일요일에 열리는 치앙마이 사람냄새가 나는 그곳이 내내 생각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