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불에 훈연(薰煙) 머금은 기둥과 마루
와송(瓦松)이 자란 기와에 처마 끝 낙수(落水)는
모진 세월 나지막이 속삭이고
낮이며 밤이며 쉼 없이 반짝이는 화천(花川)
아련히 물안개 피어 오르는 화산(花山)은
뉘라서 사무치는 그리움을 달래주나
부용대(芙蓉臺) 숲 환히 빛나는 진달래
붉은 소나무 무심히 지나는 둥근 달이야
님처럼 고와 하염없이 보고 취하네
종부(宗婦)님 이른 아침 매화가지 꺾어다가
찻잔 속에 활짝 피우신 꽃 한 송이에
지난 밤 송강(松江)처럼 술 마신 일이 부끄러워라
선비의 애틋한 마음 고이 품은 간죽문(看竹門) 지나
천만근(千萬斤) 근심을 지탱한 능파대(凌波臺)는
이곳에 발 디딘 자 할 일을 일러주네
문득 고운 풍광(風光) 볼 수 없어 굳게 걸어 닫아도
봄볕 새울음 소리 스며드는 창은
내 마음에도 달았으면 싶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