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파와 수상 시장을 가고 싶었다. 내가 좋아했던 웹툰의 작가님이 그곳에서 보는 반딧불이 참 예쁘다고 했다.
혼자 가기엔 거리도 애매하고 교통비가 많이 들기에 대부분 투어를 이용한다 해서 여행사를 찾았다. 내가 애매한 시간에 들른 건지 점심시간이라며 오후에 다시 오라 했다. 몇 군데의 한국 여행사를 찾다가 힘들고 지쳐서 현지 여행사 문을 열었다. 머릿속에선 어차피 영어를 배우고 싶어 했으니 한국인을 만나는 것보다 외국인들을 만나는 게 더 도움이 되겠다는 합리화를 끝마친 상태였다. 매끌렁 기차 시장-암파와 수상 시장-반딧불 투어까지 500밧(한국여행사보다 훨씬 저렴했다.)에 해주겠다는 말에 일단 예약해 버렸다.
웃음이 예쁘고 당당하던 그녀
Xin from china & Josh from england
막상 당일 버스를 타고 가면서 후회했다. 모두 가족, 친구, 연인과 함께인 듯한 이 공간에서 나만 혼자다. 그렇게 멀뚱멀뚱 매끌렁 기차 시장에 도착했는데, 옆에 있던 귀여운 여자애가 말을 걸었다.
“안녕! 너 한국인이지? 나는 중국에서 온 xin이야, 여기는 내 친구 josh! 혼자 왔어~? 우리랑 같이 다닐래?”웃음이 많은 xin 덕에 또 친구가 생겼다.
혼자 오면 사진을 찍을 수 없다며 내 사진을 나보다 더 열정적으로 찍어주고, 한국 예능을 좋아한다며 예능프로그램 이름을 읊어대던 그녀. 중국여행사에서 예약하면 기차를 타고 지나가는 프로그램도 있는데 남자친구인 josh 때문에 포기했다고 슬퍼했다. 한국 여자들은 피부도 희고 정말 예쁜 거 같다며 칭찬해 주던 너. 난 그런 네가 더 예뻐 보였다. 너의 모든 말과 행동에서 당당함이 보였다. 밝은 너의 모습과 친절한 너의 태도가 고마웠고 예뻤다.
사실, 지금까지 중국인에 대해서는 안 좋은 편견이 있었다. 그들은 너무 소란스러웠으며 시끄러웠다. 특히나 며칠간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에 시달린 나는 좀 질렸다는 표현이 적절하지 않을까? 그녀를 만나고 내 경험을 일반화 할 수 없으며 좋지 않은 편견을 만들지 말아야 겠다고 다짐하게 되었다.
Xin이 웃으며 말했다.“중국인들이 좀 시끄럽지? 나도 그렇게 생각해!” 유쾌했다.
기차가 지나가면 순식간에 정리되는 매끌렁 기차시장과 xin이 찍어준 나
좋아하는 것을 위해 일하는 M from brail
암파와 수상 시장으로 이동하며 옆자리에 앉은 M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나처럼 혼자 있길래 조심스레 말을 걸었는데 다행히 반가워하며 일행이 되었다. M은 영어 강사라고 했다. 지금은 호주에서 관련 공부를 더 하고 나서 시간이 조금 남아 여행을 하는 중이라고
“너는 ‘영어’ 강사를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어?”
“나는 영어가 정말 좋아. 하지만 브라질에서는 영어를 쓸 일이 많지 않아. 그래서 영어를 잊지 않기 위해서 강사를 하며 계속해서 영어를 쓰는 거야.”
좋아하는 것을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일을 하겠다는 말이 자꾸 마음에 남았다. 이때의 나는 졸업을 하고 취업 준비를 하며 ‘무엇을 해야 할까?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는 생각을 안고 떠났던 터라 더욱 그랬나 보다. ‘내가 좋아하는 건 무엇일까?’, 질문이 또 하나 늘었다.
수박주스를 먹으며 저 진지한 이야기를 나눴다
반딧불을 보러 갔다. 이젠 혼자가 아니다. 보트는 계속해서 달리더니 아무것도 없는 깜깜한 곳에 도착했고보트의 불이 다 꺼지자 반짝이는 반딧불이 보였다. 이상했다. 아무런 공통점도 없는 세계에서 온 여행자들이 한 곳에 모여 반딧불을 보고 있었다. 그 작은 반짝임이 아름다워 한참을 쳐다보았다.
헤어지기 아쉬워 카오산의 펍으로 갔다. 말도 안 되는 대화로 이야기를 했지만중요한 건 즐거웠다.마지막 인사는 Good bye,다시 만나지 못할 걸 알기에 See you는 없다. 오늘의 만남이 참 고마웠고 너의 여행과 일상이 평온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