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는 살거리 천국이다. 여행객들을 위해 곳곳에서 시장이 열리고, 상인들은 직접 만든 수공예품을 뽐내며 관광객들의 지갑을 열게 만드느라 분주하다.
일요일에 치앙마이를 가야 하는 이유는 단연코 마켓, 치앙마이는 살거리 천국이다. 여행객들을 위해 곳곳에서 시장이 열리고, 상인들은 직접 만든 수공예품을 뽐내며 관광객들의 지갑을 열게 만드느라 분주하다. 많은 블로거들이 치앙마이에는 일요일에 방문할 것을 제안한다. 일요일에만 열리는 시장이 치앙마이에만 4개가 넘는다. 쇼핑 좀 좋아한다면, 쇼핑 좀 해봤다면 마켓 4곳을 모두 가볼 수 있다. 아침부터 밤까지 이어지는 치앙마이 마켓투어를 지금부터 시작한다.
AM 8:00 러스틱마켓, 징짜이 마켓, JJ 마켓
러스틱 라이프를 꿈꾸는가?
시골에서 유유자적한 삶을 러스틱라이프라고 일컫는다. 도시에 살지만 언젠가 한적한 시골의 단독주택에 사는 것이 꿈꾸는 내게 치앙마이에 러스틱마켓이 있다니 이런 곳은 안 가볼 수 없었다. 일요일에 예정했던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마켓데이로 정한 데는 러스틱 마켓에 있다. 러스틱 마켓은 여러 이름으로 불리는데, 징짜이 마켓(JINGJAI Market), JJ마켓 모두 같은 곳이다.
썽태우와 툭툭이, 여러 차들로 분주한 입구를 보니 제대로 찾아왔다. 혹시나 관광객들이 헷갈릴까 봐 커다란 마켓이름도 붙여놓았다. 시작부터 치앙마이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내추럴 스타일의 의류 상점들이 여럿 보인다. KEERATA라는 의류 브랜드의 입간판에는 세 글자가 쓰여있다. Local, Natural, Craft 그리고 Made in Thailand. 위 단어들이 징짜이 마켓의 모든 정체성을 표현해 둔다. 로컬이고, 자연친화적이고, 직접 만든 상품들은 태국에서 만든 것들이다.
시장 입구 한편은 내추럴 콘셉트의 의류와 소품이 눈길을 사로잡지만 아침을 거른 여행객들의 발길을 이끄는 곳은 배꼽시계와 본능이다. 발걸음을 옮기면 유기농 채소를 파는 매대와 태국의 온갖 맛있는 먹거리를 파는 푸드 마켓이 나온다.
태국의 마켓은 보통 물건을 파는 시장과 먹거리를 파는 시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곳 러스틱마켓 또한 그렇다. 다른 곳과 다른 점이 있다면 팔고 있는 채소가 유기농 채소이고, 팔고 있는 먹거리의 종류가 다양할 뿐 아니라 하나같이 너무 맛있어 보여서 무엇을 결정해야 할지 어렵다는 점, 다른 시장보다 관광객이 아닌 태국사람들이 많아서 현지인들에게도 인기가 많은 곳임을 알 수 있다. 가격 또한 음식 퀄리티에 비해 저렴해서 먹고 싶은 음식을 모두 골라도 결코 지갑이 얇아질 걱정이 없다.
러스틱마켓은 평일에는 조용한 슈퍼마켓으로 운영되다가 일요일이면 이렇게 큰 시장으로 운영되고, 각종 의류와 소품, 먹거리 시장, 그리고 공연장, 체험장이 함께 운영된다. 평일에 이곳을 방문한다면 한산함에 실망할 수밖에 없지만, 일요일 러스틱마켓은 놀라움과 재미로 가득하다. 러스틱 마켓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푸드 마켓부터 이용해야 한다. 한 가지 꿀팁은 오전 8시경 일찌감치 가서 음식 먹기에 좋은 자리를 맡는 것이다. 이곳은 다른 먹거리시장과 다르게 나무와 자연이 어우러진 편안한 식탁과 의자를 제공한다. 아침 일찍 방문했을 때 대부분의 좌석이 비어있었지만 오전 9시가 넘으니 자리가 없어서 길거리에 앉아서 먹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멋진 자리를 하나 찜해두고, 먹고 싶은 음식을 하나둘씩 사다 나르면 된다. 징짜이마켓의 푸드마켓은 치앙마이 식당에서 볼 수 있는, 이 지역의 온갖 산해진미가 모여있는 곳이라고 보면 된다. 여러 음식사이에서 결정하기 어렵다면 순서를 정하면 된다. 코스는 애피타이저 - 본식 - 디저트 순으로 가벼운 먹거리로 시작해서 디저트까지 모두 이곳에서 해결할 수 있다.
생선구이, 닭고기구이, 팟타이, 반찬집 등 보기만 해도 침이 꼴깍 넘어가는 식당 사이에서 어렵게 선택한 것은 쌀국수, 코코넛 주스, 항아리 닭고기구이, 생선튀김, 찰밥이다. 다른 곳에서 60밧(2400원)에 샀던 코코넛 주스도 이곳에서는 40밧(1600원)이고, 싱싱해서 코코넛의 하얀 과육까지 먹기가 좋았다. 한국에서는 밥은 좋아하지 않지만 즉석에서 바나나잎에 퍼주는 색색깔의 찰밥의 유혹에 이기지 못해서 주문한 찰밥도 별미이다.
