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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앙마이에서 찾은 새해 목표는?

자유형 마스터하기

by 봄인 Jan 07.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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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앙마이 여행을 하며 유럽 여행객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특히 우리가 3일간 머물렀던 리조트에는 백인의 서양 사람들이 많았고, 리조트 메인 수영장을 갔을 때는 우리 가족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백인이었다.


12월 말의 치앙마이는 사실 수영을 하기에 적합하지 않다. 겨울이라는 날씨답게 한낮의 온도가 30도를 넘지 않고, 산악지형이기 때문에 실제 체감 온도는 그것보다 낮으며 한낮에 수영장 물에 몸을 담그면 '아 수영하기에는 너무 춥구나'를 실감할 수 있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낮시간에 리조트 메인 수영장에는 조식뷔페에는 많았던 아시아인들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고, 수영하는 사람들도 거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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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넓디넓은 인피니티풀에 수영을 하는 사람은 나와 백인 부자(아빠와 아들)뿐이었다. 수영을 하려고 보니 자연스레 풀장 체어에 앉아서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의 시선이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얼핏 들었을 때 불어를 사용해서 유럽 사람들로 추정되는 여행객들이 신경 쓰이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독일에서 대학교에 진학할 수 있는 인문계고등학교를 가기 위해서는 수영 실력이 기본으로 수영시험에 통과해야 인문계고등학교 시험자격이 생긴다. 어느 정도 대학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수영장에서 자유롭게 영법을 구사할 수 있어야 하고, 만약 성인이 튜브나 키판등의 보조 장비를 이용해서 수영을 한다면 고졸 이하의 학력을 가진 사람으로 추정받을 수 있는 것이다.


썬배드의 누워있는 사람들이 동양의 작은 여자가 수영을 잘하는지 못하는지 거의 신경을 안 쓸게 뻔하지만, 괜히 관객들을 의식하며 수영을 하게 되는 것이다. 고백하자면 나는 수영을 잘 하지만, 아쉽게도 수영 실력에는 큰 하자가 있다. 평영은 물안경을 안 쓰고도 쉽게 할 수 있지만, 수영의 기본 영법이라고 할 수 있는 자유형은 아예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초등학교시절 수영을 배울 때는 자유형-배영-평영-접영 순으로 차근히 배웠는데, 접영과 자유형은 증발하고, 숨쉬기 편하고 수영할 때 모양새가 덜 빠지는 평영만이 몸 안에 남았다. 평영만 잘해도 수영장의 아무리 깊은 곳이라도 자유롭게 수영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한참 평영으로 수영장을 몇 번 누비자 문제가 발생했다.


수영장에 아이 넷을 데리고 엄마인 유럽 여성분은 키가 웬만한 남자보다 컸는데, 팔, 다리가 바비 인형처럼 길었다. 그런 분이 수영장 물 안에 들어오더니 수영선수 같은 자세로 자유형을 하기 시작했다. 한 바퀴, 두 바퀴, 세 바퀴... 얼핏 봐도 열 바퀴가 넘게 쉬지 않고 자유형으로 수영장을 누볐다. 자유형을 하는 그 모습도 물과 하나가 되어 아무런 힘도 들지 않고, 숨도 차지 않고,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다.


무려 4명의 자녀를 기르는 엄마인데, 저렇게 군살하나 없는 몸매를 가지고 계신 이유가 그녀의 수영 실력을 보니 납득이 됐고, 수영을 하는 모습을 볼수록 멋진 몸매보다 수영을 잘하는 그 실력이 부러웠다.


옆에서 힘차게 발을 차며 평영, 일명 개구리영을 하던 자존감은 한 마리의 개구리가 된 느낌이었다. 그날은 2023년 12월 30일이었다. 그때 2024년 새해 결심을 세웠다.


"새해에는 수영을 다시 배우자. 자유형을 마스터하자"




올해에는 몇 년간 그만뒀던 수영을 다시 배울 것이다. 수영의 목적은 다이어트, 날씬한 몸매가 아니다. 목표는 자유형을 자유자재로 마스터하는 것. 1년 후 치앙마이에 돌아가서 저 인피니티풀에서 하나도 숨이 차지 않으면서 멋들어지게 자유형을 구사하는 나 자신을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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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새해 목표는 무엇인가요?


#치앙마이 #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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