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 살거리 천국이다. 여행객들을 위해 곳곳에서 시장이 열리고, 상인들은 직접 만든 수공예품을 뽐내며 관광객들의 지갑을 열게 하느라 분주하다.
일요일에 치앙마이를 가야 하는 이유는 단연코 마켓, 시장이다. 많은 블로거들이 치앙마이에는 일요일에 방문할 것을 제안한다. 그 이유는 일요일에만 열리는 특별한 마켓이 있기 때문이다. 일요일에만 열리는 시장이 치앙마이에만 4개가 넘고, 쇼핑욕이 넘치는 나는 4곳을 모두 방문했다. 아침부터 밤까지 이어지는 치앙마이 마켓투어를 지금부터 시작한다.
치앙마이 아침시장 하나를 깨부수고, 다음 시장으로 향한다. 이동 수단은 볼트. 오가는 사람들이 많기에 볼트가 쉽게 잡힌다. 두 번째 시장 이름은 코코넛 마켓. 이 시장은 살 거리가 메인이 아니고 시장 중심에 자리 잡은 야자나무로 유명한 명소이다.
AM 10:00 코코넛마켓
야자수는 보고 사진만 찍는 줄 알았지 마켓으로 만들어 놓은 치앙마이 사람들의 상술, 술수에 놀랐다. 제주도에도 야자나무를 심어놓고 입장료를 받는 식물원이나 사진명소이지 이렇게 매대가 가득 먹거리, 살거리 콘텐츠가 여행자의 구미를 당기는 곳은 없었다.
코코넛 마켓 중심에는 울창한 야자나무 숲이 있다. 야자나무 사이로 흐르는 물과 다리가 대충 찍어도 인스타그램에 하트를 올릴 사진 소재를 제공한다. 사진 찍기에 좋도록 사다리를 만들어 놓고, 야자나무를 배경으로 한 오두막도 이곳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모두 무료다.
코코넛 마켓은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여행객에게 추천하는데, 아이들을 위한 체험활동이 많기 때문이다. 시장 한편에는 염소가족을 풀어놓아, 아기염소에게 우유주기 체험을 할 수 있고, 아이들을 위한 페이스페인팅 코너, 도자기에 물감으로 색칠을 해볼 수 있는 코너도 있다. 체험비용이 비싸지 않은 것 또한 이곳의 매력이다. 수박주스로 알려진 땡모반을 파는 주스가게에도 음료를 마시는 공간을 아이들을 위한 큰 레고 블록 테이블로 꾸며놓았으니 이곳이 얼마나 아이들에게 친화적인 장소인지 알 수 있다.
앞서 방문한 징짜이 마켓보다는 살 거리는 확연히 부족하다. 대신 오감을 자극하는 맛있는 디저트가 이곳의 매력이다. 코코넛 푸딩과 땡모반 주스를 코코넛 마켓의 디저트로 추천한다. 코코넛 푸딩은 한국에서는 맛볼 수 없는 푸딩으로, 타이티, 그린티 같은 다양한 맛으로 선택의 즐거움을 준다. 내리쬐는 태양 아래서 갈증이 난다면 수박주스를 추천한다. 보통 사이즈와 큰 사이즈가 중에서, 큰 사이즈를 택하면 웬만한 국그릇 크기에 시원한 주스를 주는데, 수박모양의 우산, 과일 토핑이 더해져 재미를 더한다.
디저트로 잠시 여유를 취하다가 다음 시장으로 향한다. 코코넛마켓은 상대적으로 외진 위치에 있어서 볼트를 잡는데 애를 먹었는데, 땡모반 주스를 마시며 그늘 아래서 휴식을 취하다 보니 결국 볼트를 타고 이동을 할 수 있었다. ‘사바이 사바이’ 천천히 느긋하게 즐기는 여행이 치앙마이 여행이다.
PM 12:00 참차마켓
다음으로 향한 곳은 참차마켓이다. 작지만 아름다움 마을 형태의 마켓으로 다른 곳에 비해서 독립적인 가게들이 발달했고, 자연과 어우러진 가게 디자인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먹거리가 부족하지만 미슐랭 맛집 '미나 라이스 퀴진'이 있기 때문에 걱정이 없다.
이곳이 과연 시장이 맞을까? 하는 입구에서 택시가 내려준다. 조금 들어가니 블로그에서 안내한 대로 조악한 뱀 장난감을 파는 장난감 가게가 있어 이곳이 맞는구나 싶다. 자연친화적인 입구에서 인증숏은 기본이다. 기본적으로 마켓보다는 독립적인 가게들로 이루어져 있고, 가게의 내부의 광장 공간에 매대들이 서있다.
이곳에서 꼭 가야 할 곳은 미나 라이스 퀴진이다. 태국의 주식인 쌀을 테마로 한 레스토랑으로 항상 대기가 길어서 우선 이곳에 웨이팅을 걸어놓고 여유롭게 시장을 구경하는 것이 좋다. 이것을 몰랐던 초보 여행객은 50여분 이상을 기다렸다.