메인식사가 끝났다면 이제 디저트를 주문할 차례이다. 맛있는 베이커리, 디저트를 파는 매대도 여러 곳이 있어서 고심해야 하는데, 최종적으로 낙찰된 디저트는 태국을 대표하는 ‘로티’이다. 밀가루 반죽을 피자처럼 여러 방향으로 늘려서 프라이팬에 튀기듯이 굽고 그 안에 연유를 뿌려주는 데, 그 맛은 한 개로는 택도 없이 부족한 맛이다.
로티는 올리는 토핑에 따라서 다양한 맛으로 선택할 수 있는데, 태국사람들은 '바나나 로티'를 즐겨 먹고, 관광객들은 누텔라 같은 비싼 재료가 올라간 비싼 로티를 주문해서 먹는다. 주문 방법도 특이한데, 원하는 로티와 자신의 이름을 작은 종이에 적고 뾰족한 송곡에 꽂아 두면 순서대로 로티를 만들어 준다. 수십 개의 로티는 올라가는 토핑과 만들어지는 재료애 따라 달라지는데, 기본 로티인 로티에 연유를 뿌려주는 '밀크 로티'를 주문해도 충분히 맛있다. 처음에 2개의 로티를 주문해서 먹었는데, 금방 다 먹고 나서 2개의 로티를 더 주문해 먹었다. 태국에서 먹을 수 있는 즉석 로티는 이곳의 대표 디저트임에 틀림없다.
태국에서만 먹을 수 있는 코코넛 케이크의 맛은 생각보다 평범했지만, 곁들여먹을 커피는 빠질 수 없었다. 시장 내에 몇 개의 커피 스탠드와 커피 트럭이 있는데, 식사 시간이 가까워지면 커피줄은 길어진다. 제일 줄이 긴 커피 트럭의 사장님은 손님이 몰려와도 결코 서두르는 법이 없다. ‘사바이 사바이’ 정신으로 본인의 속도에 맞춰 천천히 느긋하게 커피를 만들고, 낮고 작은 음성으로 커피를 주문한 사람들의 이름을 외치니 두 귀 쫑긋 세우고 커피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맛있는 음식과 디저트, 스페셜티 커피에 빠져 잃어버렸던 정신을 차리고 보면 어느새 두둑한 배를 앉고 쇼핑을 하러 나설 수밖에 없다.
징짜이 마켓을 둘러보면 평소에도 운영되는 상점에는 내추럴 콘셉트의 의류를 많이 팔고 있고, 마켓 매대에는 라탄으로 만든 가방, 소품, 의류, 세컨드핸즈 제품까지 판매하고 있다. 이곳에서 눈에 띄는 것은 라방을 통해서 고국으로 이곳 시장을 중개하는 인플루언서들이 많다는 점이다. 한 손에 핸드폰을 들고 이곳의 상품을 중개하며 판매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중국어’,’ 일본어’로 다양하다. 그만큼 러스틱마켓에서는 이곳에서만 살 수 있는 특별한 로컬 상품, 핸드메이드 상품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이곳에서 사고 싶은 상품은 많지만, 지갑을 쉬이 열 수 없는 까닭은 비싼 가격이다. 웬만한 옷 가격이 한국의 상품과 비교해도 비슷한 편이라 충동구매에 넘어갈 위험은 적다.
생각보다 불만족스러운 쇼핑을 마치고 러스틱마켓을 나서려는데 이제 귓가를 사로잡는 음악이 발길을 잡는다. 나무 그늘아래서 첼로를 연주하는 아저씨와 매혹적인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아주머니 커플의 재즈 선율이 들려온다. 태국의 대부분의 마켓에서는 이처럼 연주를 하는 밴드들이 있는데, 소수민족의 전통 음악을 연주하기도 하고, 우리에게 익숙한 뉴진스의 음악을 부르기도 했다. 하지만 이곳의 밴드가 최고였다. 향긋하게 불어오는 바람과 더 달콤한 음악소리가 한 곳에 어우러져 '이곳이 천국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한동안 발걸음을 떼지 못하다가, 결국 두 곡의 음악을 듣고 주머니의 있던 동전 몇 개를 첼로케이스에 넣어두고 겨우 이곳을 나선다.
로컬, 내추럴, 크래프트, 메이드인 타일랜드가 징짜이 마켓의 매력이다. 태국의 일요일 아침 한 군데의 마켓을 방문한다면 이곳을 꼭 추천한다. 다만 오후 2시에는 문을 닫으니, 가능하면 서둘러 방문하는 것을 권한다.
징짜이 마켓이 좋았지만 이곳에 더 머무를 수 없었던 것은 일요일에 방문해야 할 시장이 아직 3군데나 더 남았기 때문이다. 볼트를 불러서 오늘의 두 번째 시장인 코코넛 마켓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