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에서 치앙마이로 넘어가는 날이다. 카오산로드의 숙소에서 짐을 챙겨 후알람퐁 기차역으로 가야 하는데 Grab(동남아시아의 카카오택시와 같은 앱)에서 아무리 택시를 잡아도 잡히지 않는다. 택시 사기가 많다는 이야기에 항상 Grab을 이용했는데, 기차 시간은 다가오고 마음은 급해지고 결국 지나가는 택시를 잡아탔다.
사실 난 아주 오랫동안 한국에서도 혼자 택시 타는 걸 극도로 무서워했다. 내가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느껴져서일까. 돈을 내고 목적지까지 편하게 가는 것보다 긴장감이 더 심했기에 시간이 촉박하지 않다면 택시는 잘 타지 않았다. 그러니 외국에서 혼자 택시라니, 이건 엄청 긴장할 상황이었다.
머릿속엔 온통 ‘미터기, 사기당하지 말 것’이 입력되어 있는 상태였다. 그래서 택시에 타자마자 켜져 있는 미터기를 보며 왜 미터기가 꺼져있냐고 이상한 소리를 했다. 기사님은 웃으시며 켜져 있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다.
택시 기사님은 굉장히 친절하신 분이었다. 미터기 사건으로 나의 긴장을 눈치 채신 건지 능숙하신 영어로 “여행하는 중이야?”, “어디로 가는 길이야?”, “치앙마이! 굉장히 아름다운 곳이지. 태국 사람들도 정말 좋아하는 장소야.”라며 계속해서 말을 건네셨다.
지나가는 길에 미니 투어도 진행해 주셨다. “저기 금으로 빛나는 절이 보이지? Golden mount라고도 불러. 저기 위에서 보는 풍경이 정말 예쁘니 다음에 꼭 가보길 바라!” 계속해서 웃으며 이야기해 주는 기사님 덕에 마음이 조금 풀린 상태로 목적지에 도착했다.
택시비를 지불하고 내릴 준비를 하고 있는데 기사님이 나를 불러 세웠다. 그러면서 작은 불상과 펜던트 하나를 주시더니 “이것이 너에게 행운을 가져다줄 거야. 즐겁고 안전한 여행 되렴!” 말해주셨다.
부끄러웠다. 나는 기사님이 나를 부르는 순간까지도 의심하고 걱정하며 긴장했었는데, 그 마음이 들켰을까 얼른 감사하다는 인사를 건네고 택시에서 내렸다.
기차를 기다리며 불상을 손에 꼭 쥐고 생각했다. 내가 필요 이상으로 사람들을 적대시하고 있는 건 아닐까? 어느 정도의 긴장과 경계는 필요하겠지. 하지만 너무 경직되어 타인의 호의와 친절까지 의심하는 게 아닐까.
여러 사람과의 시간들이 모여 나의 여행이 어떻게 달라질지 모르는 거니까. 내일은 꼭 누군가에게 먼저 인사해 봐야지. 그 기분 때문이었을까. 치앙마이까지 가는 첫 야간 기차는 날 선 긴장보단 조금은 더 설레는 마음이 드는 행복한 시간이었다.