평소 웨이팅이 있는 시장이라면 질겁을 하지만 이번만큼은 꼭 이곳에서 식사를 하고 싶었다. 이름과 인원수를 얘기하고 앞에 앉아 있는데, 앞팀만 해도 10팀이 넘는다. 일요일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몰라도 이곳을 찾는 대규모의 태국 가족 손님들이 많다.
기다리는 동안 레스토랑 내부를 구경하면 그 규모와 조경에 깜짝 놀라게 된다. 작은 호수를 둘러싸고 산책길이 이어지고, 호수 전망을 보면서 식사를 할 수 있다.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공간까지 모두 다 식당이다. 식당 자체가 호수, 식당, 작은 편집숍, 놀이터로 구성되어 있어 기다리면서 이곳을 구경하면 조금은 지루함을 누를 수 있다.
긴 기다림 끝에 자리를 안내받아 앉았더니 자연 속에 개방된 공간에 테이블이 놓여있다. 메뉴판에는 쌀을 주로 한 요리가 있는데, 그 종류가 하도 다양해서 선택하기가 어렵다. 꼭 먹어봐야 할 메뉴는 5색 쌀을 넣은 찰밥과 쌀로 튀긴 새우튀김 정도. 채식을 주로 하는 식당인 만큼 온갖 야채로 만든 채식 메뉴가 있다. 다만 손님이 많아서 주문한 음식의 순서가 뒤죽박죽으로 나와서 조금 불편하기는 했어도 주문한 메뉴들의 맛이 모두 성공적이어서 음식을 먹고 난 후에 불평은 사라졌다. 정성껏 만든 음료 또한 이곳의 매력이다. 기본적으로 맛있는 음식을 아름답게 만드는 장점을 가진 곳이다.
참차마켓에서는 태국 소수민족이 판매하는 매대도 있고, 소수민족의 아름다운 의상에 대한 전시도 열리고 있있다. 전시를 주최하는 사람은 다름 아닌 시카고 출신의 스즈키 바이올린 선생님 경력을 가진 미국인 인다.
"Would like to see my exbibition?
참차마켓의 사진명소인 버스 앞에서 사진을 찍고 돌아서는데, 금발의 서양 할머니가 말을 걸어온다. 본인은 미국의 시카고에서 태어났고, 한평생 바이올린 연주자로 살아왔다고 한다. 스즈키 바이올린 선생님으로 아이들을 가르친 경험이 있는데, 그 덕에 일본 스즈키 센터도 가봤다고 한다.
'이럴 수가'
치앙마이를 떠나는 아침까지 둘째 딸은 스즈키 바이올린 5권의 마지막 곡을 연습했다. 바로 다니고 있는 초등학교 오케스트라 오디션을 보기 위해서였고, 치앙마이 여행 일정으로 인해서 현장 오디션을 볼 수 없어서, 영상 오디션으로 대체하기로 되었다. 오디션 곡은 난도가 높은 곡으로 아무리 열심히 연습을 해도 몇 군데에서 실수가 나왔고, 여행 떠나는 아침까지 실수 없는 영상을 완성하기 위해서 함께 바이올린을 해왔다. 그녀에게 서둘러 아이가 녹화된 바이올린 연주 영상을 보여준다.
"Wow, Unbelievable! Are you a Suzuki student?
평생 바이올린 연주자로 지내면서 조금 다른 일을 해보고 싶어서 태국에서 지내면서 고산족을 사진 찍고 그들의 의상을 수집해왔다고 한다. 1층에서 2층으로 이어지는 사진을 자세히 설명해 주면서, 그들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다. 평생 3~4개의 직접 만든 옷으로 지낸다는 고산족의 의상은 여행객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스코틀랜드의 전통의상 킬트의 타탄체크무늬가 가문마다 다르듯이 고산족도 고유의 문양을 가지고 있다. 과거에는 직접 면을 기르고 채취해서 실을 만들고 직조해서 천을 만들었다면, 현재는 공장에서 만든 실을 사용해서 쉽게 의상을 만드는데, 과거의 천연염색과 비교해서 컬러가 선명해진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녀는 고산족의 생활에 대해서도 조금 들려준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과 다르게 배우자를 만날 기회가 적은 고산족에게는 친지의 결혼식, 장례식이 누군가를 만날 좋은 찬스이고, 그때에 화려한 연회복을 입는다고 한다. 장난꾸러기 가득한 소년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그의 손에 들린 장난감을 주목하라고 한다. 작은 나무토막 위에 두 마리의 사슴벌레가 놓여있다.
"산속에 사는 고산족 소년에게는 게임기나 컴퓨터가 없는 대신, 사슴벌레 싸움이 좋은 놀잇거리예요."
문명과 떨어져서 독립적인 문화를 이루고 살아가는 고산족의 삶에 대해서,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은퇴 후 새로운 삶을 찾아서 치앙마이에서 20년간 살면서 고산족의 의상에 대해서 연구하고 수집하는 삶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두 개의 시장 탐방을 마치고 잠시 치앙마이 올드타운에 들러 휴식을 취한다. 곧이어 열릴 치앙마이 선데이마켓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