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지지 않는 마음.
정신없는 새해를 맞았다. 아직 2024년의 12월을 두 번 보내는 기분이다. 사주에 꽤나 의지하는 나는, 나의 운을 달리 쓰기 위해 하나씩 정리하기로 마음 먹었다. 물건을 잘 못버리는 나는 '비운만큼 들어오리니'를 되뇌이며 간신히 쓰레기 봉투를 채웠다. 전 연인에게 받았던 인형과 사진, 터져버린 방석, 까매진 흰 양말 등...하지만 가장 먼저 정리된 것은 나를 취약하게 만들었던 것들이다. 자의로 정리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리된 것'이라고 표현하였다. 내가 하지 못하는 것이니 오히려 잘되었다 여겼다. 그렇다. 나는 물건 뿐만 아니라 사람들, 일에도 미련이 많다. 12월은 31일이 아닌 60일을 보냈다. 매일이 불안해서 신경쓰는 모든 것들에 대한 꿈을 꾸며 하루를 두번 시작했었다. 예로 들면, 다음날이 누군가의 생일이면 그 누군가가 꼭 내 아침에 찾아온다. 잊지 말라는 것처럼. 그리고 꿈들은 바로 잊히지 않는다는 점에서 꿈이라고 볼 수 없다. 의사 선생님께 물어보니 중요한 것들이라 그런 듯 하다며 문제가 아니라고 말씀하셨다. 그래, 내가 어깨에 힘이 많이 들어갔지. 그렇게 긴장하고 불안히 살았던 한달을 겨우 버텨냄에도 불구하고, 물건을 어렵게 버렸음에도 24년에 딱히 기억나는 것들이 없음에 텅빈 마음은 버릴 수 없었다. "내가 남긴 것은 무엇이지. 그저 남겨진 것만 같은 마음이다." 작년 이맘때, 내 인생 모든 것의 투자하여 서울에 왔던 2월. 2월 후로 나는 서울에서 무엇으로 마음을 채웠나. 무엇을 이루어 냈지. 몸이 깨지니 독이 깨진 것마냥 마음이 주르륵 흐르고야 말았다.
1월에는 쉼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했다. 나는 정말 한국인임이 다름없다. 쉼에도 무언가를 하지 않고서는 더욱 불안해서 밤을 꼬박새고 시간을 더 벌려는 어리석은 행동까지. 그럴 바엔 하루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마음가짐으로 끝냈으면 되었을텐데. 조급한 마음으로만 무언갈 하려고 했다. 그러나 덕분에 깨달은 것이 두가지있다. 나는 꽤나 망가졌고, 아직도 쉼이 무엇인지 모른다. 이것은 내 100년 인생을 위해 25년에 깨우쳐야 하는 것이겠다. 두 번째, 나는 일할 때도 불안했고 쉴 때도 불안했으므로 이 불안은 상황에 기인한 것이 아니다. 1월에 내가 정리해야하는 것은 나의 불안이었다.
방 정리에 취약하던 나는 그런 두달을 보내고 꽤나 간소해진 환경에 지내고 있다. 어지러운 방은 이미 없지만 어지러운 마음만 있다니. 아직도 쉼과 불안 사이에서 답을 찾지 못했다. 그럴수록 타인에 더욱 집착하게 될까 두려워 일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면 하나씩 정리를 했다. 그들은 타인일 뿐이며 아무리 가까운 사람들이라고 해도 모든 것을 공유하는 사이가 되면 안된다, 나 스스로 해답을 찾아야 한다고. 아아 내 인생에서 가장 어지러운 마음을 가졌다. 마음에도 미니멀리스트가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