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연정사의 봄

by 김수권

옥연정사의 봄



군불에 훈연(薰煙) 머금은 기둥과 마루

와송(瓦松)이 자란 기와에 처마 끝 낙수(落水)는

모진 세월 나지막이 속삭이고


낮이며 밤이며 쉼 없이 반짝이는 화천(花川)

아련히 물안개 피어 오르는 화산(花山)은

뉘라서 사무치는 그리움을 달래주나


부용대(芙蓉臺) 숲 환히 빛나는 진달래

붉은 소나무 무심히 지나는 둥근 달이야

님처럼 고와 하염없이 보고 취하네


종부(宗婦)님 이른 아침 매화가지 꺾어다가

찻잔 속에 활짝 피우신 꽃 한 송이에

지난 밤 송강(松江)처럼 술 마신 일이 부끄러워라


선비의 애틋한 마음 고이 품은 간죽문(看竹門) 지나

천만근(千萬斤) 근심을 지탱한 능파대(凌波臺)는

이곳에 발 디딘 자 할 일을 일러주네


문득 고운 풍광(風光) 볼 수 없어 굳게 걸어 닫아도

봄볕 새울음 소리 스며드는 창은

내 마음에도 달았으면 싶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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